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공감하는 문화예술정책 내놓을까...외부 전문가로 정책 세워

창원시 문화예술정책이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창원시는 지난달 16일 '문화예술진흥정책 개발을 위한 TF팀'(이하 TF팀)을 만들고 새로운 정책 개발 작업에 나섰다.

TF팀은 △시각예술 △공연예술 △문학 △역사·문화유산·민속 △인물·스토리텔링 △문화시설·조직·문화교육 등 6개 분야 전문가로 지역 문화예술관련 대학 교수, 문화경영 전문가, 역사학자 등 6명으로 구성됐다. 더불어 의견 수렴 폭을 시민들에게까지 넓히고, 이들 정책 제언과 수렴 의견을 바탕으로 이전과 다른 문화예술정책을 내놓는다는 복안이다.

창원시 문화예술진흥 시책개발 합동 TF팀이 지난달 22일 마산 창동 한 카페에서 회의를 하는 모습. /김두천 기자

이는 곧 문화예술정책의 다양화를 도모하고, 시민들의 충분한 의사수렴을 바탕으로 정책에 대한 전 시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시민밀착적인 문화예술정책을 펴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또 기존 문화예술정책이 옛 마산·창원·진해 세 도시 예총 소속 현장 예술인들과 일부 역사 연구자를 중심으로 진행되다보니 획일화된 경향이 있어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으로도 해석된다. 실제 통합 2년차인 올해 지역 예총과 일부 역사가 중심의 문화예술정책이 시민의 공감을 얻는데 실패한 구석이 많은 것도 이러한 문화예술정책의 새틀짜기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상처 많은 올해 창원시 문화예술정책 = 통합 2년차인 올 한해, 창원시의 문화예술정책은 다방면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 근간에는 '빈약한 역사인식'이 자리잡고 있었다.

창원시가 예산을 지원하고, 창원예총이 주도하다시피한 '이원수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은 이원수의 친일 논란으로 채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시들었다. 결국, 창원예총은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남은 사업예산 일부를 시에 반납하는 등 여러모로 남우세스러운 상황을 맞기도 했다.

또 창원부 탄생 600주년을 기념하고, 통합 창원시를 대표하는 상징조형물로 세워진 '최윤덕 장상 동상' 역시 '최 장상이 통합 창원시를 대표할만한 인물인가?'를 두고 지역 사회에 많은 논란을 가져왔다. 더불어 '동상'이 가지는 정치적·역사철학적 의미가 당대 정치 지도자의 '전체주의적 역사 연상 이용'과 연관된다는 점에서 시민은 물론, 다수의 지역 사학자들의 공감도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50여 억원을 들여 벌이는 '최윤덕 장상 생가 터 복원 사업'은 철저한 고증 없이 관련 고문헌 하나만 믿고 추진하다가, 시민과 전문가들로부터 조사 부실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이밖에 지난 7월 통합 전 3개 도시 예총 통합을 위한 관계자 회의에서 섣불리 '예총 통합' 얘기를 꺼냈다가 부족한 당위성으로 비난의 목소리만 담아들은 점도 큰 생채기로 남았다.

◇문화 정책 입안 구조 다양화가 핵심 = 창원시의 TF팀 구성은 바로 이러한 부정적 상황의 맥락에서 나온 자구책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문화 현장에서 일하는 예술인들이 아닌 학자와 같은 전문가 집단으로 팀을 꾸린 것을 보면 그렇다. 문화예술 전문가 집단과 더불어 역사학자를 TF팀에 넣은 점도 시책에 다양한 역사 관점을 녹여내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된다.

TF팀은 각 분야 문화 현장 인사들과의 인터뷰, 실태 조사 등을 통해 시책 개발에 필요한 자료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안을 제시한다. 즉, 이제껏 문화 현장 인력이 시의 문화 정책 입안에 큰 영향을 미쳤다면, 이번에는 문화 현장 외부 전문가가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이를 정책으로 재구성하는 형식이다.

TF팀의 한 위원은 "실제 현재 창원시 문화예술정책은 예총 등 현장에 있는 예술인들이 그르쳐 놓은 면이 없지 않다"면서 "지역 문화계 원로 몇몇 사람들의 입김만으로 정책이 입안되는 경우가 허다한 점에 비춰 이번 TF팀 구성은 기존 문화예술정책 입안 과정을 더욱 투명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시가 문화예술단체에 용역을 주는 형식의 문화예술정책에서 벗어나, 지역 전문가 그리고 시민들과의 논의 구조를 많이 만들어 나가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변화다"고 설명했다.

◇예술인들 "통합의 전조 아닌가?" = 이에 대해 예총 등 현장 예술인들은 떫떠름한 분위기다. TF팀 한 위원은 "TF팀 구성 후 한 지역예총 회장을 만났지만, 우리 활동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는 정책 입안 논의 구조의 다양화에 따른 예총 입지 축소를 경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한 단위예술의 마산지역 지부장은 "이것이 예총 통합의 전조가 아니겠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지난 7월 예총 통합 관계자 회의 때 예술인들은 창원시에서 먼저 창원 지역 문화예술활성화를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통합 협상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결국, 이번 TF팀이 그 로드맵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창원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이번 TF팀 구성은 예총 통합과는 전혀 관계없는 순수하게 전문가 자문을 받는 형태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시민 제안 공모는 10일이면 마무리된다.

이유와 목적이 어찌됐든 창원시가 문화예술진흥정책에 대한 새로운 작업에 나선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모쪼록 활발한 논의와 토론, 지역예술현장에 대한 치밀한 연구·조사를 바탕으로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문화예술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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