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그러대요. 음식 장사는 누군가에게 밥을 먹여주는 베푸는 직업이라고요. 그래서 무엇보다 소중한 일이고 정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칠봉돼지국밥' 집의 숨은 공로자는 따로 있었다.

주방 한쪽 뜨거운 불 옆에서 펄펄 끓는 솥에 연신 국자를 오가며 토렴하고 있는 장칠봉(60) 씨. 뚝배기에 밥을 먼저 담고 국밥의 종류에 따라 삶아놓은 수육, 내장, 순대 등을 넣어 뜨거운 육수로 토렴하는 것은 온종일 손목을 써야 하기 때문에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때그때 토렴해서 내어 놓아야 맛이 좋아서 그는 땀을 닦을 새도 없어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주문과 동시에 바쁘게 손을 놀린다.

"따로국밥이라 해서 밥과 국밥을 따로 내기도 하지만 원래 국밥은 제대로 토렴해야 맛이 좋아요. 딸은 갈수록 사람들이 따로국밥을 선호한다고 이것만은 전수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진짜 국밥은 토렴해야 제 맛이 나죠."

장 씨는 1980년대 초 진해 중앙시장 안에서 분식과 국밥 등을 팔던 '얄개집'을 운영했다. 그때도 솜씨가 좋아 장사가 무척 잘됐다. 10년 정도 장사를 하다 다른 사업을 시작했지만 그의 솜씨를 아는 주위 사람들이 기술을 전수해 달라는 부탁으로 드문드문 문을 여는 국밥집에 가서 일을 돕기도 했다. 그러다 주위에서 '그 아까운 솜씨로 왜 남 좋은 일만 시키느냐?'라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 끝에 딸 장희정 씨와 함께 2년 전 이곳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큰딸과 아내 전순악(53) 씨와 동생 지숙(30) 씨와 함께 국밥집 문을 열었다.

갈수록 손님들이 늘어 지금은 친척들도 일을 돕고 있다.

십수 년 전 얄개집에서 간식과 끼니를 해결했던 학생들과 군인들이 이곳에 와서 '얄개집 아저씨' 하며 반가워할 때 보람을 느낀다는 장 씨는 "남는 게 없으면 어때요? 적게 벌어서 적게 쓰죠?"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새벽 1시나 2시쯤 나와 육수를 끓이고 고기를 삶는 등 짜인 일을 단 하루도 게을리해 본 적이 없다. "올해 초 구제역 때문에 할 수 없이 국밥 가격을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올렸어요. 그게 좀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그만큼 좋은 재료를 집에서 먹는 밥처럼 배부르게 먹고 가게 하려고 합니다. 손님 중에 인근 중공업에서 일하는 분들이나 군인들이 많은데 더 좋아하시죠."

희정 씨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장사를 하셔서 늘 외로웠죠. 부족함이 없이는 자랐지만 부모님을 존경하는 마음은 없었는데 이 일을 시작하고 보니 아버지를 존경하게 됐어요"라며 "지금도 힘들다는 말이 절로 나오지만 멀리서 소문 듣고 오신 손님들이 가업을 이어서 하는 저를 기특하게 여기시고, 제 손을 잡고 정말 잘 먹고 간다라고 말하면 그만큼 보람도 커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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