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이성득·이소영 부부

◇2013년 새집 입주 기다리는 부부 = 신부 이소영(27) 씨는 사천 출신이다. 얼마 전까지 창원시 의창구 봉림청소년문화의집에서 청소년지도사로 일했는데, 임신을 하면서 그만뒀다. 신랑 이성득(32) 씨는 경북 출신이다. 현재 창원시 성산구 내동에 있는 제조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부부는 모두 창원대를 졸업했다. 둘 다 학교를 다니면서 고향을 떠나 창원에서 생활하게 됐다. 신부는 전주 이씨, 신랑은 영천 이씨로 동성동본은 아니다. 부부는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이성득(오른쪽)·이소영 부부.

◇시어머니 배려로 결혼은 신부 고향에서 = 이소영·이성득 씨 부부는 지난 1월 16일 결혼했다.

예식은 사천시 향촌동에 있는 '엘리너스 관광호텔' 웨딩홀에서 했다. 신부 고향 쪽이다.

"시어머니께서 신부 편한 대로 하자고 배려해주셨어요. 신랑 지인들은 모두 버스를 빌려서 왔지요. 너무 멀어서 오기 어려운 시댁 어르신들은 시부모님께서 결혼 전날 경북 봉화군에 따로 모셔서 피로연을 해주셨어요."

◇동아리 선·후배로 만나 = 이소영 씨와 이성득 씨가 만난 것은 지난 2004년이다. 이소영 씨는 대학 새내기였고 이성득 씨는 막 제대했을 시기였다. 이들은 '극예술연구회'라는 연극 동아리 소속이었다. 당시 소영 씨에게 성득 씨는 썩 인상적이지 않았다.

"별 관심이 없었어요. 그저 나이 많은 선배였고, 좀 세련되지 않아 보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성득 씨는 처음부터 소영 씨에게 호감을 느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꾸준히 그 호감을 드러냈다. 물론 소영 씨도 대충 눈치 채고 있었다.

"처음부터 신랑이 '작업'을 걸더라고요. 저는 별 관심이 없어서 맛있는 거 사주면 받아먹고, 좋은 데 놀러 가자고 하면 따라가고 했던 정도였어요."

그래도 조심스럽고 꾸준한 작업(?)이 효과는 있었다. 2008년 취직한 소영 씨는 첫 직장에 적응하느라 애를 많이 먹었다. 그럴 때마다 옆에서 힘을 불어넣는 역할은 성득 씨가 맡았다. 그런 만남이 잦아지자 성득 씨는 꾹 참았던 고백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너만 행복하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같이 행복해지고 싶다."

괜히 사귀자고 했다가 퇴짜를 맞으면 영원히 못 만날까 봐 꾹꾹 눌러놓았던 고백이었다. 소영 씨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들은 이후 2년 남짓 연애를 했다.

◇프러포즈 3수 만에 결혼 = "프러포즈요? 남편이 세 번 했어요."

2010년 가을, 성득 씨는 소영 씨에게 프러포즈를 시도한다. 호텔에서 촛불도 깔고, 펼침막도 걸고, 반지도 주는 전형적인 이벤트였다. 하지만, 신부는 퇴짜를 놓았다.

"너무 흔한 프러포즈라 거부했어요. 한 달 안에 평생 어떻게 살 것인지 기안을 작성해서 발표하라고 했어요. 나중에 신랑이 A4 용지 30장 분량으로 브리핑을 했지요. 하지만, 바로 프러포즈를 받아들이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미안했던 소영 씨는 세 번째 프러포즈는 자신이 하기로 했다. 두 번이나 퇴짜를 맞은 성득 씨는 신부가 준비할 이벤트를 잔뜩 기대했다. 하지만, 약속된 날짜에 신부가 신랑에게 준 선물은 '결혼하겠다'는 선언 한마디였다. 그래놓고 소영 씨는 기어이 성득 씨에게 프러포즈를 한 번 더 받는다. 성득 씨는 새로 들어갈 집에서 '결혼해줘서 고맙다'는 뜻을 담은 이벤트를 열었다.

◇예식장에서 벌어진 마당극 = 아랫단에 트릴 장식을 한 흰색 드레스를 입은 소영 씨, 성득 씨는 검은색 턱시도를 입고 옆에서 신부를 더욱 빛냈다. 주례는 성득 씨 지도교수였던 창원대 이종근 교수가 맡았고, 성득 씨 친구인 한동휘 씨가 결혼식을 진행했다. 축가는 신랑이 한 곡, 신랑·신부가 듀엣으로 한 곡을 불렀다. 성득 씨가 영화 <노팅힐>에 나온 'she'를 불렀고, 이어서 부부는 김동률의 '기적'을 함께 불렀다. 하이라이트는 축가 뒤에 이어진 마당극이었다. 풍악이 흐르고 나서 등장한 삼신할미는 신랑 체력을 검증하겠다며 이것저것 시켜 하객들을 즐겁게 했다. 이 마당극은 신랑·신부 연극 동아리 선배인 창원오광대 '어처구니' 손동현 대표가 준비한 것이었다.

부부는 8박 9일 동안 이탈리아와 스위스를 여행했다.

소영 씨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촬영지인 이탈리아 아레초 지방을 최고로 꼽았다. 여행 상품을 이용하지 않고 여행 기간 내내 성득 씨가 운전을 하며 신부를 모셨다.

"프러포즈부터 신혼여행까지 남편이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만큼 행복하게 살아야지요."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6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이 면에 결혼 기사를 싣고 싶으신 분은 본보 이승환 기자(010-3593-5214)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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