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겨울 손님 큰기러기 구출 대작전

오늘은 늦은 밤까지 우포늪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지금은 밤 11시 10분, 수리부엉이의 사냥을 방해하기 싫어 차 안에서 숨죽이며 기다린다, 풀벌레 소리만 자연의 음악으로 좋은 친구가 된다. 밤마다 만나던 까랭이(반딧불이)가 없어져 서운하다.

수리부엉이가 긴 겨울을 나기 위해 늪에 들면서 만났을 반딧불이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혼자 궁금해 하면서 수리부엉이와 물오리들 간의 신경전을 지켜보고 있다. 늪 안의 온도는 13도. 차가운 날씨는 아니다. 달빛이 늪 안에 고루 퍼져 물오리들의 꽥∼꽥 소리와 우웅∼우웅하면서 규칙적으로 우는 수리부엉이의 울음소리 간에 밤새 긴장감과 공포감으로 오리들에게는 무리끼리 소리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있다.

고무틀에 걸렸다가 구출된 큰기러기.

지난 9월 중순부터 따오기센터 주변을 맴돌던 녀석들이 겨울새들이 오면서 늪이 잘 보이는 물가 높은 나무에 앉아 물오리들을 밥으로 삼고 있다. 이제 맹금류들의 활보로 오리들의 집단적 신호 행동이 더 뚜렷해질 것이다. 이렇게 밤마다 벌어지는 일상의 행동들은 자연의 흐름이고, 때로는 같은 종간에 협력적 신호체계를 통해 자연 안에서 생존해 가는 것 같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풀벌레 소리도 사라지고, 긴 겨울을 나기 위해 날마다 시베리아와 몽골 등에서 날아오는 겨울철새들의 발걸음이 부산하다. 이른 아침 도착하면 먼 곳을 날아온 덩치 큰 새들은 오랫동안 늪 안에서 휴식을 하기도 하고, 앉은 곳이 낯설고 주변에 교란이 생기면 이내 다른 곳으로 가족을 이끌고 떠나기도 한다. 사람도 살기 좋은 곳에 안착하기 위해 노력하듯이 야생 동·식물들도 생태적으로 안정되고 먹을 것이 풍부한 곳을 찾아 헤매는 것이다.

오늘 낮에는 순천만 자연해설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스물세 분과 함께 우포 현장을 걸었다. 새를 관찰하는 법, 물 속 식물이 하는 일과 방문객들을 감동하게 하려면 해설하는 사람이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반나절을 보냈다. 특히 해설사들에게는 각자의 고유한 프로그램 개발과 방문객의 어린 시절의 행동들을 기억하도록 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법을 통해 자연을 이해하는 방법을 설명하였다.

걸으면서 쓰러진 나무로 늪을 건너기도 하고, 오래된 고목 위에 올라가 보기 등 직접 행동으로 표현하게 말이다. 모두 즐거운 모양이다. 나무 위에 앉아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기뻐하는 어른들 모습을 찰칵! 이렇게 가끔 방문하는 사람들과 프로그램을 하면서도 항상 눈을 놓지 않는 곳은 늪 안의 자연 변화와 주변 야생 동·식물들을 관찰하는 일이다.

이들과 늪 안에서 활동을 마치고 나오는 오후 4시께, 이웃 집에 사는 정봉채 사진작가로부터 긴급한 전화가 왔다. 큰기러기 한마리가 외래종인 뉴트리아를 잡기 위해 설치한 고무틀에 걸렸다는 것이다. 환경감시원인 주영학 씨에게 전화를 하여 소목마을로 오라고 연락하고, 그 곳에서 만나 늪배를 타고 큰기러기 구출 작전에 들어갔다. 다행히 오리발(갈퀴)을 크게 다치지 않아 바로 구출하여 살려보냈다. 큰기러기가 힘차게 헤엄치며 나아가자 멀리서 지켜보던 사진작가들이 큰 박수를 보냈다. 기분좋은 하루였다.

/이인식(우포늪따오기복원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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