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이권철·추혜정 씨 부부

"잠깐 화장실 좀…"

남자가 일어섰다. 여자는 잠시 눈을 돌렸다. 커피숍에는 연인도 보였고 혼자 앉아 있는 사람도 있었다. 바깥 풍경을 거르지 않고 보여주는 통유리 쪽으로 눈을 돌렸다. 2010년 12월을 일주일 정도 앞둔 날. 거리에 보이는 사람들 옷차림과 걸음만으로 날씨는 짐작됐다. 무심한 눈길을 거두려는 순간 통유리 건너로 누군가 앞에 섰다. 화장실을 간다던 그 남자였다. 순간 번쩍하며 불꽃이 솟아올랐다. 눈부심이 잦아든 순간 남자가 또박또박 글귀를 적은 종이를 한 장씩 넘겼다.

'바보같이….'

   
 

여자는 눈앞이 흐려졌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꺼내 남자가 멋쩍게 진행하는 프러포즈를 영상으로 남겼다. 이권철(29) 씨와 추혜정(28) 씨는 2010년 12월 5일 결혼식을 올린다.

"프러포즈를 계속 미루고 있었거든요. 그냥 넘어갈까 생각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꼭 해야 한다더라고요. 그래서 준비를 했는데 울 줄은 몰랐지요. 그 와중에 또 녹화를 하더라고요…."

이권철 씨는 프러포즈한 날을 그렇게 떠올렸다. 그때 적은 글귀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인터넷을 뒤져 좋은 말은 다 넣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창원에 직장을 구하게 된 광주 총각 이권철 씨는 2009년 어느 날 친구에게 한 여자를 소개받는다. 친구 여자친구와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였다.

"만나자마자 꽂혔지요. 사실 제가 여자친구가 있었거든요. 친구는 모르고 소개해줬는데…. 아무 생각 없이 나갔는데 이 사람이다 싶더라고요."

마음이 넘어가자 몸은 따라갔다. 혜정 씨 직장이 부산이었지만 권철 씨는 2~3일에 한 번은 데이트를 진행했다. 주로 드라이브를 즐기다가 저녁을 함께 먹는 식이었다. 데이트가 되풀이되고 감정이 쌓이자 권철 씨는 휴일을 맞춰 여행을 갈 것을 제안했다. 혜정 씨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권철 씨가 고른 여행지는 누나들이 사는 전라남도 완도였다.

"그냥 자연스럽게 가족들에게 인사하고 싶었어요. 어른들, 누나들과 매형들에게 인사하고 구경도 다니고 그랬지요."

예고되지 않은 만남에 혜정 씨는 당황하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 미리 말하지 않은 것을 따지기도 했다. 준비할 틈도 주지 않은 권철 씨가 야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권철 씨 생각은 달랐다.

"어른들 만나러 간다면 부담스러워서 가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냥 그렇게 가기를 잘한 것 같아요."

부부는 지난해 12월 5일 결혼했다. 28·27살, 요즘 흐름으로 봤을 때 결혼이 이른 편이다. 권철 씨도 사실 결혼을 일찍 할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제가 막내라서 집에서 부담을 주지도 않았고, 저도 좀 즐기다가 천천히 결혼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외지에서 혼자 지내는 게 부모님 보시기에 딱했나 봐요. 언젠가부터 가정을 꾸렸으면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혈기왕성한 총각이 부모님 마음 살펴 바로 결혼 계획을 정할 리 없다.

"잘 챙겨주더라고요. 간호사다 보니 아프면 약도 챙겨주고, 몸살로 누워 있으면 숙소에 와서 링거도 꽂아주고, 계절 바뀌면 옷도 챙겨주고…. 제가 객지 생활을 5년 정도 했거든요. 외로웠나 봐요."

외로운 총각에게 매력 넘치는 혜정 씨의 배려는 깊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권철 씨는 연애 1년 만에 결혼을 결정한다.

부부는 김해 외동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혜정 씨는 부산에서, 권철 씨는 창원에서 일하고 있다. 5년 넘게 혼자 지내던 권철 씨는 저녁에 집에 들어가면 맞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게다가 사랑스러운 아이가 엄마 뱃속에서 3개월째 자라고 있다.

"나중에 아이와 함께 주말이면 야외에서 돗자리 펴고 김밥 먹고 그렇게 살고 싶어요. 지금처럼 쭉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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