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경남 홍보대사 위촉돼 일시 귀국한 중국 프로축구 이장수 감독

"리그를 중단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승부조작의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

중국 프로축구 광저우(廣州) 헝다를 이끄는 이장수 감독은 K리그 승부조작 사태에 대해 "사람이 2명이나 죽었으니 이 정도 하면 되지 하는 얘기가 들리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조사를 해야 한다"며 "사람이 죽었고, 팬에게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썩을 대로 썩은 한국 축구를 되살리려면 반드시 승부조작과 관련한 뿌리를 색출해야 한다"고 일벌백계를 주문했다.

   
 

현재 중국 프로리그가 진행 중이지만, 이장수 감독은 고향인 경남의 요청을 받고 2박 3일의 짧은 일정으로 잠시 귀국했다. 18일 오전 이 감독은 김두관 경남도지사에게 경남도 명예홍보대사 위촉장을 전달받고, 앞으로 2년간 중국에서 진행될 경남 우수농산물 특판전과 홈쇼핑 진출 등에 도움을 주게 된다. 이날 이장수 감독을 만나 K리그 초유의 승부조작 사태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승부조작 파문이 터지자, 모든 언론에서 그를 주목한 이유는 그가 중국 무대에서 10년을 뛰면서 승부조작 사태를 적잖게 지켜봤고 승부조작의 검은 유혹도 받아봤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국내 K리그에서 승부조작이 이뤄졌다는 보도를 접하고 '곪을 대로 곪은 게 이제 터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장담컨대 기업구단을 포함해 전 구단, 한 팀에 4∼5명 이상은 승부조작에 가담됐을 것"이라며 "프로축구연맹에서 재발방지를 위해 워크숍을 열었다고 하는데 도둑놈을 모아놓고 미팅하라고 자리를 펴준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리그 중단에 대해서는 그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장수 감독은 "리그를 한 달 중단한다고 해서 한국 축구가 죽지 않는다"며 "골키퍼가 없어 필드 플레이어가 골키퍼로 뛰는 경기를 돈을 주고 보라고 하는 게 더 염치없는 일이 아니겠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감독이 이처럼 승부조작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그 자신이 승부조작의 덫을 경험했고, 검은돈이 오간 중국 프로축구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 승부조작의 뿌리는 거대한 마카오 도박 조직이다. 경기에 걸린 판돈이 수천억에 달하다 보니 선수에게 보복이 뒤따르고, 승부조작으로 조폭에 잡혀가 행방불명된 선수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프로축구연맹이 승부조작 방지와 리그 질 향상을 위해 오는 2013년부터 K리그 승강제를 도입한 데 대해서는 이 감독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감독은 "승강제를 도입하면 현재 뒤떨어진 축구에 대한 열기가 되살아날 것이다. 현재 K리그는 어느 팀이 우승할까 한 팀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승강제 도입 이후에는 하강하는 3∼4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며 "40경기 안팎인 경기 수도 최대한 늘려 홈 앤드 어웨이 방식에다 1경기는 연고지가 아닌 중립경기를 치러 축구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마다치 않았다. 이 감독은 "한국 축구의 근간을 뒤흔든 큰 위기 앞에 협회나 연맹에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하는데, 지금까지 누가 나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느냐?"라며 "100명의 선수가 승부조작으로 옷을 벗는다고 해서 리그 존폐를 걱정할 게 아니라, 외면하는 축구 현실을 되돌리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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