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결혼했어요] 장영섭·안수민 씨 부부

#1. 라이브 카페를 운영하면서 짝은 운명처럼 만날 것이라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다. 음악을 좋아하고 그런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는 남자. 그것만으로 자신을 좋아해 줄 수 있는 여자가 분명히 나타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낭만적인 기대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쭈그러들었다. 어느새 30대 중반을 넘기고 '그래, 원래 현실은 그런 것이다'라며 미련을 털어낼 즈음 그 여자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점심 때를 지나서 친구와 함께 들어온 그 여자는 카페 한쪽에 자리를 정하고 앉았다. 남자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 이 사람이다'. 조바심과 두려움이 남자를 채근했다. 놓치고 싶지 않은 만큼 다가서기가 부담스러웠다. 계속 여자가 있는 쪽을 살피며 어떻게 존재를 드러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수많은 시도를 머릿속에서 그렸다가 지웠다. 무심한 시간은 그런 남자를 헤아리지 않고 흘렀다. 다행히 여자는 금세 자리를 털고 가지는 않았다.

   
 

그 순간 누군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남자가 잘 아는 선배였다. 그런데 그 선배가 성큼 그 여자가 앉은 자리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지나자 그 선배는 남자를 불렀다. 남자에게 그 선배는 '구세주'였다. 남자는 드디어 여자에게 명함을 건넬 수 있었다.

#2. 친구와 함께 카페에 들어섰다. 듬직한 체구에 인상이 좋은 남자가 맞았다. '저 사람이구나'. 선배에게 이미 얘기를 들은 터였다. 음악을 너무 좋아하고, 그래서 라이브 카페를 차렸고, 음악도 가르치고 한다고….

한쪽에 자리를 정하고 자연스럽게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특별한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듬직하고 인상 좋은 카페 사장이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런데 저 남자 이쪽 자리에 은근히 관심을 보인다. 그나저나 선배는 언제쯤 오려나. 시간이 더 흐르자 선배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선배는 카페 사장인 그 남자를 부른다. 자리에 앉은 남자가 명함을 꺼내 준다. 그리고 이 남자, 상당히 적극적이다. 그런 모습이 어쩐지 싫지는 않다.

장영섭(37) 씨와 안수민(31) 씨는 그렇게 만났다. 영섭 씨는 수민 씨를 처음 만났을 때를 '번개를 맞은 것 같았다'고 돌이켰다. 번개 맞은 남자, 더군다나 선배 덕에 귀한 기회를 얻은 남자가 더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처음 만난 그날 저녁 영섭 씨는 수민 씨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관심을 드러냈다. 수민 씨도 그런 관심이 싫지 않았다. 한 번, 두 번 만나면서 둘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그리고 둘을 이어준 것은 음악에 대한 애정이었다.

"아내가 뮤지컬을 전공했어요. 그러니까 함께 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지요."

영섭 씨는 가게 일을 마치면 수민 씨가 사는 김해 장유로 갔다. 그리고 수민 씨 집 근처에서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영섭 씨는 낮에는 직원에게 가게를 맡기고 또 수민 씨를 만나곤 했다. 영섭 씨는 현실적이고 배경을 따지기보다 사람이 지닌 소신, 미래를 읽어주는 수민 씨가 기특하고 좋았다. 수민 씨는 음악에 대해 늘 순수한 애정을 지키는 영섭 씨가 좋았다. 그리고 이들을 더 묶어준 계기는 '현인가요제'였다.

"남편이 곡 작업을 하고 제가 노래를 불렀지요. 대회가 컸는데 220여 팀 가운데 50등 안에 들었네요. 그 다음 15개 팀을 뽑는 데 거기서 떨어졌습니다. 그 작업하면서 가까워졌지요."

영섭 씨와 수민 씨는 지난 9월에 결혼을 했다. 라이브 카페를 운영하는 영섭 씨가 사랑하는 신부에게 한 프러포즈는 뭐였을까. 안타깝지만 없었다.

"다른 손님들 이벤트는 잘 준비해주면서 막상 저에게 프러포즈는 안 하더라고요. 늘 해달라고 했는데…."

영섭 씨는 결혼 전 가게 내부 공사에 신경을 쓰는 바람에 프러포즈를 못했다. 그래도 야속해 하는 신부에게 영섭 씨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사연을 보내고 노래를 불러줬다. 그리고 평생 프러포즈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다짐했다.

수민 씨는 "항상 건강하고 지금 하는 일을 즐기면서 사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섭 씨는 "늘 변함 없는 사랑을 원했다"며 "평생 의지하고 살며 늘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받았다.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으신 분은 이승환 기자(010 3593 5214)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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