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 납니꺼?] 창원 가음정 전통시장

거리를 활보하기에 요즘처럼 좋은 때가 없다. 선선한 바람과 따사로운 햇살이 적당히 균형을 이뤄 기분이 상쾌하다. 목적지보다 조금 먼 거리에 주차를 하고 걸어도 구시렁거리기보다는 콧노래가 나옴직하다.

오는 11일 주차타워 준공식이 예정된 창원시 성산구 가음동 가음정 전통시장을 지난 4일 찾았다. 거의 제모습을 드러낸 주차타워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가음정 시장 인근 종합상가에 주차를 하고 시장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상설시장답게 가음정 전통시장은 여느 재래시장보다 깔끔하고 정리가 잘 된 느낌이다. 제법 이른 시간이어서 한산했지만 떡집과 족발, 선짓국과 추어탕을 파는 노점과 가게에서는 맛있는 향기가 솔솔 풍기어와 침이 고이게 한다.

보글보글 거품을 내뿜으며 둔탁한 집게를 이리저리 휘두르는 꽃게가 눈에 띄었다.

"게가 싱싱하네요. 게는 봄이 제철 아닌가요?"

"봄도 맞지만 가을도 맞아예. 봄에는 암꽃게가 맛나고, 가을에는 수꽃게가 제 맛인 거라. 암꽃게가 봄에는 살이 통통하고 알이 꽉 차 맛나지만 가을에는 알을 낳아서 살이 무르지. 근데 수 꽃게는 이때가 되면 살이 더 탄탄해집니더. 올해는 가을 꽃게가 대풍입니더. 사가이소"

"어떤 게 수꽃게인데요? 1만 원에 몇 마리 주실래요?", "구분하기 억수로 쉽다. 배모양을 보모 됩니더. 배모양이 둥근 것은 암게, 좁은 것은 수게. 알겠지예. 1만 원에 7마리인데 8마리 줄게요. 이리 가져가모 잘 가져가는기라."

소쿠리에서 봉지로 담는데 꽃게가 이리저리 반항(?)을 한다. 소쿠리 한쪽을 집게발로 꽉 잡고 놓지 않는다. 손질하기가 더럭 겁이 난다.

"이렇게 살아 움직이는데 어떻게 손질해요?"

"싱싱해서 그렇다 아잉교? 이건 만져볼 필요도 없다. 원래 꽃게는 손으로 눌렀을 때 단단한 느낌이 드는 것이 좋은데 이건 뭐 이리 팔딱팔딱 살아있으니. 껍데기를 깨끗이 씻고 나서 일단 집게 부분을 칼 등으로 내리쳐서 잘라 내고 배 부분의 딱지를 손으로 잡아 등딱지를 벗겨 몸통과 분리하모 됩니더. 모래주머니와 아가미만 떼어내소. 살아있는 것은 내장을 버리지 말고 쓰이소. 그게 쌉싸래하니 진짜 맛나니까. 그리고 먹기 좋게 토막을 내면 됩니더. 그리고 다리부분은 칼등으로 여러 번 쪼사 주어야 국물 맛이 진해집니더." 

사실 꽃게는 껍데기가 단단해 손질하기 까다롭지만 요리하기는 제법 쉽다. 맛과 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별다른 양념 없이도 훌륭한 육수와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속살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저녁에는 담백하면서도 얼큰한 꽃게찌개가 딱 좋을 듯하다.

"멸치육수를 내도 좋고 그냥 물을 팔팔 끓이다가 된장 풀고, 무 넣고 게 넣고 양파랑 숙주 넣고 다진 마늘, 대파 넣어서 끓이모 따로 간도 하지 않아도 되고 맛나지. 남으모 라면 끓일 때 넣으면 국물 맛이 진해지면서 해물탕이 따로 없다. 손질해서 냉동실에 넣으면 두고두고 먹을 수 있제."

꽃게를 사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수삼 등 약재를 파는 가게 앞에도 흥정이 오가고 있다.

"환절기다 보니 가족들 건강 좀 챙겨보려고요. 수삼이 크고 좋네요." 한 주부가 100g에 7000원 하는 수삼을 몇 뿌리 고르고 있다.

"약 달이는 기계에 하는 거지예? 7시간 숙성시켜서 6시간 30분 동안 달이면 됩니더. 한 번만 먹기에는 아까우니까 좀 맑게 드세요. 재탕해서 처음 달인 거랑 섞으면 먹기도 수월하고 알뜰하지요. 재탕도 똑같아요. 물을 붓고 똑같이 6시간 30분 달이면 됩니다. 재탕할 때 대추 넣어서 끓여도 됩니더. 맑지는 않지만 뭐 가족이 먹는 건데. 잘해 드시고 건강하세요."

향긋한 과일 향부터 시장 아주머니의 따뜻한 덕담까지 기분좋은 기운이 담뿍 느껴진다.

한편, 창원 가음정 전통 시장은 지난 2006년 2월과 2007년 2월 1· 2차 아케이드 준공한 데 이어 2008년 총사업비 26억 6300만 원을 들여 3차 아케이드를 완공하는 등 현대화 시설로 시장 정비를 마쳤으며, 오는 11일 차량 94대를 수용할 수 있는 건축면적 9만 4324㎡ 규모의 4층짜리 주차타워를 완공, 준공식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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