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의 비소식과 함께 어느덧 가을이다. 가을과 함께 이곳저곳에서 많은 연주회 소식도 함께 들려온다. 특히 올해 10월은 노산 가곡의 밤, 경남오페라단의 20주년 정기공연으로 오르는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등 역사적으로나 무대 규모면으로 볼 때 우리지역을 대표하는 무대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중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되는 것이 경남지역 최대의 순수 창작음악제인 제17회 합포만현대음악제이다. 경남지역에도 통영음악제, 이상근 음악제 등 창작음악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행사들이 존재하고는 있으나 순순 창작음악을 기반으로 한 작곡가 중심의 전국단위 음악제는 합포만현대음악제가 유일하다.

올해로 17회를 맞는 합포만현대음악제는 지금까지 경제적으로나, 지방 창작계의 열악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창작자들의 열정과 타 장르와의 실험적인 시도를 유감없이 보여 왔다. 그리고 합포만현대음악제를 통해 발표되어왔던 여러 작품들이 국내는 문론 가까운 이웃나라인 일본, 중국을 비롯하여 유럽 등 국제적인 무대에 초청받는 성과를 내기도 하였다.

올해 그 열일곱 번째 무대를 살펴보면 오는 11일(화) 오후 7시 30분 창원시 문신미술관에서 열리는 ConcertⅠ에서는 작곡가 오세일(인제대 교수) 그리고 최근 일본 유학을 끝내고 귀국한 한정훈(꼬니-니꼬 체임버 앙상블 지휘자) 등 우리지역의 작곡가와 더불어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임주섭(영남대 교수, 천마아트 센터 관장), 진규영(사단법인 한국작곡가협회 이사장 역임)을 비롯하여 일본, 프랑스, 루마니아의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유럽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Duo Back to Back(Saxophones : Emil Sein, Trombone : Barrie Webb)에 의해서 연주될 예정이다.

프로그램상으로만 보아도 더욱더 국제적인 행사로 발돋움하고 있음에 기대를 더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전통가곡과 전통악기들을 위한 창작곡들을 중심으로 발표하는 ConcerⅡ는 오는 12일(수) 오후 7시 30분 창원시 가곡전수관에서 개최된다. 우리지역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우리 전통음악을 소재로 한 새로운 작품들이 발표된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이날 연주회에서는 우리지역의 차세대 작곡계를 책임질 젊은 작곡가 김지만(창원시립마산예술단 악보담당)과 공태진(인제대학교 대학원 재학)의 작품을 비롯하여 최천희(경남음악협회장), 김호준(한국음악협회 마산지회장), 이형근(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 공연전시팀장) 등의 작품도 연주된다고 하니 우리 지역 창작계의 오늘과 미래를 점쳐 볼 수 있는 흥미로운 무대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창작 문화의 기반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방에서 16년째 매년 다양한 기획과 프로그램을 선보여 왔던 합포만현대음악제는 항상 우리지역 작곡계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 왔다. 올해 17회를 준비하면서 작곡가들의 선정작업에서부터 우리 전통문화와의 새로운 접목까지 또 한번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이신 조순자 경상남도문화재위원이 직접 가곡을 지도하고, 소프라노 허미경 교수(인제대)가 전통악기와 어우러져 연주를 한다고 하니 현재와 과거, 서양과 동양, 시간과 공간이 어우러지는 이런 화합의 장이 어디 있겠는가.

   
 

좋은 작품은 작가의 다양한 직·간접적인 경험과 다작에서부터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가능한 많은 작품이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음악적 사고가 왕성하게 이루어질 때 우리의 문화유산은 늘어나고 삶도 풍요로워진다 믿고 있는 나로서는 우리 지역에 합포만현대음악제와 같은 순수 창작 음악제가 존재하고 있음에 지역 음악인으로서 큰 자부심을 가진다.

합포만현대음악제가 더욱 풍성한 예술적 결실로 우리지역 창작계의 활성화는 문론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현대음악제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전욱용(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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