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의 모 대기업 부장 정모(49) 씨는 10년 이상 회사에서 실시하는 정기 건강 검진을 받아 왔지만 늘 불안하다. 검진에서 이상이 없었던 직장 선후배 동료 중 벌써 세 명이나 암으로 사망했고 현재도 한 명이 대장암으로 투병 중이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에서 하는 건강검진은 필요 없는 검사까지 잡다하게 포함돼 있고 정작 필요한 검사는 빠져있어 매년 검진을 받아도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라며 "내 건강 상태에 꼭 맞는 '맞춤 검진을 받고 싶은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럼 검진 상품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당뇨병 위험군, 경부동맥검사 추가해야

건강검진을 똑똑하게 받으려면 먼저 건강검진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병원이 모든 것을 다 알아서 검사해 줄 것으로만 맡기지 말고 자신의 병력이나 생활습관, 가족의 질병력 등을 고려해 적합한 검진상품을 찾아야 한다. 또 작년에 받은 검진결과표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각 병원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해 나에게 적합한 검진상품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매년 종합검진을 받아온 이 모(57) 씨. 종합검진만으로 부족하다고 느껴 검사 시 뇌 MRI를 추가했다. 천만다행으로 그때 뇌에서 3cm 크기의 혹이 발견돼 그해 종양제거수술을 받고 깨끗이 완치됐다. 종합검진을 받고도 암이나 뇌졸중 등에 걸린 사례가 적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흔한 이유가 검진항목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이 주로 받는 20만~30만 원대 종합검진에는 대부분 대장 내시경검사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또 폐암의 조기 발견에 효과적인 폐 CT도 보통의 종합검진에는 들어 있지 않다. 매년 꼬박꼬박 종합검진을 받고도 대장암이나 폐암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다.

검사장비의 노후화,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검진하는데 따른 관리 소홀도 검진의 정확성을 떨어뜨린다. 이 때문에 종합검진은 고혈압, 당뇨 등 생활습관병은 비교적 정확하게 찾아내지만 돌연사의 원인이 되는 심장의 관상동맥이나 뇌혈관의 문제점은 발견하기 어렵다. 이 씨처럼 추가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필요한 검사 1~2개를 추가하는 '선택검진'이 종합검진의 허점을 메워줄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40~64세에 속하는 장년기 사람들은 1년에 한 번씩은 꼭 건강검진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여성은 폐경기에 대한 적응시기로 폐경 전후에 골밀도검사와 부인과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각종 암이나 고혈압, 당뇨, 심장병, 뇌혈관질환, 만성간질환, 만성 폐질환에 관한 검진과 함께 대변검사와 대장 내시경 등을 통한 대장암 검사가 필요하다. 대장경을 통한 검사는 3년 또는 5년 간격으로, 수지 직장검사는 매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당뇨병, 고혈압환자 등의 위험군에서는 경부동맥검사를 통해 뇌졸중 등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하고 관상동맥검사를 통해 동맥경화 진행 정도를 사전에 알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소 병력·생활습관 등 고려해야

65세 이상 노년기에 속한 사람들은 특히 뇌혈관질환이나 심장혈관질환 등에 대한 관리를 통해 불구나 급사의 위험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경부동맥검사와 함께 특히 신체의 균형, 유연성 등 힘을 높여주는 운동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나이다. 노년기에는 근육이 약해져 잘 넘어지고 잦은 낙상으로 건강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질병이 있는 사람도 운동부하검사 등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운동량을 처방받아 실천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신뢰할 만한 병원 한 곳을 정해 1~2년에 한 번씩 꾸준히 건강검진을 받는 게 좋은데 그래야 건강지표의 변화를 파악하기 쉽다. 더 좋은 것은 '가정 주치의'를 두고 건강검진에 대한 '컨설팅'을 받는 것이다. 선택검진을 무엇으로 정할 것인지도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윤형열(의학박사 예방의학전문의·근로복지공단 창원산재병원 건강관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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