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은 제39주년 소방의 날이다. 하지만 소방의 날은 다른 기념일에 비해 기억하는 사람이 드물다. 목숨을 바쳐 화재진압과 인명구조에 힘쓰는 그들에게 고작 당일에 기념식이나 하고 하루쯤 언론에 보도되고 나면 잊히는 것이다. 올해 들어 지난 3월 4일에 서울 서대문구 주택가에서 화재진압과 인명구조를 하던 소방관 6명이 순직하였고, 3월 7일에는 부산 연제구 인희빌딩 화재진압시 소방관 1명이 순직하였다. 그리고 지난 추석인 10월 1에는 인천 엠파이어 웨딩홀 화재진압시 소방관 2명이 순직했다.
언론에 보도된 사건만 9명의 소방관이 화재현장에서 순직한 것이다. 문제는 소방관들의 순직은 소방장비 보강과 인력확충 등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소방관은 약 2만3000명으로 소방관 1인당 담당인구수는 2800명으로 미국의 208명에 비해 열배가 넘고, 소방차 1대당 탑승인원은 일본 5명, 미국.영국 6명에 비해 2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하루걸러 24시간씩, 주당 평균 84시간이나 일하고 쉬는 날에도 잔무처리.교육훈련 등에 동원돼 실제 근무시간은 100시간이 넘는다.
소방장비도 열악하다. 우리 화재진압복은 한 벌 8만원인데 국제기준에 맞는 방수복은 120만원이나 된다고 한다. 또한 어두운 데서 시야를 확보해주는 적외선 투시경은 물론 산소마스크도 없이 화재현장에 뛰어들다보니 소방관들의 순직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제 화재발생이 많아지는 겨울이다. 더이상 소방관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화재진압복 과 적외선 투시경 산소마스크 등을 국제규격에 맞는 제품으로 지급해야 한다.
소방공무원의 생명도 국민 누구보다도 고귀한 생명이다. 또한 현행 2부제 근무를 소방관 증원을 통해 3부제로 바꾸고, 소방전문병원을 설립하여 화재와 매연에 의한 부상을 치료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과로로 순직했을 경우에도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도록 제반 규정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방행정을 원활히 수행할수 있도록 소방본부를 소방청으로 승격시켜야 한다. 필요한 예산확보 및 인력확충.장비구입 등을 원활히 하기 위해선 기구독립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소방공무원이나 그 유족들에게 상실감이나 배신감을 더 이상 주어서는 안된다.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들을 ‘살신성인’, ‘화마로 인한 안타까운 순직’ 등의 말로 치장해선 안된다.
제39주년 소방의 날을 축하하면서 소방관 여러분들에게 건강과 가정에 행복을 빌며, 또한 신에게 올 겨울 화재진압시 그들의 목숨을 지켜달라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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