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문(反文)이다!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되받아 묻는 반문(反問)이 아니고 문화예술의 시대에 반한다는 뜻이다. 2011년 8월 2일자 경남도민일보 문화면에는 "도-도의회 예산 줄다리기, 예술계에 불똥"이라는 머리말이 달렸고 경남도의회의 추경예산 편성과정에서 평화미술제와 경남독립영화제 예산이 이유 같지 않는 이유로 삭감되었다는 기사가 함께 실렸다.

150여 명의 작가들이 참여하여 인권, 평화, 생태를 이야기하는 평화미술제는 제주, 광주에 이어서 3번째 열리는 미술제로 3·15와 10·18의 이름으로 경남유치에 성공한 큰 행사이다. 그리고 경남독립영화제는 지역 영상·영화인력 저변 확대와 지역 창작 영상·영화콘텐츠를 제공하는 유일한 창구였다. 이런 문화예술행사가 특정 정당의 당론에 따라 예산이 삭감되었다면 이런 당론이 마치 생각 없는 패거리의 행패와 무엇이 다른지 까닭을 묻지 않을 수 없지 않는가! 선거철이 되면 너도나도 문화예술의 옷을 입었고, 너도나도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며 헛구호를 날리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남의 현실은 척박한 사막의 땅이다. 기초예술인들의 창작지원에는 그 누구도 관심이 없고 오로지 유행가만 부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같잖은' 현실을 두고 또 이런 것도 정치라고 이전투구하는 지방정치 세력에 대한 혐오와 거부를 노골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말이 시대에 반한다는 말이다. 역사순리에 반하는 것. 흔히 통치자에게서 나라를 다스리는 권한을 빼앗으려고 하거나 역사에 대해서 반할 때 반역이라고 한다. 반문화주의와 무교양주의의 바리케이드에 걸린 경남도의회는 문화의 시대를 거슬러가려하는 모양이다. 이대로는 경남의 문화예술이 위험하다. 요즘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가 이슈로 떠오르는데, 공적 가치와 패거리의 가치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이참에 광역의회도 정당공천제 폐지운동이라도 해야 하지 않는가!

역사는 무서운 거울이다. 과거의 잘된 일과 잘못된 일들이 언제나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게 교훈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통념에 반하는 일들이 검열을 당하고 반(反)의 운명에 처하게 되었을 때, 자유민주주의가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옹호했던 것은 왕과 봉건영주의 역사적 반동을 시민의 힘으로 억누르기 위해 필요했기 때문이며 양심의 자유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 시민적 권리들은 위선의 눈물을 머금은 정치라는 이름에게 언제나 위협을 받고 있다.

   
 

악어의 눈물을 위선의 눈물이라고 부른다. 악어는 먹이를 먹을 때 눈물을 흘리는데, 먹이를 씹을 때 눈물샘이 자극되어 저절로 눈물을 흘리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현상을 판단할 때 악어의 눈물인지 살펴서 그 이면에 있는 사실을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황무현(마산대학 아동미술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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