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계에서 세계적으로 권위가 있는 현대음악제를 이야기할 때 꼭 빠지지 않는 것이 다름슈타트(Darmstadt) 현대음악제와 도나우에싱겐(Donaueschingen) 현대음악제이다. 특히 1950~60년대에 작곡가 윤이상 선생님 또한 이러한 현대음악제에 '일곱악기를 위한 음악'(다름슈타트, 1959), '예악'(도나우에싱겐, 1966)을 발표하면서 세계적으로 그 이름을 알리게 됐다. 그만큼 이 음악제의 명성과 권위가 있다 보니 한국의 많은 독일 유학생들이 이곳을 찾곤 한다.

그런데 이렇게 유명한 현대음악제가 열리는 두 도시의 공통점이 있다면 독일의 아주 작은 도시라는 점이다. 그래도 다름슈타트는 도나우에싱겐에 비해 큰 도시다. 도나우에싱엔은 독일 남부의 참 작은 시골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관련 모 광고에도 자주 등장하는 독일의 프라이브르크(Freiburg)도 여러 현대음악 연주단체와 연주회로 매우 유명한 도시인데 독일 남부의 작은 도시다.

위에서 언급한 음악제들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메시지는 작은 도시에서도 세계적인 음악제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작품의 내용과 수준 그리고 음악제만의 고유한 정체성이다.

지난 10월 11·12일 양일간 제17회 합포만현대음악제가 창원시 문신미술관, 창원시 가곡전수관에서 개최되었다. 오세일(작곡가) 인제대 교수는 첫날 음악제를 위해 초청된 Duo 'Back to Back' (Saxophone: Emil Sein, Trombone: Barrie Webb) 연주자들의 연주를 듣고는 "탁월한 연주력과, 기술적으로나 음악적으로 결코 쉬워 보이지 않았던 작품들을 즐기면서 연주하는 모습은 한국의 창작음악회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었다"라면서 "합포만 현대음악제는 이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주요한 현대음악제의 하나로 성장했다. 특히 이 음악제에서 담보될 수 있는 높은 연주적 완성도와 작품의 내실을 다져가기 위한 작가들의 지속적인 노력은 다른 현대음악제와 차별화 될 수 있는 중요한 원동력"이라고 평가하였다.

또 둘째날의 전통가곡과 서양가곡을 위한 연주회에서는 많은 작곡가들이 서로 이질적인 내용의 전통가곡과 서양음악의 결합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음악회였다고 평가를 하기도 하였다. 양일간 연주회가 끝난 뒤에도 참여 연주자들과 초청 작곡가들을 비롯해 우리 지역의 많은 작곡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앞으로의 음악제의 방향과 내용에 관해 늦은 시간까지 여러 가지 토론을 했고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17년간 내실을 다져온 합포만 현대음악제를 통하여 유럽에서 음반이 발매되기도 하고, 이 음악제를 통하여 발표되었던 작품들이 국내는 물론 아시아지역을 넘어 유럽의 여러 지역에서 연주되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이라는 것이 결코 그 행사의 규모만을 놓고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예술적 내용과 질에 있어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고 여러 예술가들이 입을 모은다. 더욱 우리지역을 대표하는 음악제로 발전하기위해서는 예술가들의 힘만으로는 어려움이 많다. 합포만현대음악제가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음악제로 발전하기 위하여 문화적, 정책적인 여러 가지 여건이 뒷받침 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현대 음악제의 하나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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