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조건은 무엇일까? 예술은 배우는 것보다는 스스로 깨우쳐야하는 부분이 많아서인지 독학한 예술가들이 유독 많다. 흔히 17세기와 18세기 독학예술가의 시대를 거쳐 19세기 말부터 20세기에 걸쳐 여러 유파의 흥망성쇠를 거치는 와중에서도 유파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자생적으로 획득된’이라는 의미의 라틴어에서 파생된 나이브 아트(Naive Art)가 있었다. 이들은 각기 어떤 직업에 종사하고 있었고, 대부분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못했다. 세관원에서 화가로 전향했던 앙리 루소(1844∼1910)가 자유분방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독학으로 미술을 배웠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미술의 양식문제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들. 한국의 박수근도 프랑스 최고의 설치미술가 볼탕스키도 중국의 제백석도 스스로 미술을 배웠다.  

20세기 현대 미술사를 논함에 있어 빼 놓을 수 없는 그들은 하나같이 예술가가 될 수밖에 없었던 나름대로의 이유와 목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20세기 미술의 대가 요셉 보이스가 남겼던 ‘우리 모두는 다 예술가’라는 말은 곧 미술계의 예언이 되었고 지금 지구상 곳곳에는 비정규 코스로 혹은 독학으로 성공한 예술가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장 미셀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 1960∼1988)의 낙서와 같은 기호와 글자들이 그렇게 탄생했고, 영국 뱅크시(Banksy)의 그래피티가 그렇게 탄생했다.

키네틱 예술가 쟝 팅겔리의 부인인 프랑스 누보레알리즘 조각가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Phalle)은 18세 때 모델로 일하다가 20대에 신경쇠약을 달래기 위해 그림을 시작해서 1961년 ‘슈팅 페인팅(shooting painting)’으로 누보레알리즘 작가 이름을 얻었다. 한때 의학도였던 볼프강 라이프는 의학의 한계를 예술로 극복하기 위해 예술가의 길을 택했고 유도 코치로 이름을 날렸던 이브 클랭은 정신의 자유를 위해 예술가의 길을 선택했다. 사진작가 패트릭 카리우(Patrick Cariou)의 사진들을 무단으로 도용했다고 최근 화제가 된 세계적인 패러디작가 리차드 프린스(Richard Prince,62)도 미술대학을 나오지도 않았고, 사진을 특별히 배우지도 않았다.

미국의 타임지가 ‘세계 10대 건축’으로 선정한 2008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을 설계한 중국의 설치 예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도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오직 독학으로 건축을 배웠다.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한 윤석남도 마흔이 넘은 나이에 스스로 작가가 되었고, 뉴욕의 신화가 된 김아타도 독학으로 작가가 되었다. 세계적인 작가 백남준은 미술대학을 다니지는 않았지만 함부르크 대학에서 미술을 가르쳤다.

   
 

대학이 가르쳐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등록금을 요구하는 우리나라의 미술대학들이 생각해봐야할 부분이다. 

/황무현(마산대학 아동미술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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