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이 만난 사람] 이기천 경남도 국제관계 자문대사

경남도 국제관계 자문대사?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자리일까. 궁금증 반, 호기심 반으로 그에게 만나자고 했다. "경남도나 경남의 시·군에서 국제 업무 할 때 어려움에 부닥치면 저를 잘 활용하세요. (경남 도민들이)자문대사를 잘 몰라요."

지난 5월 경남도에 부임한 이기천(55) 경남도 국제관계 자문대사는 자신의 존재를 이렇게 홍보했다. 그는 "경남이 경기도 다음으로 도세가 크다고 하는데 미흡하다. 국제관계 자문대사를 잘 활용하면 다른 지자체보다 앞서갈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제관계 자문대사는 15개(울산 제외) 광역자치단체에 다 있다. 경기도엔 국제 자문대사를 2명이나 두고 있다. 경남은 경북보다도 늦은 편이다. 인천, 경기, 서울, 부산시는 벌써 국제관계 자문대사가 5~6대째 나갔다고 한다.

-어떻게 경남도 국제관계 자문대사로 오게 됐나.

"대사가 해외 근무 후 귀임하면 국제관계 자문대사나 외교부 본부 대사 또는 서울 소재 대학 초빙교수로 가게 돼 있다. 지역 연고 상 인천·경기 자문대사로 나가게 돼 있었다. 사람들이 다 수도권 원하니까 본부에서 이 대사가 모범 보이라 해서 경남에 오게 됐다. 부산, 경북, 대구, 광주, 전주에는 그 지역 출신 대사들이 가 있고, 나만 경남에 와 있다. 김두관 지사는 전혀 몰랐고, 경남엔 처음 와 봤다. 단지 김 지사가 사람이 후덕해 보이고 인품이 좋아 보였다. 경남 출신 사람들 생각이 비교적 개방적인 것 같더라. 순전히 내 개인적인 경험, 판단이다."

지난 5월 부임한 이기천 경상남도 국제관계 자문대사.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경남지역 정서나 도정 내용을 모르는 게 많지 않나.

"인적 네트워크가 없으니까 아는 사람이 없어서 누군가 지원해주지 않으면 일이 진척되기 어렵다. 하지만, 나는 새로운 모험을 좋아한다. 새로운 미지의 세계에 와 보자, 이런 생각 했다. 경남은 민족적인 정기가 서려 있고 아름다운 곳이 많다. 그런 게 큰 위안이 된다. 임진왜란 때 주로 싸웠던 곳이 경남과 경기도다. 또 기업들이 많지 않나? 개인적으로 좋은 경험 된다."

-도 자문대사로서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올해 가장 중요한 국제관계가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9월), 유엔사막화방지협약 총회(10월)다. 대장경축제는 외교부 재외공관 통해 이미 행사 도와주고 있고, 개막식에 90개국 주한 대사들 초청 문제 추진 중이다. 세계축제 하려면 NHK, BBC 등 외국 언론에서 홍보해주면 좋잖나. 유엔행사 많이 해봤기 때문에 외국 언론 홍보의 중요성 등을 잘 안다. 사막화방지 총회는 산림청, 도가 같이 하는데, 경남의 행사를 국제 수준에 걸맞게 어떻게 할까 도와주고 있다.…새롭게 많이 한 건 기업 방문이다. 외국투자업체 노키아, 소니, 사천도 가봤다. 주요 국가 외빈들이 오면 공장 방문을 많이 한다. 외국 총리, 국회의장 오면 나를 불러라. 개도국 등은 외빈들에게 '여기 기업들이 국내 대표적인 기업이다. 중앙정부에서도 관심 갖는다'고 한마디 해주면 생각이 바로 달라진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저런 걸 왜 하냐 혹시 다른 속셈이 있는 거 아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서 일 잘하다 외교부 복귀해서 대사로 나갈 건데 내가 무슨 개인적 욕심이 있겠나.…또 하동 진교 고등학교에 가서 강의한 적이 있었는데, 교장이 부유한 집 애들은 진주로 가고, 진교에 남은 애들은 가난하거나 조부 밑에서 자란다고 해서 안타까웠다. 시골 청소년들한테 '지금 공부를 열심히 해놓으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고 싶다."

-자문대사 역할이 도정에 어떻게 접목되는지 도민들은 잘 모른다. 왜 그런가.

"부서별로 자문대사를 활용하는 데도 있고…, 특명 전권대사가 아니라 국제 자문대사다 보니까 내가 생각이 있더라도 일을 추진하려면 경남도 업무 패턴도 존중해야 하고 지원도 받아야 하니까 맘대로 추진하긴 어렵다. 실제로 조용히 있다 가지 자꾸 일을 하려고 하나 이런 분위기도 있어서 좀 어려움이 있었다. 지금은 많이 정착됐는데 초반엔 그랬다."

-자문대사 소속과 임기는.

"임기는 2년이다. 대개 1~2년 사이에 지자체 국제 자문대사로 있다. 소속은 외교부 본부 현직대사다. 외교부 본부 대산데, 형식은 계약직이만 파견이다. 계약이 끝나면 다시 대사로 나갈 예정이다. 나는 일만 주면 막 하려는 스타일이다. (경남도의 경우)국제관계 업무에서 뭐가 잘되고 잘못된 것인지 눈에 보인다."

-김두관 지사가 경남 국제업무에 대한 부탁은 따로 하지 않았나.

"부임하자마자 김 지사가 앞으로 해외출장 가면 같이 가자고 했고 중국 출장 같이 갔다. 개인적인 인연 없었는데, 출장 같이 갔다 오고 경남도 관련 국제관계 업무 수시로 보고하고, 중요한 문제는 내 의견을 제시한다. 지사가 마음이 열려있는 대인이더라. 다른 의견 제시해도 포용하는 덕목 있다. 중국 출장 가서 4박5일 같이 있으면서 여러 가지 얘길 했는데 국제관계에 대해 폭넓게 알고 있고, 우리나라가 어떻게 나아가는 게 좋은지 안목도 갖고 있었다. 지사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지금도 지자체끼리 대외업무 경쟁해야 하니까 실·국·원장에게 국제업무의 중요성에 대해 독려하고 그러더라."

-경남도 국제관계 업무 중 현재 잘되고 있는 점과 미흡한 점은 뭔가.

"중소기업 수출지원 관계는 잘하고 있다. 경남도 규모에 비해 국제관계 업무 인력이나 조직은 부족한 것 같다. 경남이 대표적인 기업 많은 걸 고려할 때 국제관계 전문 인력 기르고, 조직도 체계화시키고, 자문대사가 계속 올 건데 국제 업무를 전반적으로 자문할 수 있도록 시스템 고치는 게 경남이 앞서가는 길이다. 아직은 시간 걸릴 것 같은데, 지금부터 정비해나가면 앞으로 나아질 거다."

-국제 업무 전문 인력 양성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공무원들 해외연수 많이 보내고, 갔다 오면 국제 부서에 근무하게 하고, 국제 파트 업무 맡았던 사람은 계속 국제 분야에 근무하도록 해야 한다. 영어도 잘하고 해외연수 갔다 오고 관심 가진 사람들은 꾸준히 전문화해야 한다. 수출 많을수록 (그 나라와)문화 교류도 해야 한다. 경남은 지자체별 특성이 있어야 한다. 창원은 환경, 산청은 한방 등을 계속 특화시켜야 한다. 수도권에는 크게 알려져 있지 않다. 국제적으로 알릴 방안들을 (내가)찾아줄 수 있다."

-도에 오기 전에 우루과이 대사로 3년 있었는데, 어떤 일을 했나.

"1964년에 처음 한-우루과이 수교했는데, 내가 우루과이 대사로 있을 때 우루과이 대통령이 수교 처음으로 방한해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또 김황식 총리도 수교 처음으로 우루과이를 방문해 회담했다. 또 내 도움으로 포스코, 기아자동차, 인성실업이 처음으로 우루과이에 투자하게 됐다. 포스코는 이산화탄소 방지를 위해 우루과이에 2만ha 조림사업을 하고 있고, 기아차는 브라질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트럭을 생산하고 있다. 인성실업은 오메가3를 포함한 닭과 달걀을 생산하고 있다."

2009년에는 '(우리나라)국경일 행사' 때 뉴욕 한인 미술가를 초청해 우루과이 국립미술관에서 전시회를 하면서 리셉션까지 해서, 2009 전 재외공관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그는 아주 좋은 아이디어에 주는 '혁신상'을 받았다. 그는 "기본적으로 개혁 마인드가 있으니까, 경남 와서 고치고 싶은 게 있는 거다. 근데 자문대사니까 자문만 해야 해서ㅎㅎ"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경남도의 어떤 걸 개혁하고 싶나.

"경남도의 국제관계 조직, 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근데 지금은 내가 자문대사니까 안 된다.ㅎㅎ 외교부는 공개되는 업무라 언론에 비판받는다. 하지만, 외교부가 중요하잖나. 외교부도 조직을 계속 바꿔나간다. 바꾸지 않으면 변화하는 추세에 맞출 수가 없다. 경남도 국제 업무가 바뀌니까 과 명칭도 바꾸고 조직도 바꿔야 할 거다."

-임기 동안 경남도 자문대사로서 어떤 일 하고 싶나.

"올해는 큰 국제행사 잘 끝내도록 지원하는 게 큰 업무다. 경남은 수출 기업 많으니까 기업들이 필요한 것을 외교부 재외공관 통해 도와주려 한다. 주요 국가 지방자치단체와의 자매결연 우호 협력도 적극 지원해주고 싶다. 지방자치도 국제화되면 미술·음악 교류가 활성화돼야 한다. 도립미술관 가봤더니 좀 미약하더라. 오지 학교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 심어주는 강의도 많이 하고 싶다.…대사는 대통령께서 임명하기 때문에 고위직이 되면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모른다. 외교관이 내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외교부는 60세에 은퇴한다. 외교관 활동한 것도 국가 도움받은 것이니까 도움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문대사 교류는 경남도와의 인사 교류 차원에서 진행되는 제도다. 기틀을 잘 만들어 놓으면 경남이 앞서갈 수 있다. 경남은 현재 국제관계 업무를 맡은 공무원 수는 적지만 열심히 일하고 있다. 아무 연고 없지만 경남 잘 도와줬다는 말 듣고 싶다."

◇이기천 자문대사는

△1979년 제13회 외무고시

△1992년 주 오스트리아 참사관

△1997년 유엔 경제과장

△1999년 주 유엔 참사관

△2002년 국무조정실 파견

△2003년 외교부 정책기획심의관

△2005년 주 뉴욕 부총영사

△2008년 주 우루과이 대사

△2011년 5월 1일~ 경상남도 국제관계 자문대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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