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17)거제시청 관광과 선박축제TF팀 서창순 주무관

서글서글한 인상에 이웃집 아저씨 같은 서창순(사진) 주무관은 자신의 직렬인 세무직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관광과에 근무하고 있다. 세무직 공무원인 서 주무관은 거제시가 세계 최고의 축제로 야심 차게 준비 중인 선박축제 TF팀에 겁도 없이 자원했다. 그가 관광과로 간 까닭은 무엇일까.

그는 잘 나가는(?) 세무직 공무원이었다. 1996년 공직에 첫 발을 내디딘 그는 대부분 업무를 세무과에서 보냈다.

2003년 경상남도 지방세 연찬회에서 '부가가치세의 지방세 전환 및 배분 방안'이란 논문을 발표, 최우수상을 받았다. 경남도 대표로 행정자치부가 주관한 전국 지방세 업무 연찬회에 참가, 역시 최우수상을 차지하는 등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06년 경남도 주관 지방세 업무 연찬회에서 최우수를 차지, 행정자치부 주관 전국 지방세 업무 연찬회에 경남 대표로 참가해 '지방세 최저한세 도입 방안'에 대한 논문 발표로 우수상을 받았다. 또 행정안전부 주관 전국 세외수입업무 연찬회 사례 발표자로 우수상을 받는 등 세무 행정에 빼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그러던 그가 돌연 커피에 푹 빠져 버렸다. 2009년까지만 해도 카페인 때문에 커피 한 잔을 마시지 못하는 '반카페인주의자'였던 그가 정말 착한 바리스타가 준 원두커피 맛으로 카페인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하고 커피의 참맛과 향기에 푹 빠져 버리고 말았다. 그의 커피 사랑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사람 사이의 단절된 벽과 공간을 커피 향이 한번에 없애줌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그는 작은 도전을 시작했다. 2011년 초 강릉의 유명한 커피전문점 보헤미안 박이추 선생을 만난 뒤 커피에 대한 작은 이야기를 기획하게 됐다. 3개월 동안 동료와 지인들의 도움으로 8월 8일부터 8월 19일까지 거제지역의 14곳 커피 전문점이 참여하는 제1회 거제 여름 커피이야기 축제를 개최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착한 커피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함께한 제1회 거제 커피이야기는 커피산업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직장인들이 모여서 커피를 배우면서 커피 전문점 경영주와 함께한 진정한 시민자치형 축제였다.

그는 3개월여 동안 주말은 물론 퇴근 후 직접 커피 전문점을 찾아다니며 축제의 의미를 설명하고 참여를 설득, 큰 성과는 아니지만 커피의 저변 확대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 수 있었다.

커피의 마력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아름다운 분배주의자로 그를 변화시켰다.

진정한 시민자치를 작은 분야에서 실천해 본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거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거제사람들이 주인이 돼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어 보는 것이 그의 작은 꿈이었다.

거짓말처럼 그에게 기회가 왔다. 지난 9월 말 거제시가 세계 최고 축제로 만들어 갈 선박축제 TF팀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원했고, 그 업무를 맡았다. 세무직 공무원이 할 수 있는 업무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2012년 5월 3일부터 7일까지 거제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조선해양축제를, 바다를 배경으로 살아온 거제의 이야기와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 조선해양산업 분야의 노동자들의 땀과 노력으로 세계를 움직이는 진취적인 기업의 도전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이다.

서 주무관은 "동료 선후배들이 '축제는 잘하면 본전이고, 잘못하면 욕은 기본으로 먹고 곱빼기로 감사에 시달릴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맞는 이야기일 것이다. 나도 두렵지만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한 축제로,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을 펼쳐보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거제의 바다에서 쇳소리가 음악으로 바뀌는 마술을, 두려움을 감동으로 바꾸는 기적을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의 새로운 도전이 성공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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