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 (7) 이용우 하동군 옥종면장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미쳐야(狂) 미치(及)고, 미치려(及)면 미쳐(狂)야 한다. 남에게 미쳤다는 소릴 들을 정도로 몰두해야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뜻일게다. 하동군 공무원 사이에 '불광불급'으로 통하는 이가 있다.

이용우(사진) 하동군 옥종면장. 지난달 1일 옥종면장으로 발령나기 전까지 '경제정책담당'을 지낸 그는 2년 넘게 하루도 빠짐없이 하동읍내 전통시장에 들렀다. 출근 길에 잠시 들르든, 점심을 먹든, 퇴근 후 술 한잔 기울이든 그는 매일 짬을 내 전통시장을 다녀갔다.

   
 

경제담당 때 매일 전통시장 상인 만나

"시도때도 없이 시장을 찾아가니 직원들이 이젠 그만 좀 다니라고 하더라. 어떤 이는 네가 아무리 그리 해도 안 된다고 말리기도 하더라. 그래도 틈만나면 갔다. 하도 다니다보니 처음엔 삿대질 하고 욕하던 상인이 '욕'은 하지 않더라"며 이 면장은 웃었다.

지난 2008년 '경제정책담당'이 되었을 당시 전통시장 살리기는 이미 전국적인 화두였다.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이란 이름으로 아케이드를 만드는 등 전통시장 한 곳에 많게는 나랏돈 수십 억 원을 쏟아부었다. 전통시장 살리기는 그에게도 중요한 과제였다.

"업무를 맡고 시장에 들렀어요. 근데 많은 상인들이 욕을 엄청 하더군요. 전통시장 살리려고 국·지방비 등 나랏돈을 엄청 들였는데, 완전히 돈 주고 빰 맞는 꼴이더라고요. 이건 아니다,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 싶었죠. 그래서 군수님께 제대로 한 번 바꿔보겠다고 보고했어요."

'불광불급', 이 말을 그가 심장에 새긴 건 그로부터 일주일쯤 지나서다. 조유행 군수가 간부회의 때 '불광불급'을 이야기했는데 그는 군수가 자신에게 당부하는 이야기로 들렸단다. 그 이후 그는 매일 전통시장에 들렀고 상인을 만나 그들과 함께 해답을 찾고자 노력했다.

휴가를 내거나 여유가 있는 주말이면 그는 활발하다고 소문난 전국의 주요 전통시장을 찾아다녔다. 곳곳을 돌며 그 곳 전통시장의 성공요인과 특성을 살폈다. 그리고 일본, 중국 등 외국도 다녀왔다. 그리고 내린 그의 결론은 '상인의 의식전환'이었다.

먼저 '상인대학'을 열어 25차례쯤 꾸준히 강의를 진행했다. 이와 더불어 '용역'을 추진했다. 전통시장 활성화 관련 용역을 이미 진행했지만, 그는 포괄적인 내용이 아니라 하동에 맞는 맞춤형 특성화 용역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용역비 확보에 나섰다.

"전국의 시장활성화 사례를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하동시장만의 차별화·특성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용역을 새로 하려고 했는데, 처음엔 의회에서 반대했어요. 뭐하러 또 돈을 들이냐는 것이지요. 어렵게 의회를 설득해 5000만 원을 확보했어요."

용역비를 확보한 그는 (주)지역활성화센터 오형은 대표 등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이를 하동으로 불렀다. 그리고 그들에게 하동시장의 발전방향을 묻고 또 물었다.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그는 하동시장 내 우물을 복원하고 무대를 짓는 등 '소통'과 '문화예술'에 바탕한 그림을 그렸다.

하동시장의 본격적인 변화는 올해 초 시작했다. 매월 2일 첫 장날에 맞춰 한상덕 경상대 교수가 <지리산 원숭이>란 1인극을 공연하면서 소통과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 하동공설시장 활성화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하동공설시장 활성화 프로젝트 만들어

현재 하동시장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특히 '재능나눔'이란 이름으로 지역주민이 하동시장을 찾고 있다. 동네 유치원생이 무대에 오르고, 동네 색소폰 연주자도, 지역에서 가장 큰 기업인 하동화력 '파랑새 밴드'도 무대를 찾는 등 하동시장이 소통의 중심이 되고 있다.

"처음엔 큰들 등 악양 최참판댁 공연팀을 끌어오려고 했어요. 그런데 생각을 바꿨죠. 조금 유치하더라도 하동 주민이 하동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맞고 장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며 "만약 공연이 실패했다면 엄청난 타격을 받았겠죠"라며 웃었다.

그는 "시장 상인들이 스스로 바뀌고 일을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다른 이가 자신들의 일을 대신해 줄 순 없다. 하동시장 내 '재능나눔' 문화행사는 시장상인회와 지역주민으로 팀을 꾸려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생·자립을 위한 장치를 마련해 둔 것이다.

하동시장에 열정을 쏟았던 그는 지금 옥종면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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