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많이 들어보셨죠, 꽃뱀

◇유혈목이 = 요즈음 계곡이 있는 숲길을 걸으면 가끔 색깔이 현란한 뱀을 만나게 된다. 꽃뱀이라 불리는 유혈목이다. 유혈목이는 붉은색, 푸른색, 검은색 등 여러 색을 띤다. 그런 색상을 보고 사람들은 꽃처럼 아름답다고 하여 꽃뱀, 화사(花蛇)라 부르기도 하고, 호반유사(虎斑游蛇), 율모기, 율미기, 놀메기, 너불대, 너불메기, 섬사라 부르기도 한다.

다 자라면 보통 70∼100cm이며 암컷이 수컷보다 크다. 남쪽 섬으로 갈수록 무늬와 색이 다르며, 특히 제주도에 사는 것은 유난히 선명하다. 총배설강 아래를 눌러 보면, 암컷과 수컷을 구별할 수 있다. 수컷의 경우 총배설강(總排泄腔) 아래를 밑에서 위로 누르면 1쌍의 생식기가 튀어나오지만 암컷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꽃뱀이라고 불리는 유혈목이.

◇유혈목이는 어디서 살까? = 유혈목이는 논이나 하천변처럼 개구리, 물고기 등 먹이가 풍부한 습지를 좋아한다. 주로 개구리를 먹으며 드물게 물고기나 도마뱀, 곤충을 먹기도 한다. 4월 말부터 5월에 가장 많이 나타나며, 요즘처럼 장마철에 지루한 비가 끝나고 햇볕이 비칠 때도 쉽게 볼 수 있다.

유혈목이는 장마가 끝나고 나면 축축한 나무 속에 10~20개의 알을 낳는다. 40~50일 후면 새끼가 태어나며, 6~7일이 지나면 첫 허물을 벗고 지렁이, 곤충, 올챙이 등을 먹기 시작한다. 7월에 알을 낳은 어미는 다시 10월에 교미하기 때문에 이즈음에도 자주 눈에 띈다. 유혈목이는 놀라거나 위험에 처하면 몸을 코브라처럼 곧추세우다가 기회를 봐서 빠르게 도망친다. 무척 빠르게 풀숲으로 숨기 때문에 행방을 알기 어렵지만, 멀리 가지 않고 근처에서 다시 활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유혈목이는 독사? = 독사는 보통 앞쪽 송곳니에서 독이 흘러나와 먹이를 죽이지만 유혈목이의 독니는 눈 뒤쪽에 있다. 독니는 크기도 매우 작아서 깊숙이 물었을 때만 독이 주입된다. 이 독에 감염되면 혈액의 응고를 촉진시키는 피브리노겐이 형성되지 않아 물리지 않은 곳에서도 출혈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버지니아 올드도미니안대학의 연구 결과를 보면 꽤 흥미롭다. 일본의 여러 섬에서 연구한 이들 연구팀은 유혈목이 목선의 독은 살모사처럼 자체적으로 생산한 독이 아니라 독이 있는 두꺼비를 잡아먹고 축적된 독이라고 발표했다. 시골 노인들은 소가 여물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을 때, 살아있는 유혈목이를 소의 입에 넣어주면 아픈 것이 낫고 살이 찌면서 건강한 소가 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고 한다. 뱀이 독하고 무서운 존재인 줄만 알았는데, 병약한 소나 사람의 치료를 위한 약으로도 사용된다니 아이로니컬하다.

/김인성(우포생태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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