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마른체형 여성에 많은 질환...우유·콩류 과다섭취 땐 증상 악화

오전 진료 3∼4시간 동안 복통을 주된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를 10∼20명 정도 접하게 된다. 이 중에는 수술이 필요한 급성 충수염, 담낭염 환자도 있고 위내시경 검사가 필요한 위궤양, 위염 환자도 있다. 드물게 심장, 폐질환, 산부인과 질환이 복통을 유발하는 때도 있다.

이 중에서도 배변 횟수 변화나 배변 형태 변화와 동반된 복부 불편감이 최근 6개월 이전에 시작되어 3개월 이상 지속하는 경우에 과민성 장 증후군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질환은 20·30대의 젊은 연령에 많고, 여성이 남성보다 2∼3배 더 많으며, 비만한 체형보다는 야윈 체형을 가진 경우가 더 많고 알레르기 질환이 동반된 경우도 흔하다. 상당수에서는 감염성 위장염을 앓고 난 후에 과민성 장 증후군이 발생한다. 중·고등학교 학생 환자도 가끔 만날 수 있으며 드물게 초등학교 학생도 보게 된다.

대개 자세히 상황을 물어보고 복부를 진찰해 보면 검사를 하지 않고도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복통 때문에 학업이나 직장 생활의 큰 지장이 초래되거나, 수면 장애를 가져오거나, 체중 감소가 동반되거나, 혈변이 관찰되거나 하면 혈액검사, 소변검사와 대장 내시경 검사를 통해 전신 동반 질환이나 대장의 기질적 질환 유무를 알아보게 된다. 또한, 환자나 보호자의 병에 대한 걱정이 심해서 검사 의지가 강한 경우에도 검사가 진행된다.

대장 내시경 검사는 40대 이후 연령대에서는 아무 증상이 없이도 대장암 검진 차원에서 많이 시행되고 있으나 과민성 장 증후군이 의심되는 20·30대 연령이나 더 어린 10대에서 과연 꼭 시행해야 하는지 종종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 경우에는 환자 및 보호자와 검사에 대한 상세한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대중이 생각하는 것처럼 대장 내시경이 위내시경보다 더 어렵고 고통을 수반하는 검사는 아니다.

전문의가 시행하는 경우 위내시경보다 오히려 더 검사의 괴로움이 적을 수 있다. 물론 대변 정결을 위해 관장약을 검사 전에 복용해야 하는 불편이 더 있지만 약을 검사 전날 저녁과 검사 당일 아침으로 나눠 복용하거나 부피가 작은 관장약을 복용하면 좀 더 쉽게 준비할 수 있다. 상기 검사들을 통해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면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좀 더 확실히 진단할 수 있다.

검진을 마치고 나면 이제 치료가 남았다. 환자와 보호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어떻게 식이 요법을 해야 하나, 여러 가지 건강식품이 도움되나, 한약을 먹어도 되냐는 세 가지 정도이다. 사실 이 질문들은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인데 그 이유는 이들의 치료 효과에 대해 제대로 수행된 연구 결과가 없기 때문이다.

방송 광고나 인터넷에서 쉽게 접하는 정보는 대부분 신뢰도가 낮아 맹신하면 안 된다. 오히려 검증되지 않은 성분 미상의 약, 즙, 식품의 폐해는 심각할 수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따라서 상식과 소수의 검증된 연구 결과에 따라 몇 가지 단편적인 사실들을 말해줄 수밖에 없다. 우선 당분, 탄수화물의 과다 섭취는 복통이나 설사를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소식을 권하지만 사람마다 소식, 과식의 기준이 같지 않고 성장기 학생은 성장과 발육이 더 필요한데 일률적으로 소식을 권하기 어려운 일도 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채소, 과일을 잘 배분하여 균형 잡힌 식사를 규칙적으로 과하지 않게 섭취하는 것이 최선이다. 우유 또는 과다한 콩류의 섭취는 증상을 악화시킨다. 대다수 한국인 성인은 유당 분해효소가 장내에 거의 없어서 약간의 우유 섭취를 하면 복통, 가스, 설사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우유를 섭취하고 싶으면 치즈나 요구르트 형태가 낫지만 역시 과량 섭취하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한약 중에서는 대마씨정이 변비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있었다. 개인에게 맞는 적절한 신체 활동은 대장 증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신체활동은 동반된 우울증, 섬유 근육통 같은 질환에도 치료 효과가 있다. 많은 경우에서 식이, 운동 요법만으로는 증상이 좋아지지 않아서 투약이 필요하다.

   
 

이 경우 이 질환은 암과 같은 중한 상태로의 진행이나 동반되지 않음을 잘 인지하여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주연호 과장(창원파티마병원 소화기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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