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예방교육, 비폭력에서 길을 찾다] (상) '기성세대 잘못된 문화' 성폭력

기성세대의 잘못된 성문화는 청소년 성폭력을 낳는 한 원인이 된다.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인정하는 문화, 본능이나 욕망보다 인간애를 알게 하는 문화가 성폭력을 막는 밑거름이 된다. '사이버 폭력'은 막을 수 없는 시대의 밀물이 되었다. 더 편하게 더 가까이 사이버로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되면서 '사이버 폭력'은 더욱 무분별하게 파고들고 있다. 따라서 권리와 함께 책임감을 동반하는 '인권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늘어나는 청소년들의 성폭력과 사이버폭력을 막기 위해선 '비폭력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매매 유사행위가 횡행하고 있다. 기성세대들은 '성매매 금지'를 두고 '인정은 못 하지만 받아들이기는 하겠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현실이다. 그 이면엔 '언제든지 성을 매매할 수 있다'는 논리가 숨어 있다. 모델이 되어야 할 기성세대 역시 성에 대한 가치기준이 정립되지 않았다. 장기 매매 역시 마찬가지다. 어떠한 절박한 상황이라도 '사람의 몸'은 거래돼선 안 된다는 생명존중 가치가 자리 잡아야 한다."

지난 7월 20일 경남도내 보건교사들이 의령 경남사회진흥연수원에 모였다. 이날 경남도교육청이 주최한 '보건교사 역량강화 연수'의 주제는 '성폭력 예방'이었다.

지난달 20일 도내 보건교사들이 역량강화 연수 '성폭력 예방교육'에 참가했다. 교사들이 '출산 임신체험 전시실'을 둘러보고 있다. /박종순 기자

첫 주제 '바람직한 성문화 형성의 이해' 강의에 나선 이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이상화 교수. 그는 급증하는 청소년 성폭력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생명존중 가치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장미연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진주지부장은 '남성의 성은 본능적'이라는 남성중심의 문화 등 '성문화의 사회구조적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폭력 가해자의 연령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고 해를 거듭할수록 그 형태는 더 악화하고 있다. 특히 대중매체의 발달로 성인성 폭력을 답습하며 더욱 발달한 모습을 보이면서 청소년 성폭력이 사회적 문제의 중심에 놓이게 됐다.

이에 장 지부장은 성차별과 이중적 성 윤리가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중적인 처벌보다 성폭력 발생의 근본 원인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타인을 배려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장기적 교육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교육이 보편화한 나라의 예를 들여다봐도 '성교육' 자체보다 '삶의 교육'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대부분 선진국은 '건강한 삶의 일부분'으로 인식하도록 학교 정규과정에서 성교육을 펼치고 있다.

세계에서 10대 임신율이 가장 낮은 네덜란드는 '긴 생애 사랑 프로그램'이라는 큰 틀 아래 모든 중등 교육과정에서 성교육을 하고 있다. 가치, 태도, 대화의 기술 등도 이에 포함된다.

프랑스와 노르웨이 역시 1973년부터 성교육을 정규 교과과정에 편입, 8∼9학년 학생들에게 연간 30∼40시간을 할애해 교육하고 있다. 호주 역시 성교육이라는 말 대신 '성에 대한 포괄적 교육'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피임, 임신에 따른 교육 또한 반드시 부모교육도 함께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스웨덴은, 양성평등이라는 틀을 넘어 차이를 인정하는 가치교육 안에 포함해 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자칫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만들 위험이 있어 유치원에서는 백설공주와 신데렐라와 같은 동화책도 없다. 모든 책에는 한부모 가정, 입양아에 대한 이야기가 녹아 있다. 차이를 인정하는 인간존중 교육이 선행되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학교 성교육이 2008년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는 했지만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방식을 달리할 수 있어 생물 수업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2009년부터 고교 교육과정에 '보건'이라는 선택 과목이 신설됐지만, 전국 5395개 중·고교 가운데 360개 학교만 선택해 채택률은 6.7% 수준이다.

노미경 인구보건복지협회 강사는 "국가마다 사회문화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선진국 성교육 시스템이 모두 옳다고 볼 순 없지만 많은 부분 참조할 필요가 있다"며 "생물학적 성에 대한 것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임신, 출산 등 도덕적 법적 책임을 포함해 성에 대한 긍정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성교육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학교 성교육의 의무화, 가정과 연계한 성문화 교육, 도덕적 교육 병행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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