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시 신포동 한켠에 낡고 초라한, 그래서 10여 년 전까지 삼류 극장으로 이용되다가 지금은 그나마 사용하지도 않는 건물, 3.15회관이 있다.


알고 있듯이 이 낡은 건물은 자유당의 장기독재정권에 분연히 일어나 절대권력을 무너뜨린 마산 시민들의 민주 정신을 기리고 그 뜻을 후세에 널리 함양키 위해 1962년 9월 완공된 것이다.


설계를 맡았던 건축가 박성규씨는 대담에서 입구의 다섯 계단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음속으로 선배들의 의로운 행적을 기리라는 의미이며 지붕의 파도모양은 의거 당시 마산시민들의 스크램을 상징한다고 말한바 있다.


분명히 마산시민들에게 즐겨 사용되면서 기념되어야하고 사랑 받아야 마땅할 건축물이다.


이 건축물이 이렇게 폐기 처분되어 내동댕이쳐져 있다는 것은 오늘 우리의 역사인식과 문화수준의 한계요, 현실이다.


최근 몇 년간 이 낡은 건물을 철거하고 신축을 할 것이냐, 아니면 보수해서 다시 사용할 것이냐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했지만 결국 철거하여 새 건물을 짓자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기념이 될만한 건물을 무조건 철거하여 다시 짓는 것이 옳으냐 하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이미 관련 단체에서는 현재의 낡은 건물을 철거한 후 인접 대지를 추가 확보하여 지금보다 훨씬 크고 수준 있는 현대적 시설의 기념관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힌바 있다.


또 1월 30일 마산시장은 「2001년 시정설명회」에서 3.15회관과 문화회관과의 통합건립 의견이 대두되고 있으니 이에 관한 여론을 수렴해 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어찌되었거나 현재의 결론은 낡은 건물을 철거하고 새 건물을 짓자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현재의 3.15회관부지에 새로 조성되는 시설이 반드시 건축물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문화행사 등을 할 수 있는 건축물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도시공간의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마산에는 건축물보다 도심공원이 우선 필요하다는 말이다.


현재의 3.15회관를 헐고 그 곳에 기념관이나 문화회관 성격의 공공건축물을 짓는 것과 부지를 조금 더 확보한 후 그 곳을 공원으로 만드는 것을 간단히 비교해 보자.


첫째, 소요되는 비용의 차이가 많다. 새 건물을 지을 때 필요한 부지구입비와 건축비에 비해 공원을 조성하는 비용은 아주 적다. 만약 건축공사비용으로 토지를 구입한다면 상당한 면적을 확보할 수 있어 꽤 큰 규모의 도심공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사용하는 사람의 문제다. 건축물은 속성상 사용인원을 제한하게 된다. 그것은 기념식과 같은 행사를 할 때도 그렇고 음악회 등을 할 때도 그렇다. 단순히 휴식을 하기 위해서도 차 값이니 커피 값이니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니 자연히 사용자가 제한되게된다. 돈 없는 사람은 이용할 수 없다. 이 문제는 건물이 고급일수록 더욱 심해진다. 그러나 공원은 시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청소년에서 노인들까지, 부유한 사람은 물론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누구라도 평등하게 사용할 수 있다.


셋째, 사용빈도의 차이다. 속성상 건물은 사용시간을 제한하게 되지만 공원은 그렇지 않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다른 견해도 있겠지만 위 이유만으로도 도심공원 하나 없는 마산시로서는 건물 짓는 일을 재고할 수 있을 것이다.



공원을 만들면, 그 곳에 키 크고 모양 좋은 나무를 심고 그 사이 사이에 야외전시장과 공연장을 둘 수 있을 것이고 또 벤치와 놀이공간도 만들어 세대와 세대가 교감하는 도심 몰(mall)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공원 안 어느 한곳에 3.15의거는 왜 일어났는지, 그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는 시설물을 잘 배치해 놓으면 가까운 곳에서 3.15를 이해할 수 있는 산 교육장도 될 것이다.


마산시민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이런 공원이 갑갑한 마산의 도시 한복판에 만들어져 시민들에게 고루 제공되는 것은 자유와 평등을 지향했던 의거 정신에도 적합하지 않을까.


3.15 정신을 기리는 시설물이 반드시 건물을 짓는 일 뿐인지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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