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스케치] MBC경남 다큐멘터리 제작 현장

지난 6일 밤 10시 30분 함안 고려동 유적지. 포근한 낮 시간대와 달리 늦은 밤과 이어지는 새벽 시간에는 추위가 제법 매섭습니다. 칠흑같은 어둠과 숲에서 들리는 나뭇잎 스치는 소리는 기분을 더욱 스산하게 만듭니다. 그런 가운데 유적지 황토 돌담길을 따라 대낮 같이 환한 빛이 보입니다.

그리고 추위를 아랑곳 않고, 어떤 작업에 열중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입니다. 바로 MBC경남 다큐멘터리 제작팀입니다. 오랫동안 마산·창원MBC에서 수준높은 지역 문화예술관련 다큐멘터리를 찍어 온 김사숙 PD가 또 하나의 역작(?)을 선보일 준비 작업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제목은 <우주를 노래하다>(가제).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됨과 더불어 국내 음반 최초로 미국 그래미상 후보에 오른 우리네 전통음악 '가곡'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입니다.

   
 

그런데 늦은 시간 지나는 사람 아무도 없는 유적지에서 무슨 촬영을 하는 것일까요. 함께 촬영 현장을 지켜봤습니다.

이날 촬영 콘티는 한 걸인이 조선시대 3대 가곡 남창 명인으로 이름날린 유수재 양반의 목소를 듣고 감탄을 하는 장면. 한양 어느 돌담길 아래서 노숙을 하던 걸인이 유수재 양반이 흥얼거리는 노랫소리에 잠을 깨어 그가 누구인지를 묻습니다.

노래는 익히 들어 알지만 얼굴을 모르니, 명인으로 잘 알려진 세 인물을 차례로 들먹입니다. 결국, 마지막에서야 그가 유수재 양반임을 알게 된 걸인. 그 소리에 감탄하며 다시 잠을 청합니다.

한양 내 걸인도 명인을 다 알았을만큼 '가곡'이 보편적인 노래였음을 알려주는 다큐 내 막간 콩트 장면입니다.

연기에는 최성봉 마산연극협회 지부장과 창원 극단 미소 소속 배우 주요한 씨가 수고를 했습니다. 특히, 주요한 씨의 걸인 분장이 너무나도 사실적인데다 연기까지 출중해 모두들 웃음 속에 촬영을 잘 마쳤습니다.

끝나고 보니 새벽 2시 30분이네요. 이번 다큐는 오는 11월 말 또는 12월 초에 MBC본부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랍니다. 기대하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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