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 (9) 성낙삼 거창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거창은 전국적으로 알려진 사과 주산지다. 1700여 가구가 1425ha의 면적에서 2800여 t을 생산한다. 이는 경남의 54%, 전국의 4.7%를 차지하는 큰 비중이다. 이들 농가의 한해 수익은 576억 원 정도로 추산되고, 농가 순소득만도 332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거창 사과는 일교차가 큰 기후적 특성과 사과 재배에 적합한 사질(沙質) 토양 덕분에 과육 탄력이 강하고 당도가 높을 뿐 아니라 빛깔이 화려해 시장에서 명품 대접을 받고 있다.

과수농들과 현장에서 부대끼며 명품 대접을 받도록 거창 사과산업을 일구어낸 공무원이 있다. 거창농업기술센터에 근무하는 성낙삼(55·사진) 농촌지도사가 그 주인공. 그는 농업 분야에서 공직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돼 이제는 자타가 공인하는 사과 전문가가 됐다.

성낙삼 농촌 지도사 /이상재 기자

1981년 공직에 들어선 그는 초창기 거창 과수농가들이 장기적 안목 없이 재래 영농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수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이후 마을단위 소규모 임의조직으로 흩어져 있던 46개 사과작목반 대표들을 모아 군 단위의 '거창사과발전협의회'를 조직, 자생력을 갖춘 전문 조직으로 육성하면서 새 기술 보급과 판로 개척 등 체계적인 활동을 벌이게 됐다.

사과에 대한 그의 집념은 국외 시장 개척으로 이어져 1999년 수출원년 187t을 시작으로 이제는 매년 300t 정도를 국외에 내다 팔 정도로 안정적 궤도에 올라섰다. 또 청과물종합처리장을 활용한 공동출하, 공동선별, 공동계산제를 도입해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과생산자들의 참여를 유도해 거창 사과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큰 몫을 했다.

산간 고지대의 기후적 특성을 사과재배에 접목하고자 지배별 적합 품종·시범 포를 5개소 운영하면서 지역 환경에 맞는 품종 개량에도 힘썼다. 매년 30만 마리의 수정벌 보급에 나서 사과 개화기에 꿀벌을 방사하는 사업과 착색 봉지와 반사필름 지원 등 거창 사과의 품질 향상에 보탬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찾아내 실행에 옮겨 왔다.

그는 또 거창 사과의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해 사과 밀식 과원 조성사업을 추진해 생산성과 작업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였으며, 지역 차원의 사과대학을 개설해 농가들이 연 100시간 교육을 받도록 해 모두를 사과전문가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 밖에도 사과 병해충종합관리(IPM) 시범사업으로 친환경 농업 실천 40농가, 저농약 품질인증 33농가를 육성하고 68ha에 달하는 사과 노력 절약 밀식 과원을 조성했으며, 농업인 사과선진국 연수를 추진해 지금까지 40여 명이 선진 농법을 배워 왔다. 정형과 생산과 상품과율 증가와 결실 안정화, 수량 증대, 열매 솎기의 노동력 감소를 위해 3개소 100ha에 사과 꽃가루 은행을 설치한 것도 농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그는 거창 사과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거창사과의 우수성을 담은 TV CF를 제작해 연 50회에 걸쳐 방영하고, '녹색 곳간 친환경농산물 대축제'를 기획해 관람객 10만여 명이 몰려드는 성과를 냈다. 단순히 사과를 재배, 수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시민들이 주말 농장을 겸할 수 있도록 사과테마파크 조성을 추진한 것도 획기적 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거창 사과를 주제로 관광과 체험 기능을 결합한 거창사과테마파크는 12.7ha 면적에 체험시설과 공원시설을 갖추고 사과 관, 사과 테마거리, 잔치 광장, 사과 체험장, 공원시설, 사과 광장 등을 갖춰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는 특히 서북부 경남 거점 산지유통센터(APC)를 유치해 농가 조직화를 통한 유기적인 협력 체계로 고품질 생산 유통 기반 조성과 상표 마케팅 체계 구축으로 소비자가 인정하는 농산물 상표를 육성하는 데도 많은 관심을 쏟았다. 또 거창 사과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도립 거창사과연구소 유치를 추진해 지역 특성에 맞는 명품사과 육성에 진력했다. 그 결과 2009년에는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사과이용연구소 신설이 선정됐으며, 현재 거창읍 동변리 일원 6ha 부지에 국·도비 74억 원을 들여 시설이 조성되고 있고, 올 연말 문을 열게 되면 거창사과의 R&D 센터로서 그 기능을 다하게 된다.

이처럼 사과 분야에 천착해 온 성 씨는 그동안 습득한 기술을 전하고자 전문 강사로도 나서 사과에 대한 열정을 이어가고 있다. 기후 변화로 온대 과일인 사과 재배 면적이 크게 줄고 있으며 사과재배 적지의 북방한계선이 위쪽으로 올라가는 점을 우려한 성 씨는 최근 이 같은 새로운 고민을 붙들고 씨름 중이다. 지구 온난화의 환경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하면서 거창 고제면 등 고지대를 중심으로 거창사과의 경쟁력을 전국 최고 수준으로 올려놓는 게 성 씨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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