[이런 공무원] (18) 양산시청 정보통신과 양장은 씨

전형적인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자수성가로 7급 국가공무원에 올랐으나 가족을 위해 9급 지방공무원으로 전향한 용기와 도전·개척자 정신을 가진 공무원.

이 같은 수식 외에도 'GIS(지리정보시스템) 활용 불법건축물 단속', '경로당 복지시스템' 구축, 민간자본 20억 원을 투자받아 양산시를 '스마트시티'로 구축하는 등 IT(정보통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장관상, 국무총리상 등 각종 상을 받는 등 자가발전형 공직자로 동료에게 자극이 되는, 공직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공무원.

   
 

공무원이라기보다는 순하고 마음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인상인 양산시청 정보통신과 7급 공무원 양장은(43·사진) 씨. 그는 우리 시대는 물론 공직사회에서도 요구되는 멀티플레이어형 공무원의 새 패러다임이다.

밀양시 초동면의 한 농가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고등학교 후 세무공무원이던 형님의 권유로 지난 1989년 기상청 일기예보관 공채에 응시하게 된다. 당당히 합격해 기상직 공무원으로 10여 년간 성실하게 일해왔다. 그러나 그는 34살의 적지않은 나이에 7급 국가공무원직을 버리기로 결심한다. 기상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부산지방기상청, 울산공항 관측소, 마산기상대를 옮겨다니는 이주형 근무가 자신은 물론 가족들에게 힘든 일이었다. 전형적인 촌놈(?)으로 한곳에 머물며 연구에 몰두하는 정주형인 그도 그였지만 평균 3년여마다 이사를 해야 하면서 현재 중학교 3학년과 초등학교 5학년인 두 딸에게 제대로 된 친구가 없는 점이 가장 마음 아팠다.

그는 주경야독으로 남몰래 전직을 위한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지난 2001년 정보통신부와 경남도 공무원 9급 공채에 응시해 모두 합격했다. 그는 가족을 위해 지방직 공무원을 선택하고 같은 해 9월 양산시 9급 공무원으로 새 터를 잡았다. 당시 국가직 7급 공무원이었던 그가 지방직 9급으로 낮춰 낙향(?)하려고 하자 기상청 동료는 물론 가족들이 반대했다. 그러나 고등학교 학력으로 국가직 공무원에 입문한 뒤 대학 학사(전산전공 이학사) 학위도 고교 검정고시와 같은 독학으로 취득하는 자수성가형 도전 정신이 몸에 밴 그는 새로운 도전을 주저 없이 받아들였다.

양산시 9급 지방직 공무원으로 전직한 후 10여 년 만에, 10년 전 직급이었던 7급 국가공무원에서 7급 지방직 공무원의 위치에 올랐다. 늦은 편이었다. 현재 기상청 동기는 5급 사무관의 자리에 올라 있다. 그는 "전직은 가족과 자신을 위한 선택이었다"며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민원 창구에서 주어진 일만 하는 그런 공무원이 아니다. 기상청 재직 때부터 이미 '일기도'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전체 발표를 해 최우수상을 받는 등 자기 계발과 탐구적인 자세가 몸에 밴, 우리 사회와 미래의 공직상인 멀티플레이어 공무원이다. 10년 동안 양산시에서 전산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시내버스 애플리케이션 개발, GIS 활용 불법건축물 단속 시스템, 경로당 복지 시스템 개발 등 다양한 IT 활용 행정시스템을 개발했다.

GIS 활용시스템은 지난 2006년 공간정보인 컬러 항공사진, 지적도, 도시계획도 등 각종 행정자료의 연계를 구현해 신속한 민원처리를 가능케 해 매년 2억∼3억 원의 세외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 시스템은 전국 경진대회에서 장관상 3회 수상과 양산시 행정혁신 우수사례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2009년부터 구축하고 있는 경로당복지시스템은 중앙의 사업공모에 선정되고 지난해 행정안전부 주관 발표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이외 시민 밀집지역에 와이파이를 설치, 양산시를 스마트시티로 구축하고 웅상도서관에 3D 과학체험관을 구축하는 등 IT를 활용한 다양한 정책을 개발했다.

대학을 독학으로 나온 그는 정보처리기사, 유비쿼터스 전문가 2급, 제한무선통신사 자격증 등 다수 자격증도 모두 독학으로 취득했다. 현재 부산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기술사업정책학과 4학기에 재학 중인 그는 공부와 연구로도 공무원의 표상이 되고 있다. 주경야독 중에도 그는 '양산 시내버스 도착 정보 어플 개발'은 물론 컴퓨터와 프린터 같은 IT 기기의 절전 등 에너지 절약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무의 흔들림을 CCTV로 포착해 산사태 우려를 민간인에게 알려주는 재난예고시스템을 현재 특허 출원 중에 있는 등 발명왕으로서의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가난해서 못다 한 공부를 맘껏 할 수 있어 좋습니다. 직급의 높음도 좋지만 시민들에게, 그리고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지금이 좋습니다. 양산시가 IT를 통해 스마트한 도시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연구와 노력을 다할 계획입니다."

그는 현재 양산시로부터 올해 행정안전부와 언론사가 주관하는 '청백리 공무원'에 추천돼 심사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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