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 (11) 창원시 열린시장실 황규종 실장

그는 언제나 황급하다. 잰걸음에 빠른 말투, 말을 하면서도 주변을 급하게 살피는 눈동자까지 어느 것 하나 민첩하지 않은 게 없다. 일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그가 직접 만나는 민원인들만 하루 평균 12~13명이라고 했다. 창원시 열린시장실 황규종(50) 실장이다.

열린시장실 문을 연 2007년 10월부터 이곳에서 일해왔다. 중간에 1년 시장 비서실로 갔던 것을 제외하고 4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 그 시간이 그의 행동을, 인상을 변하게 만들었을 법했다. 바로 묻고 싶었지만, 잠시 뜸을 들였다.

   
 

열린시장실에서는 공익근무자를 포함해 모두 5명이 일을 한다. 황 실장이 가장 어렵고, 마지막 단계라 할 수 있는 민원인 직접 면담 업무를 맡았다. 그리고 창원시 홈페이지 시민의 소리를 맡고 있는 문영기 주무관, 시장과의 데이트 담당 공태경 주무관과 보고서·답변서 담당 서정란 주무관 등이다.

잠시 묵혔던 질문을 이들에게 했다. "여기서 오래 일을 하시면 인상이 변하시겠는데요?" 특히 집단 민원의 경우, 대부분 급박하고, 거칠고, 험악한 표정과 말투의 민원인 요구를 보고 들을 수밖에 없는 위치이기 때문에 던진 질문이었다.

대부분 이런 상황에 부닥치는 황규종 실장은 의외로 담담하게 웃을 뿐 즉답을 하지 않았다. 뒷자리의 공태경 주무관이 이렇게 답했다. "점점, 돌부처 상이 돼가는 거지요, 뭐(웃음)."

황 실장을 인터뷰한 날이 금요일이었다. 상대적으로 민원이 적은 날이라고 약속을 잡았는데, 이야기를 시작한 지 5분도 안 돼 민원인 3명이 들이닥쳤다. 벌써 화가 나 있다.

"아니, 이게 몇 번쨉니꺼. 오늘 세 번째 오는 거 아입니꺼. 대구에서 왔다갔다하는 것도 얼마나 힘든데…."

마산합포구 진동면 진동토지구역정리사업지역 안에 다가구주택, 즉 원룸을 지으려고 하는 대구 사는 민원인인데, 도시계획선 때문에 공사를 하지 못한다는 사연이었다. 마산합포구청 담당과를 찾아갔지만 답을 찾지 못했고, 지난달 20일 이후 세 번째 열린시장실을 찾은 것이다.

10분 정도 민원인의 속사포 같은 불만을 듣고 있던 황 실장이 숙고 끝에 방안을 냈다. "오늘 오후에 구청장과 담당 과장을 함께 만나시죠. 해결책을 낼 수 있게 말입니다."

그리고 황 실장은 마산합포구청장과 건축과장, 산업입지과장 등에게 일일이 전화를 했다.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데도 때로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아니, 이건 뭔가 대책이 있어야 안 되겠습니까? 벌써 몇 번째 대구에서 왔다갔다하고, 오늘도 새벽밥 먹고 왔다 그러는데 말입니다."

상급자에게 '아슬아슬하다' 싶을 정도였다. 뒤에 그의 설명이 있었다. "열린시장실의 민원 해결 기능을 감안하면 직급을 떠나 일을 해결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 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이해를 해주시고, 그러고 나면 민원인들도 훨씬 신뢰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아요."

아니나 다를까, 처음에 화를 내고 들어왔던 민원인들이 인상을 풀고 돌아갔다.

이 과정은 단순히 황규종 실장의 업무 노하우에 그친 것이 아니었다. '집단 민원 표준 처리 절차'에 나와 있는, 정리가 된 매뉴얼에 근거한 것이었다. 담당 구역 내 모든 민원은 구청장 책임하에 두고, 현장 방문 행정과 담당 과장 전원 협의를 통해 문제 해결책을 내는 과정이다.

이 매뉴얼이 시행된 지난 8월 이후, 시장실 앞 농성 같은 형태로 집단 민원 처리가 악화된 예가 없었다는 점도 소개됐다. 최근 정리된 진해구 성광교회 교육관 증축 관련 집단 민원도 이 과정을 거쳐 해결됐다.

현재, 도내에서 민원 해결 전문 기능을 가진 열린시장실은 진주시와 창원시 두 곳뿐이다. 확산돼야 한다는 황규종 실장의 마무리 말이 인상 깊었다.

"민원을 방치하면 안 됩니다. 어쨌든 해결해야 합니다. 놔두면 장기화되고, 그러면 시민이나 행정이나 손실만 커지게 됩니다. 시정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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