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쥐며느리와 공벌레

많은 생물들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세상에는 놀랐을 때나 천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 때 죽은 척하는 생물들이 있다. 이를 의사(擬死)행동이라고 하는데 벌레들에게서 볼 수 있는 행동 가운데 하나이다.

텃밭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쥐며느리도 의사 행동을 하는 벌레다. 쥐며느리는 주로 쥐가 많은 곳에 사는데, 쥐가 나타나면 죽은 시늉을 하여 몸을 보호한다. 이를 보고 사람들이 쥐를 두려워하는 모양이 꼭 시어머니 앞에서 꼼짝 못하는 가련한 며느리 같다 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쥐며느리의 생김새는 몸이 납작하고 길쭉한 타원 모양이다. 몸 빛깔은 회갈색 또는 어두운 갈색이고 연한 노란 점무늬가 군데군데 있다. 그리고 꼬리 끝에는 한 쌍의 붓 끝처럼 생긴 꼬리 마디가 있다. 낙엽이나 썩은 식물체를 먹이로 한다. 사는 곳은 평지의 낙엽이나 돌 밑, 집 둘레 쓰레기 더미, 화단의 돌 밑 따위 축축한 곳에 무리지어 생활한다.

쥐며느리

쥐며느리 행동 모습을 보면 작물을 키우는 사람에게 미움을 받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학교의 텃밭에 새로 심은 무와 배추의 어린잎을 민달팽이, 쥐며느리들이 갉아 먹는다. 특히 쥐며느리는 잎과 뿌리를 갉아먹어서 농작물이 처음 자랄 때 미치는 영향이 커서 해충으로 여긴다. 하지만 낙엽이나 유기물을 처리하는 등 쥐며느리의 환경을 깨끗이 하는 역할을 간과해선 안 된다.

쥐며느리와 비슷한 생김새와 서식지가 같은 까닭에 괜한 오해를 받는 생물도 있는 데 바로 '공벌레'이다. 공벌레는 적이 나타나면 놀라서 몸을 둥글게 마는 습성이 있어 '공벌레' 또는 '콩벌레'라고 한다. 공벌레는 몸 색깔은 어두운 갈색이거나 회색이고 쥐며느리와는 다르게 꼬리 마디가 없다. 낙엽이나 썩은 식물을 주로 먹는다. 지렁이처럼 흙 속에 공기가 잘 통하게 하고, 영양분이 잘 돌도록 도와주는 구실을 한다.

공벌레

우리가 해충과 익충으로 나누는 기준은 세상의 수많은 생물이 사는 이유와 가치를 인간의 잣대로 바라 본 것일 뿐이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는 아이들이 쥐며느리와 공벌레를 종종 가지고 노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학교의 아이들은 두 가지의 생물 가운데 공벌레를 더 좋아한다. 공처럼 되기 때문이란다. 아이들의 해맑은 잣대에 새삼 새로움을 느끼는 것은 왜일까? 또 한번 아이들을 통해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

/박훈구(거제명사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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