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앙동 이진욱·문채원 씨 부부

◇'화이트데이'가 결혼기념일 = 신부 문채원(31) 씨와 신랑 이진욱(34) 씨는 옛 마산지역 출신이다. 2010년 '화이트데이'(3월 14일)에 결혼한 부부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앙동에 살고 있다. 문채원 씨는 전업주부다. 결혼 전에는 부산에 있는 한 병원에서 행정 일을 했다. 이진욱 씨는 창원시 의창구에 있는 직장에서 산업 디자이너 일을 한다.

◇접근성을 고려한 예식장 = 부부는 마산아리랑관광호텔에서 결혼식을 했다. 지인들이 마산지역에 많이 살았고 멀리서 오는 분들도 고려해 채원 씨와 진욱 씨가 함께 골랐다.

"마산역 앞이어서 접근성이 좋아요. 멀리서 오는 어르신들이 찾기 쉬울 것 같았어요. 또 옛날부터 사람들이 많이 알던 곳이니 설명하기도 좋았고요."

이진욱·문채원 씨가 신혼여행 도중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헬기투어를 하는 모습.

◇고등학교 동아리 연합으로 닿은 인연 = 문채원 씨는 마산 성지여고를, 이진욱 씨는 마산 중앙고를 졸업했다. 부부는 고등학교 동아리 연합을 통해 연이 닿았다.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을 했고요. 또 학교마다 있는 같은 동아리들이 모여 연합 활동을 하곤 했어요. 오빠와 3살 차이가 나니 같은 시기에 활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이 모임을 통해 만나게 된 셈이지요."

문채원 씨는 첫 데이트를 2004년 정도로 기억했다. 이진욱 씨는 창원에서, 문채원 씨는 부산에서 학교를 다닐 때였다.

"그때 오빠가 부산국제영화제 표가 있다면서 제가 부산에 있으니 같이 가자고 했어요. 표가 남아서 그런 것처럼 심드렁하게…. 그게 첫 데이트였던 것 같아요. 이후 계속 연락한 것은 아니고, 한 번씩 만나고 그랬지요."

채원 씨가 기억하는 진욱 씨 첫인상은 평균 이상이었다. 사람을 대하는 매너가 좋고, 나름 개성 있게 자신을 꾸밀 줄도 알았다. 문제는 채원 씨 취향이 아니었다.

"저는 남들에게 너무 잘해주고 하는 그런 스타일이 별로였거든요. 어쨌든 제 취향은 아니었어요."

진욱 씨는 채원 씨 첫인상에 대해 "그냥 동글동글했다"고 말했다.

연애를 시작했다고 할 만한 시기는 지난 2009년부터다. 채원 씨는 부산에서, 진욱 씨는 창원에서 일했는데 진욱 씨가 부산 출장이 잦았다. 채원 씨가 부산 직장에 있을 때면 진욱 씨가 출장을 와서 만났고, 채원 씨가 마산 집에 있을 때면 또 마산에 있다고 만났다. 그렇게 밥도 먹고 영화도 보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누가 먼저 사귀자고 말할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연인이 됐다.

◇신부에게 바친 기안서 = 2010년 1월 채원 씨가 직장을 다니면서 지낸 오피스텔에서 작은 이벤트가 열린다. 진욱 씨는 풍선, 리본, 촛불, 케이크 등으로 청혼 이벤트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분위기를 꾸몄다. 그리고 휴지로 꽃을 만들어주는 간단한 마술까지 준비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이벤트는 채원 씨에게 특별한 게 아니었다. 진욱 씨가 준비한 카드는 바로 기안서였다.

"회사에서 쓰는 기안서와 똑같은 양식이었어요. 청혼서라고 적고, 문서번호 적고, 기안일자는 청혼한 날, 시행일자는 '결재를 얻은 후부터' 이런 식이었지요. 입금계좌는 오빠 주민등록번호였어요. 제가 승낙하면 오빠에게 가는 게 되니까. 기한은 '평생'이고요. 재미있고 특별했어요."

진욱 씨는 순수하게 자신이 짜낸 아이디어라고 주장했다. 어쨌든 이 기안서에 결재를 한 채원 씨는 순간 '아! 낚였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돌이켰다.

"어른들에게 잘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어요. 처음에는 별로였던 첫인상도 내 사람이 되니 오히려 좋은 것 같아요."

채원·진욱 씨 부부 자녀계획은 3명이며 지금 1명 추진 중이다. 3명 성별을 따지지는 않는데 이왕이면 섞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소소한 행복이 인상 깊었던 여행 = 결혼식은 간단하게 치렀다. 보통 친구들이 나서는 축가나 이벤트 같은 것도 생략했다. 먼 곳에서 오시는 분들이 어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긴 예식은 피하기로 했다.

신혼여행은 호주를 택했다. 홍콩을 거쳐 호주 시드니, 브리즈번을 가는 코스였다. 홍콩은 김해에서 호주로 바로 가는 비행기가 없어서 선택한 경유지였다. 김해에서 김포, 김포에서 인천을 거쳐 호주를 가느니 김해에서 홍콩을 거쳐 호주로 가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만족스러웠다. 호주에서 보내는 일상 또한 기대 이상이었다.

"현지 음식도 잘 맞았어요. 날씨도 화창했고, 그러다가 한 번씩 내리는 시원한 비도 괜찮았고. 원주민이 해주는 바비큐, 배를 타면서 지나치는 호화주택을 보는 것도 재밌었고요. 무엇보다 둘이서 멀리 여행을 떠나며 느끼는 설렘이 좋았지요."

채원 씨는 호주에서 요트를 타면서 우연히 스친 노부부 얘기도 덧붙였다.

"들여다보면 그 부부에게도 애환이 있겠지요. 하지만, 저희가 보기엔 너무나 평온하고 행복했어요. 그런 부부를 닮으면서 살자고 남편과 다짐했어요."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이 면에 결혼 기사를 싣고 싶으신 분은 이승환 기자(010-3593-5214)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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