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공무원] (12) 진주시청 토지정보과 김정로 씨

진주시청 풍물패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김정로(56·토지정보과 새 주소 담당) 씨는 20년 이상 '풍물선생'으로 불리고 있다. 그는 풍물과의 인연을 빼고는 설명이 어려운 사람이다. 풍물 때문에 사람들과 교분을 쌓았고, 공무원 노조 활동을 했고 해고의 아픔도 겪었다.

풍물은 우연히 만났다. 1991년 방송대에 다닐 때 임원을 맡아 축제를 주관했는데 다른 지역에서 풍물패가 와서 연주하는 것을 보고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동료를 규합해 학내 풍물패를 만들었고, 전문가를 초청해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갔다.

일주일에 두 번씩 모여 연습을 했는데 그가 유일한 공무원이었다. 당시 풍물뿐만 아니라 소리와 탈춤까지 여러 장르를 배웠다.

태평소를 연주하고 있는 김정로 씨. 그는 "농악에 태평소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양지차"라며 태평소를 극찬했다. /김종현 기자

1995년 진주시와 진양군이 통합하고, 통합시 전 직원 체육대회가 있었는데 풍물패를 이끌고 공연을 했다.

신명나는 무대를 연출하면서 큰 박수를 받았고, 공무원들 사이에서 "저 사람이 누구냐, 공무원이냐, 전문간데"라는 반응을 얻었다.

몇 개월 뒤 관심이 있던 시청 직원들을 규합, 시청 풍물패 '남가람 풍물단'을 만들었다. 거창한 정기 발표회는 없었지만 시간이 나고 공연을 요청하는 곳은 어디든 달려갔다.

남가람 풍물단은 2000년 시민의 날에 오프닝 공연을 했고 미국 공연과 일본 공연도 다녀왔다. 2006년 금강산 공연도 했다. 2009년 전국 풍물경연대회와 공무원 문예대전에도 참가하는 등 남가람 풍물단은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었다.

현재 시청 풍물패는 30명 정도가 참가하고 있으며 매주 1회 시청 내 지하 연습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풍물단을 이끌고는 있지만 강습에만 매달리지 한 번도 단장직을 맡지는 않았다. 강사와 단장을 한꺼번에 맡게 되면 자칫 조직에 잘못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고사하고 있다.

그는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바빠졌다. 진주시가 2000년 시민의 날에 전 읍면동의 풍물패를 한데 모아 풍물 한마당을 만들었기 때문. 37개 읍면동에 풍물패가 만들어지고 필요한 풍물 장비를 보급했다. 전 읍면동에서 본격적인 연습에 돌입하면서 강습 쇄도가 잇따랐다. 하지만, 그는 '공무원이 정기 강사가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여겨 직접 강습을 하기보다는 지역의 전문단체와 연결해주었다. 그래도 꼭 강습을 원할 때는 직접 읍면동에 나가 강습을 했다. 그때 인연으로 풍물 하는 사람을 많이 알았고 지금도 남강유등축제와 개천예술제 때 나가면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몇 년 전부터는 태평소에 빠져 있다. "사람들이 풍물을 좋아하지만 시끄럽다고 여기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태평소가 추가되면 다른 소리를 감싸주기 때문에 화합이 이뤄지면서 전체적으로 듣기 좋은 음악이 된다. 그게 태평소의 매력이다. 농악에 태평소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양지차"라며 태평소를 극찬했다.

노조와의 인연도 빼놓을 수 없다. 2004년 공무원 노조의 전신인 직장협의회가 출범할 때 관여했다. 당시 공무원노조법을 두고 논란이 있을 때 가만히 있으면 공무원으로서 수치라는 생각을 했고 같이 하자는 제안에 흔쾌히 동참했다. 결국, 부지부장을 맡았고 6명과 함께 해임됐다. 6개월 정도 어려움을 겪다가 복직됐다.

그는 "누군가는 나서야 했고 입장을 대변할 사람도 있어야 했다.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런 활동이 뒷받침돼서 지금은 직원들의 복지가 많이 좋아졌다고 자부한다. 필요한 단체이고 상생하는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희망을 묻자 "지금까지 풍물을 한다고 주어진 임무를 소홀히 한 적이 없다고 자부한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내가 가진 것을 후배들에게 모두 전하고 싶다. 최근 지역의 전문단체에서 함께 공연하자는 제의가 들어와 고민 중이다. 퇴직 후에는 지역 문화단체에서 봉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지금 맡은 새 주소 업무 홍보도 빼놓지 않았다. "진주의 새 주소 부여 체계는 합리적이고 잘 만들어졌다. 몇 번만 불러주고 쓰면 뜻밖에 쉽다. 쓰는 사람이 많아져야 빨리 정착한다. 먼저 자기 집 새 주소부터 외워 쓰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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