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파워]프로야구 아홉 번째 구단을 준비하는 사람들

오는 2013년이면 도내 야구팬도 목청껏 응원할 수 있는 팀이 생긴다. 지난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했으니 꼬박 32년 만이다. 그동안 경남은 야구에 있어서만은 '변방(邊方)'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프로야구보다 훨씬 인기가 좋았던 고교야구 시절에도 경남 팀은 내로라하는 전국 대회에서 정상 인연을 맺지 못했고,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지어졌던 마산야구장은 제대로 펴 보지도 못하고, 리모델링으로 역사의 뒤안길을 맞이하게 됐다. 

그동안 도내 야구팬은 부산과 경남을 연고로 하는 롯데 자이언츠가 해마다 6경기 정도를 배정해주는 마산 경기를 통해 프로야구의 '맛'을 보긴 했지만,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경남 야구팬의 갈증을 해소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런 경남에 프로야구단이 생긴다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그것도 전혀 경남에 연고도 없는 IT기업이 창원을 홈으로 하는 프로야구단을 만들겠다고 했고, 그 꿈은 서서히 현실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 프로야구 아홉 번째 심장이 뛰기 시작합니다'라는 파격적인 구호와 함께 프로야구단에 뛰어든 NC다이노스를 위해 잘나가던 대기업도 박차고 나온 이가 있는 가하면, 우연히 본 신문광고가 계기가 돼 NC의 일원이 된 이도 있다. 출신과 배경, 경력은 다르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똘똘 뭉친 이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프로야구단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바로 NC다이노스 프로야구단 프런트 이야기다.
 
NC다이노스 프로야구단 직원들.
 
윤석준 NC다이노스 프로야구단관리팀장.
◇내가 잘 나가던 대기업을 박차고 나온 이유 = 구장관리팀 윤석준(42) 과장은 지난 6월 16년 동안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그는 'e-편한세상'으로 유명한 건설업체 대림산업에서 설계 업무를 담당했었다.
 
윤 과장은 "대림에 입사하면서부터 대림이 야구단을 만들면 그곳으로 가고, 아니면 퇴사를 하고 야구단에서 일하고 싶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했었다"면서 "마흔이 넘어서 회사를 그만둔다는 데 대해 가족들의 반대가 많았지만 끈질긴 설득 끝에 NC에 입사하게됐다"고 말했다.
 
윤석준 과장은 내년이면 창단 20주년을 맞는 하이텔야구동호회(현 꿈의 구장) 초대 멤버 출신으로 그동안 선수와 감독, 단장을 두루 거친 야구경영인(?)이다.
 
그는 롯데건설에 다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소위 말해 뼛속까지 롯데 팬이었다. 그런 그가 사상 전향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윤 팀장은 "기존 구단과 달리 신규 팀에는 새로운 발상과 신선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대학졸업 작품으로 잠실야구장 지붕을 덮는 프로젝트를 구
상할 정도로 야구에 대한 애착이 많았는데 좋은 기회가 된 것같다"고 전했다.
 
그가 요즘 심취해있는 부분은 신규 구장 건립이다. 그는 새롭게 지어질 야구장은 '도심 속 테마파크'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 과장은 "1년에 70경기의 홈경기를 볼 게 아니라 나머지 300일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야구장 활용도를 높이려면 접근성을 높이고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서 1년 내내 야구장을 찾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찬훈 NC다이노스 프로야구단 상품기획팀 과장.
◇축구 에이전트에서 뉴욕 양키스까지 = 상품기획팀 박찬훈(33) 과장은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산하 싱글 A팀인 'Staten Island Yankees' 프런트 출신이다. 그는 2004년부터 3년간 한국프로축구에서 에이전트로 활동하다,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아직도 FIFA가 인정하는 에이전시 자격증을 갖고 있다. 박 과장은 "축구 에이전트와 스카우트를 하면서 비선수 출신이라는 한계와 생각보다 보수적인 한국 축구계에 실망해 미국으로 건너갔다"며 "양키스 산하 싱글 A팀에서 'Community Relations & PR'이라는 부서에서 근무했는데 지역사회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주로 하는 역할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테면 지역 학생 팬의 영입을 위해 조회시간 학교를 방문해 아이들을 상대로 한 게임이나 간단한 상황극을 관내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면서 "메이저리그팀보다 턱없이 모자란 예산 탓에 현금을 제외한 각종 자산(선수, 마스코트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연계하려는 노력이 많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건너와 스포츠용품 사업을 준비 중이던 박 과장은 차 매트 아래에 깔렸던 신문에서 우연히 엔씨소프트가 낸 신문광고를 보게 됐고, 지난 6월부터 엔씨 다이노스에 합류했다.
 
그는 전공을 살려 NC다이노스가 지역에 연착륙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윤 과장은 "NC다이노스는 창원어린이야구교실을 후원한 것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한 것처럼 앞으로도 지역과 함께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내가 간절히 원하던 야구장 밥을 다시 먹게 된 만큼 고생 따윈 전혀 두렵지 않다"고 포부를 밝혔다.
 
손태양 NC다이노스 프로야구단 운영팀 주임.
◇50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억세게 운 좋은 사나이 = "NC다이노스 프로야구단 신입사원 손태양입니다" 야구단 운영팀에 배치받는 손태양(28) 주임은 NC 다이노스 공채 1기다. 그는 "신입사원 공모에 1000여 명이 지원한 걸로 아는데 그중에 2명이 합격해 500대 1의 경쟁률이었다고 들었다."라면서 "아직 업무 파악 중이지만 야구단 프런트로서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NC다이노스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하도 주위에서 축하를 많이 해줘 내가 좋은 직장에 취직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었다며 웃었다.
 
그는 고려대 체육교육학과(경영학과 복수전공) 출신으로 어릴 적에는 수영 선수로도 활약했었다. 손 주임은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7회 이후에는 무료로 야구장을 개방했었다"면서 "수영 연습이 끝난 시간이 프로야구 7회 종료시점이어서 동료와 야구장을 심심찮게 찾았었다"고 말했다.
 
중·고교를 일본에 나온 손 주임은 일어에도 능통하고, 선수 출신이어서 구단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주위에서는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선수단의 훈련지원과 트라이아웃 준비 등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시작하는 구단에서 성장과정을 함께 하게 된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동수 NC다이노스 프로야구단 스카우트팀장.
◇"지역 야구 민심(民心) 흉흉한 것 알고 있어요." = NC다이노스 박동수(50) 스카우트 팀장은 얼마 전 끝난 '2012년도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에 대한 말부터 먼저 꺼냈다.
그는 "17명의 선수 가운데 도내 출신을 1명만 뽑아 지역 야구 민심이 안 좋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신생팀의 야수 골격을 세우는 데 주력했고, 도내 유망주들은 대거 부산으로 유출되는 바람에 구단에서 보는 (도내 선수들에게 대한)기대치가 많이 낮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지역 출신이 배제됐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번에 지명한 선수들은 우리 팀의 근간을 이뤄야 하는 선수기 때문에 지역 정서를 고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며 "이제 시작인 만큼 앞으로 우수한 선수를 뽑아 키우는 '베이스볼 아카데미' 등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동수 팀장은 구단이 KBO로부터 창단 승인을 받은 후 프런트 채용 1호다. 감독은 마산성호초-마산동중-마산용마고-부산동아대를 거쳐 1985년 롯데에 입단해 9년간 프로생활을 하면서 통산 41승 48패 방어율 3.79의 성적을 기록했고, 롯데 스카우터, 코치 등을 거쳐 2007년부터는 모교인 마산용마고 감독으로 재직했었다.
 
얼마 전까지 고교팀 감독을 맡았던 터라 그는 지역 야구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박 팀장은 "연고 1차 지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지역에서 인재가 나와야 하고, 그 역할을 NC에서 해야 한다는 인식은 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도내에서 프로구단이 없어 타 팀에서 활약 중인 선수도 분명히 우리가 영입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역 출신으로 연고지와 신생팀 전력에서 수많은 고민을 했다는 박동수 팀장. 끽연가로 유명한 그가 이번 드래프트를 준비하면서 하루 3갑의 담배를 피워댔다고 하니 그의 고민이 얼마만큼 깊었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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