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김태진·김현정 씨 부부

미팅도 소개팅도 아니다. 하루 신나게 놀아보겠다고 이른바 '헌팅'을 한 것도 아니다. 술집 종업원이 '즉석만남', 즉 '부킹'을 해준 것도 아니다. 억지로 자리를 만든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이어준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저 평범한 하루, 대낮에 길을 걷다가 마주 오는 누군가에게 그대로 꽂혔다. 60억 지구인 중 한 명에게…. 흔한 말로 '한눈에 반했다'는 것인데, 억지로 만든 이야기 같은 일이 7년 전 김태진(27·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사진 왼쪽) 씨에게 벌어진다.

7년 전, 대학 신입생인 태진 씨는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지금 진주 갤러리아 백화점 근처, 당시 마레제 백화점이 보이던 길이었다. 그런데 무심하게 앞만 바라보던 눈이 한 여성에게 꽂히고 말았다.

   
 

"환한 대낮이었는데도 그 사람 주변에만 빛이 나는 것 같더라고요. 그냥 첫눈에 반했던 것 같아요."

신화에서는 오죽하면 첫눈에 사랑에 빠진 사람을 가리켜 큐피드가 쏜 화살을 맞았다고 한다. 태진 씨는 홀리듯 그 여성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연락하고 싶어서 그런데 전화번호 좀 가르쳐주면 안 될까요?"

갑자기 다가온 남자에게 그 순간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그런 순간을 여유롭게 넘기는 연습을 하지 않는다. 그저 불쑥 다가온 남자가 악의는 없어 보였기에 비명이 나오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머뭇거리는 여자를 본 남자는 틈을 줘서는 안 된다고 여겼다.

"나쁜 의도가 아니라 좋은 친구가 되고 싶어서 그러는데…."

   
 

태진 씨는 그렇게 10분 정도 여자에게 연락처를 구걸했고 결국 받아냈다. 여자는 남자가 무안할까 봐, 그리고 더는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연락처를 넘겼다.

사랑에 빠진 남자에게 용기 다음에 필요한 것은 끈기였다. 물론 태진 씨는 모두 갖추고 있었다. 연락처를 받은 다음 날 바로 연락을 했지만 상대는 당연히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하루에 2~3회씩 날마다 눌렀던 번호를 또 누르곤 했다. 그 사이 한 번 전화를 받기는 했지만 대화가 이어지지는 않았다. 제대로 통화를 한 것은 일주일이 지났을 때였다.

"전혀 모르던 상황이었으니까…. 어디 사는지, 뭐 하는지 궁금한 점만 물었던 것 같아요. 시간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태진 씨는 짧은 통화 덕에 그 여자 이름이 김현정이라는 것을 알았다. 대구에서 학교를 다니는데 휴학 중이며, 나이는 한 살 많다는 정보도 얻었다. 그렇게 이어가던 통화는 2주를 지나서야 만남으로 이어진다.

현정 씨는 그 기간을 "귀찮은 마음도 있었지만, 어쩐지 설레기도 했었다"고 돌이켰다.

기대했던 첫 데이트는 평범했다. 영화 보고, 밥 먹고, 산책하고…. 오죽하면 태진 씨는 현정 씨 표정을 보고 오래 못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했다. 다시 끈기보다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세 번째 만났을 때 태진 씨는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현정 씨는 단지 시간을 좀 달라고만 했다. 그리고 15일 정도 지나고 태진 씨와 현정 씨는 연애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외모만 보고 빠졌지요. 그런데 만나면서 제 이상형과 너무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얌전하고, 차분하고 전형적인 현모양처 스타일요. 제가 조금 외향적이어서 그런지 그런 점이 더 좋았어요."

외향적인 태진 씨 성격은 현정 씨에게 애교로 다가왔다. 그리고 수줍은 현정 씨는 그 점이 좋았다.

연애 기간 7년, 전혀 짧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태진 씨는 실제 연애 기간은 훨씬 짧다고 했다. 군대에서 24개월 빼고, 서울 하야트호텔, 거제 삼성호텔에서 근무하는 동안 2주에 한 번꼴로 만났던 것을 계산하면 그렇다. 그래서 더 애틋했는지도 모르겠지만….

부부는 지난 9월 25일 결혼했다. 태진 씨는 2년 전부터 결혼을 생각했다. 따로 프러포즈를 하지는 않았지만 기억에 남을 이벤트는 한 번 했다.

"조성모 씨 뮤직비디오에서 힌트를 얻었는데요. 공원을 걷다가 별을 따주겠다고 말하면서 마치 하늘에서 별을 따듯이 반지를 꺼내서 줬지요. 어쩌다 보니 그게 프러포즈가 됐네요."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한 부부는 결혼 전 뜻하지 않던 축복을 얻는다.

"아내가 임신 6개월이에요. 계획했던 것은 아닌데 우연히 그렇게 됐네요…."

결혼 전 진주에 있는 웨딩숍에서 일하던 현정 씨는 지금 집에서 쉬며 태교에 집중하고 있다. 태진 씨는 경남도민일보 총무부 사원이다. 부부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에 살림을 차렸다.

"성격이 완전히 달라요. 살면서 서로 양보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우연한 만남이 필연적인 행복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태진 씨 마음이다.

※이 면에 결혼 기사를 싣고 싶으신 분은 이승환 기자(010-3593-5214)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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