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문인화 같은 서정성 담아내

이상옥 창신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우리 시단에서 다소 낯선 '디카시'와 '포착시'라는 개념을 소개하고 여기에 맞춰 시적 실천을 해가는 이인이다. 그는 시를 쓰면서 자신의 시론이라 할 수 있는 '디카시'론과 '포착시'론을 지속적으로 치밀하게 구축해 나가고 있으며 여기에 입각해 시를 쓰고 그에 따라 시적 성취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번 시집 <그리운 외뿔>도 그가 내세우고 있는 시적 방법론의 산물이다.

   
 

이번 시집은 사물 속에 언뜻 드러나는 시적 형상을 카메라로 잡아내는 디카 시의 작업으로부터 사람이나 사물, 혹은 에피소드 속에 언뜻 드러나는 시적 형상을 문자로 고스란히 옮기는 작업이다. 이를테면 "엊그제 / 하얀 꽃잎 / 봄날은 가고 // 오늘은 불콰한 이파리 / 수작을 건다 / 창원대로 벚나무길 // 차량들 또 곁눈질 한다고 / 나무랄 일 아니다"('가을 홍등가' 전문)처럼 시를 읊자면 잔잔한 풍경이 그려진다. 현대시가 관념과 언어의 유희에 빠져 독자들과 사이에 높다란 담장을 쳐두르는 현실에서 이처럼 명징한, 한폭의 문인화 같은 시는 그것만으로도 높이 살 만하다.

그러나 이상옥 시인은 여기서 머물지 않고 삶의 근원 또는 본성을 찾는, 그리하여 삶의 신성성을 일깨우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

"무소는 다름 아닌 인도코뿔소다 / 아프리카 코뿔소는 뿔이 두 개지만 / 인도코뿔소는 정신의 뿔을 베어버리고 / 육체의 뿔 달랑 하나다 /무리 짓지 않고 혼자서 길 가는 외뿔이다 // 아, 나는 너무 관념주의자다"('그리운 외뿔' 부분)라고 탄식하지만 정작 그는 고전이나 간디, 테레사, 펄벅 등 위인의 발자취에서 발견한 삶의 지혜를 펼쳐보이고 있다. 그가 터득한 이러한 삶의 지혜는 음과 양의 조화를 뛰어넘어 노자 도덕경의 '무위'로 돌아간다. 태극 속에 음과 양이 녹아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글로 담아내는 회화, 사진으로 담아내는 시적 영감, 이 둘이 조화를 부리며 그려내는 서정성을 바탕으로 시인의 담론적 지혜를 음미해 보자. 98쪽, 문학세계사,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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