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정부의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과 학자금 대출제한대학 명단을 발표했다. 발표 이전부터 많은 대학들은 평가 지표와 그 절차에 있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제기해 왔다. 정부 발표 이후 더 걱정이 되는 것은 이번 결과에 대한 일부 언론에 비친 관련 기사 내용이 대학 퇴출후보 등으로 보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명단 공개는 정부가 지금까지 발표한 교육 대책 가운데 가장 강력한 수준의 것으로 교육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재정 지원 제한 대학과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은 정부의 발표가 나자마자 대책 마련에 분주한 듯 하다. 특히 해당 대학들은 교과부에 이의신청을 하고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쨌거나 이번 발표는 곧 있을 수시모집을 시작으로 입시철을 맞아 해당 대학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조금 자세히 살펴보자. 이번 발표의 기준이 된 지표는 재정 지원 제한 대학은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 장학금 지급률, 등록금 인상 수준 등 8개 지표를 평가해 하위 15%에 포함된 학교들이다.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 등 네가지 지표에서 2개이상 절대 평가 기준에 미치지 못한 17곳은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으로 분류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대학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유독 예술계열 대학과 종교계열 대학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실 예술계열 대학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1980년대 이후 예술 중·고등학교와 함께 종합대학에 예술대학, 학과들이 크게 늘어났다. 또 이와 함께 지방 여러 지자체에서 과시적인 형태로 유행처럼 시립교향악단, 시립합창단 등 시립 예술단을 만들어 마치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란 느낌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예술학과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마구 늘어난 예술 관련 대학·학과는 커리큘럼 부실 등으로 학생들에게 피해를 안겨주었다. 학생이 없어 스스로 문을 닫은 학교도 적지 않았고 지금은 전과 달리 학생 수가 부족해 클래스 폐강이나 실용음악 등 학생들의 지원이 많은 실용대학으로 성격을 바꾸는 추세다.

사실 대부분의 예술계열 전공자들에게 취업은 교직과 몇몇 자리를 제외하고는 극히 제한적이다. 프리랜서로 창작활동이나 예술활동을 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이는 오늘날만의 일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볼 때 일반적인 사실이다. 요즘 지원자가 몰리고 있는 실용학과를 나온다고 곧바로 취직이 되거나 현장 투입이 되는 것도 아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대학의 고유한 특성을 고려치 않고 일반 대학과 같은 기준으로 예술계열 대학을 평가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각종 국내외 콩쿠르를 비롯하여 음악계에서 인지도가 높은 서울의 A예술대학이 이번 정부에서 발표한 부실대학 명단에 들어 있는 것을 보고 개인적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A학교에 진학하기 위하여 입시를 준비해오던 몇 몇 학생들로부터 문의를 받았다. 공통된 질문이 학교가 없어지는건 아닌가하는 걱정이었다.

   
 

입시철도 다가오는데 해당 대학들의 타격이 크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분명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대학 스스로 자구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정부도 현행의 평가방식을 고수하기보다 학문의 특성, 각 대학 나아가 각 학과의 특성에 맞도록 평가 지표에 부실한 점은 없었는지 다시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전욱용(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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