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콘텐츠 발굴' 의의 깎아먹은 연출...당시 진해 웅천 생활상 못 담아

전라좌수사 이순신, 전라우수사 이억기, 경상우수사 원균 등이 한산대첩 이틀 후 진해 안골포에 정박해 있던 일본 수군 함선 수십 척과 250여 명의 일본군을 격파 및 사살해 임진·정유재란 당시 조선수군의 큰 전과 가운데 하나로 잘 알려진 안골포 해전.

이 안골포 해전을 연극으로 재현한 '이충무공 임진왜란 안골포해전 재현'(극·연출 송교홍) 행사가 지난 2일 오후 2시 창원시 진해구 중원로터리 잔디광장에서 열렸다. (사)한국문화예술진흥회가 주최하고, 시사코리아뉴스가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500여 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모여 행사를 즐겼다.

(사)한국문화예술진흥회가 주최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안골포 해전 재현 연극. 16세기를 배경으로 한 연극에 19세기에 처음으로 쓰이기 시작한 태극기가 느닷없이 등장했다. /김구연 기자

이번 재현극 공연은 창원시 진해구 주민들이 2년여간의 준비기간을 들여 만든 작품이다. (사)한국문화예술진흥회 송교홍 회장은 창원시에 통합 이전, 진해시가 가진 역사성과 전통성을 바탕으로 한 역사문화콘텐츠가 없음을 아쉬워했다. 그러다 진해 웅천 지역을 배경으로 한 '안골포 해전'의 역사성과 문화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직접 '이순신연극단'을 꾸려 2년여 간 창작 작업에 들어갔다.

인력을 쉽게 구할 수 없었던 송 회장은 지역주민 전체에 오디션을 개방해 알음알음 배우들을 모았다. 이를 통해 전통무술·무용가는 물론, 지역 고등학교 학생, 직장인 등 일반 시민들이 함께하는 전통재현극을 구상할 수 있었다. 지난 1월 21일과 22일에는 시범 공연을 통해 극적 가능성을 엿봤고, 진해 군항제때 두 차례 공연을 통해 극의 섬세함을 다듬었다.

이어 지난 8월 14일 제작발표회를 겸한 단원 오디션을 통해 극에 필요한 배우를 모두 뽑은 후, 10월 공연에 대한 본격적인 제작작업에 들어가 마침내 이날 공연을 올린 것이다.

극은 단순히 '안골포 해전' 자체를 넘어 1592년 당시 조선에 임진왜란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정황을 시작점으로 삼아 이야기를 풀었다. 일본 군사들의 조선 침략을 위한 준비과정을 형상화한 화려한 무예로 시작된 극은 임란 발발 10년 전 당시 병조판서였던 이율곡이 10만 양병설을 주창하지만, 이를 조정 대신들이 반대한다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이후 조정 대신들의 주색잡기로 말미암은 방비 허술, 임란의 발발, 한양을 버린 선조와 조정 대신들의 모습 등 연대기적 구성을 통해 극적 이해를 도왔다. 마지막으로 이어진 '안골포 육상 전투' 장면은 조선 수군과 일본군의 무예 대결을 담아 박진감 넘치는 무대를 만들었다. 이는 교육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극의 특성을 잘 보여줬다.

그러나 전문 극작가와 연출가가 만든 연극이 아니다보니 이야기 전개와 장면 구성이 너무도 허술했다. 특히, 지역의 문화콘텐츠를 표방하면서 지역색이 전혀 묻어나오지 않았다. 극은 임진왜란의 전 과정을 다 담으려다 정작 당시 진해 웅천, 안골포 지역 사람들의 일상과 생활상을 놓쳤다. 극에서 이야기하고자하는 것이 단순히 '임진왜란'인지, '안골포 해전'인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좁은 간이 무대와 바로 아래 잔디 광장에서 동시에 극이 진행되다보니 무대 연극도, 마당극도 아닌 형태가 되어 관객들이 보기에 불편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더불어 배우들의 목소리가 진성이 아닌 립싱크로 되었던 점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전문 연기자가 아닌 일반 시민들의 연기력 부족을 잘못이라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실상 연극 공연이라면 연극 발성과 기본 연기 패턴 등은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에게 확실히 가르쳤어야 했다.

또 극 중간중간 삽입된 배경음악이 극의 설정과 동떨어져 관객들의 공감과 호응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점, 중요 장면에서 배우들이 관객들 앞에 등을 돌리고 있었던 점도 문젯거리였다. 특히, 마지막 전투 장면에서 무대 위에서 전투를 벌이는 배우들을, 무대 아래 졸병 무리의 깃발로 모두 가려버린 것은 '옥에 티' 중의 '옥에 티'였다.

이와 더불어 무대 아래에서 이어진 전체 전투 장면 중 연기자들의 맥 없는 연기는 '무성의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이처럼 드러난 미비점들은 앞으로 공연기획 전문가의 참여, 지역 극단과의 협업을 통한 연출·연기의 보완, 극에 맞는 세트 배경과 무대 장치 개발 등으로 수정·보완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창원시가 지원한 2000만 원의 예산이 무색한 공연이었다. 지역 전통 문화콘텐츠의 개발이라는 의의와 목적은 좋았으나, 아직까지는 콘텐츠의 질은 현격히 떨어지는 '졸작'이라는 평이 맞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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