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어둑한 새벽, 많은 학생들이 떼를 지어 모여 있다. 둘러서서 이야기도 하고, 신문지를 덮고 잠을 자기도 하고, 신문지로 불을 피워 언 발을 녹이기도 한다. 조용한 새벽을 깨우는 이 부산한 움직임에 슈퍼 아주머니가 잠이 깨어 가게문을 열고 새벽장사를 시작했다. 밤 11시 정도부터 모이기 시작한 학생들은 새벽 2시께 다 모였다.
이른 새벽부터 자리를 잡고,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다른 학교 학생들과의 자리 싸움도 치열하다. 바로 2002학년도 대학 수학능력 시험이 치러진 지난 7일 새벽, 후배들이 시험치는 선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먼동이 터 오자 언 몸으로 밤을 샌 학생들이 움직인다. 일렬로 줄을 서서 응원을 맞춰 보기도 하고, 준비해 온 차와 초콜릿 등을 차리느라 바쁘다. 경찰차로 시험지가 배달되고 선배들을 기다리며 응원하는 후배들의 얼굴에 사뭇 긴장감이 감돈다.
드디어 한 두 명씩 선배들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후배들은 준비한 차를 따라 주기도 하고, 힘껏 목청 높여 응원한다. “선배님, 시험 잘 치세요”, “선배님, 파이팅”을 외치는 후배들의 목소리가 힘차다. 취재온 사진기자 한 분이 열심히 응원하는 우리를 보고, “허허, 그놈들 참 잘하네” 하시며 너털웃음을 지으시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이 취업 및 사회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학 수학능력 시험 또한 그 중요성이 크다. 따라서 수능시험에 대해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선생님.후배들의 관심이 뜨거울 수밖에 없고, 시험을 잘 치라는 염원을 담아 응원이나 삼천배 등을 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능한파로 살을 에는 추위 속에 수능시험이 치러졌다. 매서운 추위와 더불어 긴장감과 초조함으로 수험생들은 힘든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수능한파를 녹일 만큼 열띤 후배들의 응원은 수험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선배들을 응원하는 후배들의 따뜻한 사랑의 외침이 있는 한 수험생들은 앞으로도 수능시험 날의 ‘수능한파’를 거뜬히 이겨 낼 수 있을 것이다.
배은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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