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환경 적응력이 강한 송사리

피라미, 송사리, 붕어, 아이들에게 물고기 이름을 말해 보라고 하면 나오는 물고기 이름들이다. 그만큼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고 많다는 말일 것이다. '얼마나 많기에 1학년 아이들도 이름을 정확하게 알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겨서 <우리 민물고기 백가지> 책을 살펴보았다. 이 책에 따르면 우리나라 민물고기 분포 밀도는 피라미 1위, 붕어 2위였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개그 유행어가 한때 유행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민물고기의 1등과 2등 이름은 알고 있는 셈이다. 3등은 누구일까? 3등이 송사리일까? 아니다. 3등은 갈겨니다.

송사리는 국내 민물고기 100마리 중 1마리에 해당할 정도로 실제 분포 밀도가 낮다.

그러면 송사리는 몇 등 정도 될까? 24등이다, 전체 비율은 1.19%를 차지하고 있다. 이 자료를 단순 해석해 본다면 우리 나라 물고기 100마리를 잡으면 1마리 정도가 송사리라는 말이다.

우리가 송사리라는 이름을 잘 알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작은 물고기를 일반적으로 총칭하여 '송사리'로 부르기 때문인 것 같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물가에서 만나는 작은 물고기를 '송사리'라고 부르지만 송사리가 아닌 경우가 더 많다. 엄밀하게 따져 본다면 계곡에서 우리가 송사리라고 부르는 작은 물고기는 버들치나 갈겨니 치어일 가능성이 높고, 강과 개울의 중류에서 송사리라고 부르는 물고기들은 갈겨니나 피라미 치어일 가능성이 높다.

송사리는 필쟁이, 곡사리, 눈깔망댕이 등의 사투리로 불리고 크기가 30mm 안팎의 작은 물고기다. 아무리 자라도 50mm를 넘지 않는 작은 물고기다. 그래서 민물 속에서 가장 작은 물고기로 통한다. 크기가 작다고 얕보아서는 안 된다. 온도, 염분, 산소 함양, 수질 오염 등에 내성이 강하다. 일반적으로 물살이 센 계곡이나 여울에서보다는 물 흐름이 약한 개울의 가장자리나 호수, 연못, 웅덩이 배수로 등에 무리지어 수면 가까이에서 생활한다. 그래서 개울이나 강가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에 가장 먼저 놀라 줄행랑을 치는 고기가 송사리다.

   
 

송사리가 강한 환경 적응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특별하고 유별난 것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모든 환경 조건들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작은 송사리 눈에 유별난 것과 특별한 것에 열광하는 우리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다.

/변영호(거제 명사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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