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있습니다] 학교운동장, 어른들 좌지우지 이제 그만

학교운동장에서 1급 발암물질, 석면이 검출되었습니다. 2009년에는 아기들이 사용하는 베이비파우더에서, 올 초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안동 하회마을 주차장에서 검출되었고, 이제는 아이들이 뛰고 구르며 노는 학교운동장에서 검출됐습니다.

바늘처럼 날카로운 석면은 공기 중에 비산되어 폐로 흡입되면 폐 조직에 박혀 10~30년 잠복기를 거쳐 증피종암, 폐암, 석면폐 등 치명적인 폐질환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번에 학교운동장 조성에 사용된 감람석은 안동의 사문석 광산에서 공급된 것이라고 합니다.

1급 발암물질인 백석면이 사용금지 기준의 37배를 초과한 3.75%가 검출돼 비닐덮개로 전면 폐쇄된 밀양 밀주초등학교 감람석 운동장. /경남교육청

지난 1998년부터 맨땅 운동장에 천연잔디를 깔면서 시작된 학교운동장 사업은 처음에는 천연잔디, 다음은 인조잔디와 우레탄으로 뒤덮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인조잔디와 우레탄 운동장에 대해 석유화학제품 등 많은 유해물질이 쓰이는 운동장 조성사업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2010년부터 '친환경'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감람석모래, 마사토, 황토를 운동장에 까는 흙운동장 사업이 진행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천연잔디, 인조잔디, 우레탄, 흙운동장 등 이름과 재료는 다르지만 모두 기존 운동장을 리모델링하는 사업이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학교운동장 조성사업의 80% 이상을 차지했던 인조잔디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한여름에는 표면온도가 60℃ 이상 올라가 서 있지도 못할 정도이고, 놀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피부에 닿는 부분에 찰과상과 함께 화상을 입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완충재로 쓰인 고무조각이나 접착제, 석유화학제품인 인조잔디(플라스틱류)에서 불쾌한 악취가 나고, 한여름에는 운동장 쪽 창문은 당연히 열지 못합니다. 또 인조잔디는 빗자루 청소도 어렵습니다.

청소시간이면 운동장 청소를 맡은 반 아이들은 쪼그려 앉아 손으로 일일이 인조잔디 사이에 박힌 쓰레기들을 주워냅니다. 그리고 인조잔디는 시일이 지나면 탈색되면서 오래된 노끈이 갈라지고 삭아없어지는 것처럼 아주 가늘게 쪼개지고 뜯기게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은 인조잔디 조각들은 처리하기 어려운 골치아픈 폐기물이 됩니다.

이처럼 인조잔디 운동장 조성이 각 지역에서 논란이 되고, 사업 변경까지 이르게 되자 그 자리를 대신하겠다고 나온 것이 이른바 '친환경 흙운동장'입니다. 감람석모래나 마사토를 깔거나 황토를 깐다는 것입니다. 이 중에 감람석을 깐 운동장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된 것입니다.

경남지역에는 하동초등학교와 밀주초등학교에서 감람석을 깔았고 석면이 검출됐습니다.

그동안 1년 이상 이 두 학교의 아이들은 1급 발암물질 석면이 검출된 학교운동장에서 축구 시합을 하느라 뛰어다녔습니다. 석면 검출 확인이후 밀주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만난 아이들은 학기 중에는 평균 1주일에 3번, 방학에는 거의 매일 3시간 이상 운동장에서 축구 경기를 했다고 합니다. 공을 차면서 일으키는 모래먼지, 바람에 날리는 모래먼지 속에 석면이 뒤섞여 아이들이 들이마시는 공기와 함께 폐 속으로 들어갔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감람석 모래란 것이 원래 암석을 잘게 부순 것에 불과합니다. 때문에 석면 문제가 아니었더라도 아이들은 감람석 모래가 깔린 운동장에서 많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원래 돌을 갈아서 만든 것이라 인조잔디처럼 표면 온도가 많이 올라가 화상위험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모래먼지를 마시게 되면 두통이나 목의 통증이 있었다고 합니다. 미끄럽지 않다고는 하지만 표면이 거칠기 때문에 넘어질 경우 찰과상을 심하게 입는다고 합니다. 이 모두가 아이들의 말입니다.

흙운동장을 인조잔디 감람석모래운동장으로 변경을 주도하였던 어른들이 보는 운동장과 아이들이 접하는 운동장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학교운동장을 새로 단장하는 이유를 보면, 우선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먼지가 많다고 민원을 제기하거나, 아이들이 학교에 다녀오면 옷에 묻혀오는 모래나 먼지 때문에 불결하다는 이유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학교운동장에서 운동을 하려는 어른들이 깨끗하게 단장된 학교운동장을 개방해 달라고 요구합니다.

조기축구회 회원들은 인조잔디를 깔고 주말마다 통째로 빌려 사용합니다. 하지만 그 어느 요구에도 아이들을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은 부족해 보입니다. 어른들이 학교 운동장이라는 공간을 어른 위주로 만들고 사용하고 싶은 욕구가 더 큰 탓에 운동장의 주인인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출입을 통제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학교운동장에서 플라스틱 인조잔디를 걷어내고 석유화학제품 우레탄을 걷어내고 감람석모래를 걷어내어 건강한 흙운동장을 아이들에게 돌려줍시다.

/김은경(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총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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