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 (15) '도시계획 전문통' 김해시 김홍립 도시계획과장

도시는 모름지기 그 도시의 시민을 상징하는 얼굴이다. 얼굴 표정이 온화한지 흉악스러운지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평가도 달라진다.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화장을 하는지 이른바 '화장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도시계획도 이와 별반 다름이 없다. 도시의 작품을 만든다는 차원에서 일명 '얼굴 미학=도시미학'인 셈이다.

인구 50만 도시 김해시. 지금의 짜임새 있는 도시를 형성하기까지 보이지 않는 '음지의 주연'이 있다. 김해시를 화장(디자인)하는 김홍립(5급·사진) 시 도시계획과장. 그는 31년간 토목직 공무원으로 줄곧 시 도시계획 업무만 맡아 온 도시계획 전문통이다.

   
 

평직원에서부터 계장을 거쳐 과장이 될 때까지 오로지 도시계획 분야에서 잔뼈를 묻어왔다. 이런 탓에 누구보다 시의 지형과 도시 문제점에 대해 훤히 꿰뚫고 있다. 그는 누구나 한번 찾으면 또다시 찾고 싶어하는 도시를 만드는 게 꿈이자 도시계획 철학으로 삼고 있다. 조건은 시민이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살면서 일상 삶에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주거공간과 아파트단지, 상가, 공공시설, 주민편의시설 등 도시계획시설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은 기본이다. 주거단지 일정 거리에는 주민들이 필요한 생필품을 살 수 있는 상권이 형성돼야 하고, 몸이 불편하면 병원도 멀지 않은 거리에 있어야 한다. 교육시설도 마찬가지다.

그는 김해는 북부권과 서부, 동부, 기존 도심권 등 각 4개 권역별로 분산 형성돼 있어 대도시로서의 짜임새를 갖출 수 없는 걸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해결책은 도시계획을 통해 지역별 떨어져 있는 권역을 연결할 중간지대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 도심권에서 이 빠진 것처럼 빈 듯한 지형으로 방치됐던 구산지구를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주거·상업, 공공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도시를 재정비했다.

창원과 인접한 장유 율하 1·2지구와 김해의 변방인 진영 1·2지구도 이와 같은 논리로 풀었다.

생산녹지지역으로 개발에 제한을 받던 장유면 신문 1·2지구와 주촌면 선천지구도 도시기본계획을 변경해 주거용도로 도시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실용적인 큰 도시그림으로 도시 권역 간의 연결성도 갖춰가고 있다. 덩달아 시민 상호 간 통합과 도시경쟁력도 어느 정도 확보했다.

미개발 토지의 적절한 도시계획과 배분으로 김해시는 현재 70% 정도 도시계획이 완성됐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행정이 추상적이듯 도시계획 업무도 노력보다 외형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는 이런 숨은 공로로 국무총리와 건교부장관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도시계획 분야 공직자로서 드문 사례다. 그는 "도시계획은 추상적인 원에다 마지막 점을 찍는 것과 같다"고 했다. 화가가 얼굴은 다 그렸는데 눈을 어디에 그려넣느냐에 따라 그림의 가치가 결정되듯 도시계획도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남다른 고민도 많다. 도시의 구도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그 도시의 미래의 향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단체장을 설득하는 것도 만만찮다. 그는 시의 장기발전을 위해 반드시 특정한 지역에 유치해야 할 것은 외국 선진사례를 들어가며 단체장과 머리를 맞대 실마리를 풀어간다.

도시계획 업무를 오래 한 덕에 김해의 미래 인구는 70만 명 정도가 적정하다는 도시계획 베테랑다운 분석도 내놓고 있다. 100만 명이 넘으면 자족도시는 될 수 있지만 방대한 도시규모에 비해 오히려 시민의 친환경적 쾌적한 생활을 누리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뜻에서다.

그는 자연과 같이하는 저밀도 도시공간 확보를 중요시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시 도시계획도 이제는 '친환경+도시재생 사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권역별 지역특색은 살리되 도시 전체가 끊김이 없는 도시벨트화하는 게 김해시의 미래경쟁력"이라며 앞으로 70만 인구에 대비한 도시 그물망 짜기에 올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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