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도심 속의 곤충 말매미

이번 여름에 그토록 시끄럽게 울어대던 말매미에 대한 추억을 떠올려본다. 말매미가 얼마나 시끄러운가 하면 단체로 울고 있을 때는 자동차소리보다 시끄럽고, 심지어 그 나무 밑에서는 대화조차도 하기 힘들다.

그보다 더욱 무서운 것은 요즘 가로등이 너무 밝아서 말매미가 낮으로 착각하여 때로는 밤에도 울어댄다는 것이다. 소리가 크기로 유명해서 곤충도감에는 이런 말도 실린다.

"나무줄기에 모여 수액을 빨아 먹으며 …… 수컷은 대단히 시끄러운 소리로 운다."

나무에 붙어 있는 말매미. 7㎝로 국내 서식 매미 중 가장 크다. /강태욱

객관성을 자랑하는 도감에서도 대단히 시끄럽다고 표현할 정도이다.

말매미는 소리만 큰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매미들 중에 가장 크기가 크며 날개 끝까지의 길이가 7㎝정도다. 힘도 천하장사여서 날개를 펼치는 힘에 깜짝 놀라 손에 쥐고 있던 말매미를 놓치는 어린이들을 본 적이 있다. 웬만큼 두껍지 않은 거미줄은 코웃음 치듯 뚫고 지나가 버린다.

그런 말매미에게도 천적은 많다. 그 중 하나는 바로 곤충을 잘 잡아먹는 조류다. 우연히 가로수 사이로 참새가 말매미를 물고 날아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큰 비명을 지르며 참새에게 물려가는 말매미를 보며 어떻게 참새가 저 큰 말매미를 물고 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생기고 나름 최선을 다해 발버둥치는 말매미가 애처로워 보이기도 했다.

개미도 말매미의 천적이 될 수 있다. 이른 아침 등산을 하던 길에서 우화(羽化)하고 있는 말매미를 수백 마리의 개미가 덮치는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고 개미의 먹이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 속에도 냉정한 법칙이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무시무시한 태풍이 지나가고 찬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어느 오후였다. 아파트 화단에 서 있는 나무를 보며 설마 말매미가 살아 남았을까 하는 생각에 고개를 치켜들어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말매미가 살아 있다. 그것도 두 마리나 살아 있었다. 강한 태풍으로 나뭇가지가 꺾일 정도였음에도 떡 하니 살아남은 말매미를 보니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날개는 많이 상한 모습이었고 얼핏 보아 둘 다 수컷 같았지만 그 후로 더 이상 울음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지금은 그 후예들이 어른벌레가 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말매미가 왜 그토록 크게 울었는지 조금은 이해가 간다.

3년 이상을 땅속에서 보내지만 바깥세상에서는 한달 정도밖에 살지 못하므로 빨리 짝을 찾고 싶었을 것이다. /강태욱(우포생태교육원 파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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