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빠르면 내년부터 주5일 근무제(혹은 주2일 휴일제)가 단계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는 경제적 측면 외 실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면에서 주목된다. 일찍이 이 제도를 도입한 다른 나라의 사례에 견줘 가히 ‘생활혁명’을 불러일으킬 이 제도에 어떻게 대비해야할지 문화적 차원에서 접근해보았다.

주5일 근무제와 관련한 협상주체는 ‘사용자’와 ‘노동자’이고, 그들 사이의 주된 쟁점은 ‘기업경영의 부정적 효과’(사용자측)나 ‘임금 및 노동조건의 퇴보가 없는 노동시간 단축’(노동자측)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사용자측이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보전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두 주체 모두 제도도입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5일 근무제가 대세인 것만은 분명하다.
독자 중에 혹시 주5일 근무제를 경제면이 아닌 문화면에서 다루는 데 대해 의문을 품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물론 주5일 근무제의 협상주체가 사용자와 노동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1차적으로 경제적인 쟁점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이 제도가 미칠 영향이 생활문화 전반에 걸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문화적인 접근이 불가피하다. 주5일 근무제는 노동시간의 물리적인 축소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의 ‘혁명’을 뜻하기 때문이다.
1970년대 말부터 근무시간 단축을 꾸준하게 추진해온 유럽의 경우를 살펴봐도 이는 분명해진다. 영국의 문화계획학자인 비앙치니(F Bianchini)는 “1970년대 말부터 시작된 근무시간 단축을 계기로 유럽의 각 도시들이 본격적으로 문화정책을 수립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당시 각 도시의 문화정책 목표는 ‘도시경제기반의 정비’와 ‘도시구성원의 통합’이었다. 근무시간 단축으로 인해 제조업은 축소되고 서비스업은 확대되는 산업구조 변동이 불가피할 것이므로 도시의 경제기반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정비해야 했고, 또 여가시간의 확대로 인해 도시구성원의 욕구가 다양해질 것이므로 사회적 통합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적인 장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제 변화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주5일 근무제 관련 보고서를 통해 “전통제조업과 1차산업이 타격을 받고 레저 및 교육산업 등에 대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직종면에서는 이틀간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업종이 급속히 성장함과 동시에 가족 단위의 여가생활에 도움을 주는 단기여가 컨설팅업이 새로 등장할 것이고, 평일 야간시간과 주말 이틀을 근무하는 이중직업도 다양한 형태로 선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매주 반복되는 이틀간 연휴를 자기계발의 기회로 삼으려는 욕구가 증가하면서 교육 및 취미개발 관련 업종이 급부상하는 한편, 기업은 비정규직 사원을 더욱 선호하게 되면서 아웃소싱과 파트타이머 고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들은 가히 ‘혁명적’이라고 부를 만하다. 그러나 변화 자체가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변화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는 한편 위기의 그림자 또한 드리우기 때문이다. 앞 문단에서 인용한 보고서의 내용은, 그러므로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다.
지역공동체는 머지 않아 이러한 기회들 앞에서 선택을 강요당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변화의 내용을 잘 이해하고 준비하는 공동체에는 그만큼 발전하는 기회가 주어지는 한편, 그렇지 못한 공동체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가 들이닥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지역공동체는 어떤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할까.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