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생태] (41) 나라꽃 무궁화..오얏꽃과 함께 대한제국 공식꽃

우리나라 나라꽃은 무궁화가 맞다. 국화(國花)는 무궁화인데 도덕 시험문제처럼 나라꽃을 물으면 무궁화라 하지만 집에 심어 가꾸는 사람이 별로 없다. 주로 초등학교 화단이나 관공서에서만 볼 수 있다. 나라꽃인데 왜 사랑을 받지 못할까? 고조선 때부터 반만년을 살아왔다는데 무궁화는 산과 들에 저절로 자라는 나무가 없을까? 왜 나라꽃인데 원산지가 한국이 아닐까? 조선시대까지 큰 문화재나 기록이 없다가 해방 이후 나라꽃이 되었을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노래를 부르며 놀던 시절 무궁화는 우리에게 아주 소중한 존재였다. 무궁화는 100일 동안 매일 피었다 지는 꽃인데 아침에 피었다 저녁에 지고 마는 나팔꽃처럼 매일 아침 피고 저녁에 지는 꽃이다.

일제강점기 국토 침탈을 상징하는 꽃이 된 대한민국 국화 무궁화. /아이클릭아트

◇고조선시대부터 핀 무궁화 = 무궁화는 고조선 때부터 훈화초(薰花草), 근화(槿花), 목근(木槿)으로 불렀다고 한다. 무궁화라는 이름은 고려 때 비로소 무궁화(無窮花)란 꽃 이름으로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등장한다. 그런데 늘 드는 의문이 있다. 고조선이나 신라 때부터 기록에 있는 무궁화가 왜 우리나라에 자생지가 없고 산과 들에 저절로 자라는 무궁화가 없을까? 진짜 수천 년을 살아온 꽃이라면 저절로 자라는 무궁화가 산과 들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일제 때 무궁화를 모두 없애버려서 그런 것일까?

◇무궁화는 한자말이 아니고 우리말일까? = 이상희 선생의 훌륭한 책 <꽃으로 보는 한국문화> 3권에 보면 무궁화를 일본에서는 무쿠게라고 한단다. 전남 완도에선 '무우게' 또는 '무게꽃'이라 부른단다. 호남 일부 지역에선 '무강나무'라 부른단다. 그래서일까 이주희 기자는 동식물 이름에 대한 책 <내 이름은 왜>에서 무궁화를 한자말이 아닌 우리말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구한말 교과서 <초등대한지리>(1910)에는 한자로 근화(槿花), 한글로 무궁화라 되어 있다. 무궁화 한자에 대한 논쟁에서 조심스레 우리말 무궁화도 가능성을 찾아본다.

일제강점기에 수놓은 한반도와 무궁화 자수

◇무궁화가 나라꽃이 된 까닭은? = 고조선부터 조선까지 무궁화 기록은 조금씩 있지만 나라꽃이 될 만큼 많은 사랑을 받은 꽃은 아니다. 조선 시대에도 장원급제 어사화에 무궁화 꽃을 쓰기도 했지만 그리 많이 쓰이진 않았다. 그 흔한 시도 몇 편 없고 한국화나 여러 예술 작품에서 무궁화를 찾기는 정말 어렵다. 무궁화 연구는 그리 많지 않은데 목수현 박사의 2008년 서울대 박사 학위 논문이 나름 정리가 잘 되어 있다. 목 박사의 논문을 보면 무궁화가 국가 공식 상징물에 사용된 것은 1900년대 대한제국 때로 돌아간다. 공식적인 황제의 나라에 맞는 훈장과 옷, 동전을 만들면서 일본 황실 문양인 국화와 오동에 해당하는 두 식물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일본 황제의 상징 꽃이고 일본의 나라꽃인 국화는 오얏나무 꽃(자두나무 꽃 李花)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지만 일본 정부의 상징인 오동나무에 맞는 꽃을 찾은 것이 무궁화다. 그래서 초기 대한제국 동전엔 무궁화는 나뭇가지만 나온다.

무궁화 우표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 우리 민족이 무궁화를 사랑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구한말부터 애국가 가사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이란 후렴구 때문이다. 대한제국의 공식 꽃은 자두나무꽃과 무궁화 두 가지 나오는데 오얏 이씨의 자두꽃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사라지고 해방 이후 무궁화만 나라꽃으로 살아 남게 된다.

왜 오얏은 사라지고 무궁화가 살아 남았을까? 오얏꽃은 조선 이씨 왕실에 대한 반감도 있겠지만 '무궁화 = 삼천리 = 금수강산'이라는 등식이 나라 잃은 백성의 맘 속 깊이 자리 잡은 것이 크다. 나라 뺏긴 서러움으로 삼천리 금수강산에 무궁화 꽃이 다시 피길 가슴 속 깊이 빌고 또 빌었을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무궁화 심기 운동을 하고 여학생은 무궁화 자수로 한반도 지도 만들기를 하지만 일제의 무궁화 탄압을 받게 된다. 일제강점기에도 오얏은 왕실의 꽃으로 인정되었지만 무궁화는 삼천리 금수강산이라는 국토 침탈을 상징하는 꽃이 되어 일제의 탄압을 받게 된다.

무궁화 문양의 정부 공식 마크

국회 본회의장에 있는 국회 마크./뉴시스

◇무궁화는 우리나라 모든 땅에서 자라는가? 추운 북쪽에서는 자랄 수 없나? = 이유미 박사는 <우리 나무 백 가지>에서 무궁화를 즐겨 심지 않는 것은 일제강점기 헛소문 때문이라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무궁화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면 눈병이 난다. 눈이 먼다. 보고만 있어도 눈병이 난다. 꽃가루가 살에 닿으면 부스럼이 나는 부스럼 꽃이다. 일제의 탄압이 오히려 해방 이후 나라꽃으로 무궁화를 더 튼튼한 반석 위에 올려놓은 듯 하다.

◇무궁 무궁화 무궁화 우리 꽃 피고 지고 또 피어 무궁화라네 = 일제의 침략과 어렵게 살아온 우리 민족에겐 삼천리 금수강산 무궁화 꽃으로 덮이는 이상향을 꿈꾸었을 것이다. 해방이 되자 나라꽃으로 무궁화를 정하고 태극기 국기봉도 무궁화, 국회의원 배지나 나라의 모든 공식 꽃으로 무궁화가 자리잡게 된다. 훈장, 깃발, 배지, 상장, 군인과 경찰 계급장, 정부 마크, 법원 마크, 국회 마크 모두가 무궁화다. 무궁화에 대한 자세한 해설과 안내는 사과나무 권오윤 선생의 무궁화 홈페이지 <무궁화를 찾아서>(http://www.constance.com.ne.kr)가 정부 사이트보다 훨씬 좋다.

◇무궁화 나라꽃 적절한가? = 무궁화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진딧물이 많다. 원산지가 한국이 아니다. 추운 북쪽 북한에는 자랄 수 없다가 대표적이다. 무궁화는 평양 이남에만 자랄 수 있고 추운 북한에는 자랄 수 없어서 통일 한국의 꽃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통일 한국의 나라꽃이 될 수 있을까? = 무궁화가 나라꽃이지만 왜 무궁화가 나라꽃이 되었는지 아무리 찾아도 그 과정을 쉽게 알 수 없다. 한국 사람이 제일 좋아하는 꽃을 조사한다면 무궁화는 몇 등이나 할까? 정원에 심어 놓은 꽃 순위를 정하면 무궁화는 순위 안에 들 수 있을까? 무궁화는 초등학교 화단과 관공서 화단을 장식하는 꽃이 되고 말 것인가? 진정한 나라꽃은 우리나라 모든 땅에 자라고 우리나라가 원산지면 더 좋겠다. 우리 민족의 사랑을 많이 받은 꽃이면 정말 좋겠다. 구한말과 해방 이후 엄청난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떠밀리듯이 만들어진 나라꽃 무궁화가 진정한 나라꽃인지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물어 보자. 내가 좋아하는 꽃 중에서 무궁화는 몇 번째나 될까?

/정대수(함안 중앙초등학교 교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