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마산시립예술단 떠나는 백진현 예술감독
옛 마산의 음악 역사 한 페이지가 저물었다. 앞으로 명목상으로 영원히 없어질 '마산'이라는 이름을 단 음악의 마지막을 듣는 듯해 씁쓸한 기분이었다.
창원시립마산예술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백진현 마에스트로가 지난 13일 창원시립마산교향악단 제148회 정기연주회를 끝으로 예술단을 떠났다. 지난 2003년 10월 13일 마산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부임한 지 꼭 8년 만에 정든 마산과 이별하게 된 것이다.
백진현 지휘자는 그간 70회 이상의 정기연주회와 백 수십 차례가 넘는 특별 및 초청 연주로 마산·창원 시민들과 호흡해 왔다. 꾸준히 한·중 교류음악회를 열었으며, 마산시립교향악단 설립 25주년 전국 순회 공연, 제14기 민주평통자문회의 출범행사 연주 등으로 교향악단의 명성을 전국 및 해외에 드높이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찾아가는 음악회'를 처음으로 정례화해 시민과 함께 호흡하고자 노력했다.
특히, 지난 2009년 7월 비상임 단체였던 마산시립교향악단을 상임 단체로 전환시켰다. 이를 통해 단원들이 안정적인 연주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복리 후생 부분의 진전을 이뤄내 마산시향의 음악은 물론 음악 활동 전반의 질을 향상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이들 성과가 고스란히 전국 시립예술단 최초 창작뮤지컬 <뮤즈의 부활>을 제작하는 원동력이 됐다.
지난 13일 마지막 공연은 백 지휘자 퇴임 기념공연으로 펼쳐졌다. 공연에 앞서 백 지휘자가 마산시향을 이끌어오면서 펼친 활약상을 담은 영상물이 상영됐다. 이어 창원시 신종우 문화체육국장이 그간의 노고에 감사하는 감사패를 전달했다.
공연은 '이색 음악회'라는 타이틀로 백 지휘자가 차이콥스키 교향곡 2번을, 멕시코 계 초청지휘자인 헥토르 구즈만이 평소 쉽게 접하지 못한 라틴 계열의 교향악 음악들로 색다른 음악적 감성을 느끼게 했다. 헥토르 구즈만의 연주가 끝나고, 지휘봉 대신 마이크를 쥔 백 지휘자는 "이제까지 제가 단원들을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오게 한 것 같습니다. 그런 단원들에게 아직 한 번도 고맙다는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며 단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러시아의 음악은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대도시가 아닌 작은 도시 키예프에서 발현 된 음악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며 "저는 앞으로 이곳 마산, 아니 창원의 음악이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이 될 날이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앙코르로 자신이 마산시립교향악단 지휘자가 된 후 처음으로 지휘한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중 '키예프의 대문'을 연주했다. '전람회의 그림'은 특히 금관악기의 풍부한 음량과 감성이 중요한데 이를 잘 살렸다. 지난 2월, 80명 대편성으로도 관악의 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창원시립교향악단의 연주보다 나았다. 백 지휘자는 끝으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을 특유의 열성적이면서도 장난기 넘치는 동작으로 지휘하며 연주를 마무리했다. 이는 창원시립마산교향악단의 '위풍당당'한 미래를 염원하는 듯했다.
백 지휘자의 마지막 공연을 못내 아쉬워 한 팬들은 "가지 마라", "어데 가노" 등을 외치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공연장 밖에서도 관객들의 분노섞인 항의가 이어졌다. 이들은 "이제는 교향악단 연주들으러 3·15(아트센터) 올 필요도 없겠네", "(창원시) 즈그 맘대로 통합하고 이러는 거 아니다"며 행정 통합에 따른 문화예술단 통합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백 지휘자 역시 공연을 마친 후 기자와의 대화에서 "우리(창원시립마산예술단) 단원들이 피해를 입는 일은 없어야죠"라며 걱정했다.
한편, 창원시의 시립예술단 통합 오디션은 합창단 오디션이 10월 19∼21일, 교향악단 오디션은 11월 3∼4일 진행된다. 이미 예고된 오는 12월 8일 창원시립마산교향악단 정기연주회는 백진현 지휘자가 아닌 객원 지휘자가 지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