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스루헤 공대 베른하르트 교수..생태계 등에 치명적, 중단 촉구
"준설은 강을 파괴하고, 쌓아둔 준설토는 논을 파괴하고 있다. 보 공사 현장의 작업이 하천 환경이나 관리 부분에서 상식에 어긋난다."
하천 전문가인 한스 베른하르트(Hans Bernhart) 독일 칼스루헤 공대 교수가 15일 합천보 일대를 둘러보고 주민들을 만났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실·진보신당 초청으로 지난 11일 입국해 남한강과 낙동강 현장 등을 보면서 4대 강 공사에 따른 주변 침수 피해와 하천 생태계 파괴 등을 짚어보고 있다.
이날 현장에는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을 비롯해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유원일 창조한국당 국회의원·백재현 민주당 국회의원 등 20여 명이 동행했다.
애초 낙동강 사업 경남 구간인 함안보와 남지철교·신반천·토평천·황강 등도 둘러볼 예정이었으나 지천의 역행침식 문제 등이 비슷한 현상이어서 집중적으로 살펴본다는 취지로 합천보와 덕곡면을 중심으로 일정이 대폭 줄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먼저 합천보 인근 공원 예정지에 복숭아·배 나무 등이 심겨 있는 것을 보고 "비가 오면 물에 잠겨 죽어가고 한 번에 없어질 것"이라며 "이 모습은 독일 장관이 바벨탑 건설 이래로 가장 어리석은 사업이라고 이야기한 마인 다뉴브 운하 프로젝트보다 더 어리석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멸종위기종인 귀이빨대칭이의 집단 폐사와 관련한 질문에 그는 "댐 공사에는 당연히 멸종이 벌어진다. 생물학적 법칙이다. 이런 건설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생물들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합천 덕곡면사무소에서 주민들과 간담회도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정휘 합천보 덕곡 피해 주민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합천보 관리 수위가 10.5m일 때 경남도와 한국수자원공사 경남본부가 예상한 침수 우려 농경지 범위가 수공 2.5㏊, 경남도는 지하수 상승 높이에 따라 22~82㏊로 달랐다"며 "덕곡천과 회천강 사이 170㏊에서 300여 가구가 농사를 짓고 있다. 학자들이 토론으로 정확한 범위를 밝혀내고, 근본적인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베른하르트 교수는 "보 탓에 지하수는 당연히 상승한다. 사전에 조사를 철저히 하지 않고 공사를 했다는 것이 놀랍다"면서 "자세한 예측은 어렵겠지만, 건기와 홍수기, 한겨울 강의 수위에 따라 지하수 수위도 크게 변동한다. 준설로 강 수위가 변해 지하수 수위 변동폭이 좁아지면 주변 논과 저지대 집들,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보의 공학 구조를 보고 싶다는 베른하르트 교수의 요구에 참석자들은 합천보 홍보관에서 현장을 보기도 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답사 내내 직접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찍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홍수 예방과 하천 관리 전문가로 1976년 독일 라인강에 이페자임(Iffezheim) 보 건설로 홍수가 일어났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독일 연방정부와의 소송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그는 오는 18일 오후 2시 국회 도서관 421호 세미나실에서 열리는 국제 심포지엄에서 '한국의 4대강 사업 치수 효과에 대한 국제 하천 전문가 평가'로 현장 답사를 토대로 4대 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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