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돈을 들여서 행사를 열어놓고 무료로 자료를 만들어 나누어주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표를 붙여보기도 하지만, 미술전람회를 찾는 이들은 많이 없다. 이런 현상은 누구 탓일까? 무엇 때문일까? 문화 향유를 외면하는 우리지역의 무심한 관객 탓일까? 아니면 기초예술생산자와 전달자의 잘못일까?

항간에는 이런 현상을 두고 미술이 관객들에게 버림받은 지 오래되었다고도 한다. 그렇다면 출구는 없는 것인가!

지금까지 우리는 예술가와 예술작품을 만나는 곳을 전시장이라는 공간으로 한정했다. 이러다보니 작품을 만드는 곳과 작품을 감상하는 공간을 엄격하게 구분해놓고 예술가와 관람객을 갈라놓았다. 결국 생산과 소통이 경직되고 악순환을 견인하게 된 것이다.

요즘 우리지역에서는 전시공간이 많이 늘어났다. 다양한 전시공간에서 다양한 형태의 전시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문득 이런 시기에 작가들의 작업실도 함께 개방한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노동자에게 공장이 있다면, 예술가들에게는 작업실이 있다. 예술가에게 작업실은 절박한 삶의 터전이지만, 문화 산실이기도 하다. 또한 작업실은 예술가 개별의 독립공간일 뿐만 아니라 예술가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기도 한다. 작업실에는 예술가들이 만들어놓은 작품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과 스토리텔링이 존재한다. 따라서 작업실을 개방하는 일은 소통부재의 자폐적 예술생산을 넘어서 예술의 대사회적 접점을 형성하려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외국에서 손님이 오면 화가 김태홍 선생의 작업실이나 서예가 김종원 선생의 작업실 구경을 시켜주곤 한다. 그러면서 이런 방식의 친절함이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새로운 대안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미 여러 지역에서 시작된 오픈스튜디오는 작업실을 닫힌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 바꿔놓음으로써 작업실의 기능을 예술생산의 공간에서 예술소통의 공간으로 넓히고 있다. (사)대안공간 마루도 7월 돝섬의 유휴공간에서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상설 오픈스튜디오를 열고 있다. 섬을 찾는 관람객들은 중국, 일본, 한국의 참여 작가들의 작업과정을 지켜보기도 하고 작업에 대한 생각과 스타일에 대해서 설명을 듣기도 한다. 한편에선 창원시에서도 구 마산창동에 예술가들의 작업실을 만드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고, 경남문화재단에서도 창작스튜디오를 운영할 모양이다. 창작공간을 만들면 먼저 소통을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참에 생산과 소통이 함께하는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 그 자체를 접할 수 있는 오픈스튜디오를 권장해간다면 우리는 열린 작업실을 통해서 예술가들과 좀 더 친하게 말을 걸고 좀 더 친하게 작품을 조망하지 않을까?

/황무현 (마산대학 아동미술교육과 교수)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