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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윳빛 사골육수에 '고기 반 밥 반'

[경남 맛집] 창원시 진해구 이동 '칠봉돼지국밥'

최규정 기자 gjchoi@idomin.com 2011년 09월 15일 목요일

경상도 지역에서 흔하디 흔한 것이 '돼지국밥 집'이다. 서울·경기·충청 등지에서는 순대국밥이나 쇠머리국밥 업소는 많지만, 돼지국밥은 밀양 등 경상도와 부산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다. 한국전쟁 때 북쪽에서 내려온 피란민들이 값싼 돼지고기로 국밥을 끓여 먹은 것이 유래라고들 하는데 사실 그 이전부터 먹어왔다는 이야기가 있어 정설이라고 믿기에는 어렵다.

어쨌든 돼지국밥은 쓰린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해장 음식으로, 혹은 부담없이 한 끼 든든하게 먹기에 손색이 없는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다. 그 때문에 경상도에는 '난다 긴다'하는 돼지국밥집들이 많다. 이런 이유로 돼지국밥 집을 맛집으로 소개하려니 더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진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인터넷 검색에서 진해 돼지국밥을 치면 꼭 들러야 할 필수 코스로, 또 다른 블로거는 '기다릴 때가 잦아요. 성질 급한 사람은 가지 마세요'라는 장난스런 충고로 거론되는 곳이 있다.

   
 
  창원시 진해구 이동 '칠봉돼지국밥'의 모둠 수육과 돼지국밥. /박일호 기자  

창원시 진해구 이동 '칠봉돼지국밥'.

점심때를 조금 비켜갔음에도 소문 그대로 사람들로 북적인다. 사진 찍으랴, 취재하랴 1시간 30분여를 국밥집에 있었는데도 한숨 돌릴 틈이 없다. 손님이 나간 자리를 치우기가 무섭게 또 다른 손님이 차지한다.

일단 돼지국밥과 모둠 수육을 시켰다. 자리를 잡자마자 밑반찬이 놓인다. 돼지국밥에 어울리는 배추김치, 깍두기, 부추김치. 양파초간장 절임, 생마늘, 풋고추, 된장, 새우젓, 다진 양념이다. 깻잎과 상추도 곁들였다.

일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불이 올라오고 그 위에 내장과 수육, 순대가 소담스레 담긴 모둠 수육이 놓였다. 무엇보다 잡내가 없고 부드럽다. 촉촉하게 온기를 머금은 수육은 그냥 먹어도 맛있고 새우젓을 살짝 얹어 깻잎에 싸먹어도 부드럽게 넘어간다.

곧 돼지국밥이 나왔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했던가. 맛집 취재하러 다니며 귀동냥으로 들으니 진짜 사골육수의 색은 맑은 우윳빛이라고 했다. 신기하게도 고기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육수의 색은 우윳빛이 옅어지며 맑아진다고 했다.

국밥을 수육과 함께 한 술 가득 떴다. 개운했다. 돼지고기가 주는 선입견인 기름짐이 없다. 오히려 밍밍하다고 느낄 만큼 맑다. 대신 숟가락을 뜰 때마다 고기가 밥만큼 건져 올려진다. '고기 반 밥 반'이다. 사장의 넉넉한 인심이 느껴질 정도로 푸짐하다는 말이 딱 어울리겠다.

   
 
  장칠봉 씨가 주방에서 연신 국자를 들고 토렴을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장희정(32) 사장에게 육수의 비법을 물었다. "일단 재료를 아끼지 않는다"라고 운을 뗀다. "집에서 끓이듯이 아낌없이 재료를 씁니다. 세금 내러 가면 정말 재료비로 이렇게 썼느냐고 되물을 정도로 저희는 제대로 된 음식재료를 넉넉하게 쓴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어요. 또 돼지국밥은 돼지머리 쪽을 써야 맛있는데 우리 집은 돼지머리만 사용합니다."라고 말했다. 돼지머리로 사골 육수를 내려면 핏물을 빼고 포를 떠야 하는 등 손이 많이 가지만 다른 부위보다 훨씬 맛이 좋아 하루도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했다.

장 사장은 "제대로 된 육수는 새우젓을 넣으면 맛이 달라지고, 들깻가루를 넣으면 또 맛이 달라져요. 우리 집에서는 이런 다양한 맛을 볼 수 있어서 사람들이 좋아해요"라고 말했다.

원래 장 사장은 진해에서 꽤 알려진 보세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다 아버지의 권유로 가업을 이어가게 됐다. 2년 전 대학교 3학년 때부터 10여 년 해왔던 옷가게를 접고 아버지에게서 국밥집 운영의 다양한 기술을 전수하는 중이다.

"가끔 아버지가 원망스러워요. 모든 장사가 힘들겠지만 국밥집을 운영하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더라고요. 우선 손이 많이 가요. 수육만 해도 그래요.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수육을 썰어야 하니 어깨와 손목이 남아나지 않아요. 또 한결같은 맛을 내려면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일을 매일 반복해야 하죠. 그래도 아버지는 원칙을 지키시려고 해요. 제대로 맛을 내는 법을 아는데 그 원칙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안 된다는 것이죠. 한번은 울면서 아버지한테 왜 이렇게 힘든 걸 나한테 이어가라고 했느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아버지께서 우리가 가진 기술로 사람들에게 맛있는 걸 나눠주는 게 행복하지 않으냐고 하시더라고요. 속이는 거 없고, 재료도 아끼지 않다 보니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장사는 잘되는데 남는 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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