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평소 알고 지내던 한 학생이 연습도중 관리 부주의로 악기를 떨어뜨려 많은 수리비가 들었다는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다. 악기를 고쳤음에도 연습할 때마다 이래저래 마음이 많이 쓰이는 모양이다. 악기를 전공하는 연주자들에게 악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마 이 질문을 하면 제일 많은 대답 가운데 하나가 "또 다른 나입니다"라는 말이다. 그래서 수많은 악기를 접해보고, 자기한테 맞는 악기를 찾아다니며 그러다 자신에게 꼭 맞는 악기를 찾았을 때의 마음은, 새로 태어난 듯한, 잃었던 가족을 만난 듯한, 뭐 그런 표현들을 빌릴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악기들은 고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함부로 다룰 수 없다. 또 대부분의 클래식 악기들은 계절이나 주위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특히, 습도가 높은 장마철에는 연습장소나 연주장의 습도 상태에 따라 악기 상태와 소리에 많은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연주자들이 연주장소나 날씨 등에 많이 예민해져 있는 경우를 종종 본다.

최근 들어 클래식 무대가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그 중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야외음악회일 것이다. 특히, 창원시는 마산, 진해와 통합 이전부터 다양한 야외음악회를 기획해 지역민에게 수준 높은 문화예술 공연을 제공하고 있다. 통합 후에는 이를 마산과 진해지역으로 확대해 7월부터 오는 8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용지문화공원 공연장(창원중부경찰서 옆), 진해구 야외공연장, 마산합포구 창동 사거리에서 열고 있다. 증가하는 시민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수준 높은 문화예술 공연을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볼 때 매우 긍정적이리라.

하지만, 뒤돌아 볼 때 변덕스러운 날씨와 주위 환경 등으로 연주자 처지에서는 참 웃지 못할 일들도 많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연주회 도중 비가 내릴 때가 가장 난감하다. 피아노부터 덮은 후 여타 악기를 모두 피신하고, 이 사이 사회자는 당황해 어쩔 줄 모르고, 스태프들은 무대를 비닐이나 천으로 덮었다 열었다, 마이크를 달았다 뗐다 하며 웃지 못할 상황을 만든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음악회가 비를 우려해 빨리빨리 진행되다 보니 완벽한 공연이 되지 못한 채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 모든 일들이 연주자와 스태프, 관객들 모두에게 특별할 경험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음악회가 가지는 좋은 취지와 함께 이제는 연주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 또한 필요하다.

그래야, 연주자는 청중에게, 청중은 연주자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또 공연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여러 관계자는 연주자와 관객 서로에 대한 배려와 소통 창구 기능을 충실히 해야 한다. 날씨도 연주자의 상태도 악기의 상태에 대해서도 꼼꼼히 살피고, 관객들이 불편한 부분이 없는지 여러모로 뒤집어 생각해야 한다.

   
 

이런 배려와 소통이 다양한 야외 음악회와 무대들이 행사를 위한 행사가 아닌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일상 속에서 기쁨이 넘칠 수 있는 그런 음악회가 되도록 하지 않을까?

/전욱용(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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