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고싶은 바람은 '한중일' 모두 같지요

현빈과 김수한무

해병대 간 현빈이 <시크릿 가든>에서 불렀던 마법 같은 노래 '김수한무'는 마흔이 넘은 분들에겐 원로 희극인 구봉서 씨의 유행어 김수한무가 떠오르게 한다. 옛날 어느 양반집에 귀한 아들이 태어났다. 귀한 아들 오래오래 살라고 절에 가서 이름을 지어오는데 하나를 고르지 못하고 결국 모두 다 이름이 되어버렸다. 노래 처음부터 끝까지가 모두 이 양반 아들 이름이다.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 센타 워리워리 세브리카 무드셀라 구름위 /허리케인에 담벼락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

성은 김(金)이고 이름은 수한무(壽限無)부터 돌돌이까지다. 목숨이 무한이니 오래오래 장수하라는 뜻이다. 일본 개그를 따라한 것이지만 그 내용에서 한·중·일 3국의 공통된 문화코드를 찾을 수 있다. 

   
 

거북이와 두루미

거북이 하면 먼저 오래 사는 장수가 생각난다. 사람들은 거북이가 천년을 산다고 믿었다. 두루미도 오래 사는 장수를 상징하는 새다. 두루미가 천년을 살면 청학이 된단다. 그래서 종이학도 천 마리를 접어야 하고 지리산 청학동 이름도 붙게 되었다. 종이학 접기도 일본에서 들어온 문화이지만 그 기본 바탕은 한·중·일 3국의 공통된 문화코드에 있다. 거북이와 학(두루미) 사슴은 십장생에 포함되는 동물이라 이해가 쉽다. 

장수 동물

고양이, 기러기, 나비도 장수를 상징한다. 고양이는 고양이 묘(猫)자가 70세를 뜻하는 한자 모()와 중국 발음이 같아 장수를 상징한다. 나비는 나비 접(蝶)자가 80세를 뜻하는 질()과 중국 발음이 같아서 장수를 상징한다. 기러기를 갈대와 같이 그린 그림을 노안도(蘆雁圖)라고 한다. 그 노안이 노안(老安 - 늙어 평안)이 되는 것이다. 대학 입시에 문제를 잘 풀라고 두루마리 휴지를 선물하고 잘 찍어라고 포크를 선물하고 잘 붙어라고 엿과 찹쌀떡을 선물하는 것과 같이 보면 이해가 쉽다. 

복숭아와 삼천갑자 동방삭

환갑이 60년이니 삼천갑자는 3000 곱하기 60년 하면 18만 년이다. 동방삭이 18만 년이나 살았단다. 중국 서왕모의 복숭아를 훔쳐 먹어서 그리 오래 살았다고 '삼천갑자 동방삭'이라 부른다. 조선 정조 임금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에게 오래오래 사시라고 종이로 만든 복숭아꽃을 천 송이 고이 접어 올렸단다. 이 이야기에서 경기도 수원시에선 외래문화인 카네이션 대신 어버이날 복숭아꽃을 종이로 만들어 드린단다. 

장수 식물

복숭아처럼 장수 식물로 알려진 것은 십장생에 들어가는 소나무와 불로초 그리고 가을 국화와 대나무, 당초와 덩굴식물, 수수와 수선화를 들 수 있다. 소나무는 사철 푸르름에서 변하지 않는 장수를 기원한다. 불로초는 영지버섯처럼 그리지만 영지가 아닌 다른 상상의 식물이다. 우리 문화재에서 많이 보이는 당초는 덩굴식물이다. 덩굴식물은 계속 이어지고 연결되는 것을 말하는 데 덩굴 한자 만대(蔓帶)는 중국 발음이 만대(萬代)와 같다. 옛 그림이나 문화재에 덩굴 식물이나 나팔꽃을 그린 이유도 오랫동안 이어지길 기원하는 것이다. 

대나무 수선화 수수

대 죽(竹)자는 중국 발음으로는 축(祝)과 같다. 바위 국화와 함께 그려 축수(祝壽)를 기원한다. 수선화는 수선(水仙)이 신선(神仙)과 비슷해서 장수를 기원한다. 수수팥떡을 만드는 수수는 먹거리에선 나쁜 액운을 쫓는 벽사의 뜻이지만 그림에서는 수수(壽壽)가 장수가 된다. 나쁜 액운을 쫓아 오래오래 살아라는 기원이 담긴 곡식이 수수다. 

기원 담은 동식물 상징아이콘

장수, 부귀영화, 행복, 화목, 출세, 득남과 자손 번창, 효도, 충성, 과거 급제, 벽사, 부부 화합까지 우리가 바라는 것을 동물과 식물로 나타냈다. 그림과 도자기 장롱에서 밥상과 숟가락 젓가락 베개와 이불에까지 그려진 동식물은 모두 우리의 소원을 담고 있는 것이다.

/정대수(함안중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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