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형설지공' 반딧불이

형설지공(螢雪之功).

중국 동진 때 사람 차윤이 집안이 하도 가난해 등을 밝힐 기름을 살 돈이 없어 여름밤 반딧불이를 잡아 그 빛으로 책을 읽었으며, 손강은 겨울에 눈(雪) 빛으로 밤을 밝히며 책을 읽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온갖 고생을 하면서 학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뜻으로 졸업식 축사에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다.

늦반딧불이 암컷. /김인성 원장

정말 그랬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만하다. 그러면 반딧불이가 얼마 정도이면 책을 읽을 수 있을까?

반딧불이 80마리를 잡아 모아보면 쪽 당 20자가 인쇄된 천자문을 읽을 수 있다. 200마리 정도이면 작은 신문의 글씨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반딧불이 한 마리가 3럭스(lux)의 빛을 발한다. 일반 사무실의 밝기는 평균 500 럭스 정도이니 적어도 167마리이상이 모여야 겨우 방 한 칸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반딧불이가 빛을 내는 것은 짝을 찾기 위해서다. 수컷이 빛을 내며 사랑을 구하면 암컷도 빛을 내 사랑을 허락한다. 발광 생물은 '빛(光)으로 말(言)'을 한다. 벌은 몸을 흔들어서, 매미나 개구리는 소리로, 나방은 냄새로, 파리나 모기는 날개의 떪(진동)으로, 박쥐는 초음파로 의사소통을 하지만, 반딧불이의 암수는 깜빡깜빡 빛을 내며 사랑으로 애틋해진 마음을 알리고 알아낸다.

반딧불이 아랫배의 끄트머리 두세째 마디에 특별히 분화한 발광기관이 있고, 거기에서 발광물질인 루시페린(luciferin)단백질이 산소와 결합하여 산화루시페린(oxyluciferin)이 되면서 빛을 내는데, 그래서 발광 마디에는 산소 공급을 넉넉히 하기 위해 기관(air tube)이 발달되어있다.

반딧불이를 흔히 '개똥벌레'라고도 한다. '개똥'이란 길거리에 널려 있다시피 흔한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처럼 반딧불이도 옛날에는 너무 흔했기 때문에 개똥벌레라고 불리지 않았나 생각된다.

또 반딧불이는 습기 찬 곳을 좋아한다. 밤에 짝을 찾으러 나왔다가 미처 숨지 못한 반딧불이가 마을 주변에 널려 있는 개똥이나 소똥 밑에 피해 있었을 수가 있다. 똥 밑에는 습기가 많고 어두워서 낮 시간을 지내기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반딧불이가 똥을 먹고 산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생물발광(bioluminescence)은 에너지 전환 효율이 아주 높아서 백열전구에서는 고작 전기에너지의 10% 정도가 가시광선으로 바뀌고 나머지는 열로 빠져나가는데 비해 반딧불은 90%가 가시광선으로 바뀌기에 열이 거의 없는 냉광(cold light)이다. 수풀에서 하늘을 우러러 "자기, 나 여기 있어" 하고 '사랑의 신호'를 날려 보내면 사방팔방 떼 지어 나부대던 수컷들이 살포시 내려앉아 암컷과 사랑을 나눈다. 인간은 사랑을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지만, 반딧불이는 사랑에도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에 어리석은 인간보다 낫다.

/김인성(우포생태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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