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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속 든든히 채우는 덴 이만한 게 없지예∼

[경남 맛집] 창원시 진해구 자은동 수복추어탕

최규정 기자 gjchoi@idomin.com 2011년 09월 29일 목요일

어머니는 여름을 지나 찬바람이 선선히 불어오기 시작하면 추어탕을 끓여주셨다. 또 뭔가 그동안 했던 반찬들이 영 신통찮다고 느껴지실 때, 가족에게 몸보신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드실 때면 어김없이 추어탕을 끓였다. 시장에서 미꾸라지를 사서 힘차게 꿈틀거리는 그것을 솥에 넣으시고는 솥뚜껑을 꼭 붙잡고 푹 고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아침저녁 찬바람이 불어오는 이맘때쯤이면 시래기가 듬뿍 들어가고 들깻가루 향이 고소한 뜨끈한 추어탕이 생각나는 건 어쩌면 몸이 먼저 기억해내는 추억일지도 모른다.

집에서 먹던 그 맛 그대로의 추어탕을 만날 수 있다고 해 찾아간 창원시 진해구 자은동 '수복추어탕'.

메뉴를 고르고 할 여지가 없다. '수복추어탕'에서 맛볼 수 있는 것은 딱 하나. 추어탕뿐이다.

   
 
  /김구연 기자  

미꾸라지를 뜻하는 '추(鰍)'는 가을(秋)과 물고기(魚)라는 한자가 조합을 이룬 글자다. 가을 물고기라! 옛 사람들은 미꾸라지가 가을이 제철이라는 것을 기막히게 알았던 것이다. 실제로 미꾸라지는 9월부터 11월 사이가 제철로 가을에 미꾸라지가 가장 살이 찌고 맛이 좋으므로 추어탕은 가을철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단다. 하여 다른 메뉴가 있다 해도 추어탕을 시켰을 테지만 괜스레 말을 걸어본다. "추어탕 말고 다른 메뉴는 없어요?"

"저희는 제대로 된 영양 만점 추어탕만 팝니더."

바삭하게 구워낸 조기구이와 양념게장과 깍두기와 김치, 몇 가지 나물 등 밑반찬이 놓이고 부글부글 소리마저 먹성스럽게 끓는 뚝배기에 담긴 추어탕이 나왔다.

   
 
  /김구연 기자  

"우리 집에 처음 오셨습니꺼? 매운 거 좋아하시면 다진 청양 초를 조금 넣어서 드시고, 아니면 그냥 드시모 됩니다. 제피(초피)가루가 좀 강하니 조금만 넣으시고요."

일단 국물 그대로 맛을 봤다. 들깻가루의 고소한 맛이 입 안에 퍼지면서도 맑고 시원하다. 살짝 얼큰하기도 하다. 국물이 깔끔한데도 비린내는 전혀 없다. 푹 삶아진 무청 시래기의 보드라움과 시원한 국물이 조화를 이뤄 입이 즐겁다. "갱상도는 시원하게 끓여내는 것이 특징입니더. 그래서 우리는 다진 양념을 따로 내지 않고 청양 초만 양념으로 내놓는다 아입니꺼?"

미꾸라지국을 끓이는 데는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수복추어탕'은 미꾸라지를 1시간 정도 푹 삶아 으깨어 끓인다. 미꾸라지를 맹물에 넣고 폭 고아서 소쿠리에 건져 내장과 뼈만 남게 걸러낸다. 물론 모두 손으로 한다. 어떤 집은 푹 곤 미꾸라지를 갈아 뻑뻑하게 내놓기도 하는데 수복추어탕은 시원하고 맑은 국물을 위해 옛날 집에서 하던 방식 그대로 소쿠리와 손만으로 일일이 치대서 살만 빼낸다.

진해가 고향인 정민자(51) 사장은 8년 전 남편과 함께 전형적인 경상도식 추어탕으로 승부를 걸었다. "추어탕은 지역별로 만드는 방식이 달라요. 남쪽지방은 미꾸라지를 삶아 으깨어 체에 거르는 것은 비슷한데 들어가는 부재료가 좀 달라요. 전라도식은 국물이 걸쭉한 편이고 경상도는 국물이 맑은 편이죠. 저는 전형적인 경상도 식에다 집에서 하던 그대로의 방식으로 경상도 사람의 입맛에 맞추었죠. 또 100% 미꾸라지만 씁니다. 싱싱하고 정직한 재료를 쓴다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요. 다른 건 몰라도 건강식으로는 남에게 뒤지고 싶지 않아요. 몸을 보한다고 추어탕을 드시러 오는데 적어도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들어야죠. 밑반찬도 양념게장하고 김치 말고는 그날그날 달라요. 그날 장본 싱싱한 재료로 만들거든요."

미꾸라지 이외에 들어가는 부재료는 다른 추어탕 집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맑은 국물이 매콤하면서도 정말 개운해 비법을 물었다. 주방일을 책임지는 정 사장은 "미꾸라지를 폭 삶고 난 후 하루 정도 숙성을 시켜야 깊은맛이 나요. 비법이랄 것까지 있나요? 손님들이 시원하고 깔끔해 질리지 않는다고 하네요. 일일이 손으로 다 하는 말 그대로 손맛 아니겠습니꺼?"

메뉴가 단출하다는 질문에 "처음에 장사를 시작하고 사람들이 정말 많이 왔어요. 그 땐 일단 추어탕으로 시작해 다양한 메뉴를 만들어 볼까 생각했는데 바빠서 정신이 없었죠. 그러다 시간이 지나니 다른 메뉴를 개발해볼까하는 욕심이 나기도 했지만 아직은 추어탕에 집중하고 싶어요. 이것 하나라도 제대로 하자는 마음이 드네요."

미꾸라지가 여느 육고기처럼 맛있는 부위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부재료를 빼고는 요리법도 대략 정해진 음식이니 추어탕은 정말 정성과 손맛이 답일 듯하다.

날씨의 장난이 계속되고 있다. 일교차가 커서 기운빠지는 이때에 개운하고 알싸한 추어탕 한그릇으로 뱃속을 든든히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 가고 내일 가더라도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을 듯하다.

소화흡수율 뛰어난 미꾸라지, 어린이·노인 영양식

예부터 원기를 북돋는 보양식으로 잘 알려진 추어탕.

동의보감에는 미꾸라지가 성질이 따뜻하고 몸을 보하는 기운이 있어 가을에 효능이 좋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여름내 더위로 잃은 원기를 회복시켜주는 보양식으로,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미꾸라지는 소화흡수율이 뛰어나 어린이나 노인들의 영양식으로 그만이란다. 또 미꾸라지에 포함된 지방은 대부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불포화지방산으로 구성되어 있어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항산화와 항암효과가 있는 비타민 A와 체내 신진대사를 도와주는 비타민 B2도 다량 함유되어 있다. 빈혈을 예방하는 철분도 쇠고기의 4.5배에 달한다.

또 칼슘의 흡수를 촉진해 뼈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는 비타민 D도 들어 있기 때문에 어린이의 성장발육이나 중년기의 골다공증을 예방해주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메뉴 및 위치

   
 
△추어탕 8000원.

창원시 진해구 자은동 959-2번지 1층. (055) 546-3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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