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달팽이 이야기

올해 장마는 유난히 길다. 오전 내내 내리던 장맛비가 잠시 그친 오후. 아이들이 창고 옆 풀숲에 몰려 있다. 아이들은 나뭇잎과 돌을 들춘다. 자세히 보니 아이들이 찾고 있는 것은 달팽이들. 아이들은 달팽이를 잡기 위해 나뭇잎을 들추고 돌을 들어 살펴보고 있었던 것이다. 긴 장맛비에 밖으로 마실나온 달팽이들은 야외에서 아이들에겐 좋은 놀잇감이다. 가장 큰 달팽이를 잡은 아이는 자랑하듯 나에게 보여준다. "선생님, 달팽이도 이름이 따로 있어요?" 그제야 아이들이 잡은 달팽이를 자세히 본다.

한국 고유종 중 하나인 동양달팽이를 관찰하는 아이. /박대현

아이들이 학교숲에서 찾은 달팽이의 이름은 동양달팽이였다. 우리나라에서 보고된 육상 달팽이는 130여 종이다. 50여 종의 한국 고유종 중에서 동양달팽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달팽이다. 우리나라의 육상 달팽이 중 가장 큰 달팽이로 큰 개체는 어른 엄지만 하다. 동양달팽이는 1850년께 우리나라에 잠시 정박했던 영국 해군의 한 군의관이 발견해 영국 학회에 발표해 한국의 대표적인 달팽이가 됐다.

동양달팽이는 다른 달팽이에 비해 크기도 크고 껍데기에 진한 갈색의 줄이 2개 있어 동정하기가 쉽다.

다리가 없는 달팽이는 몸 근육 전체를 이용해 미끄러지듯 이동한다. 몸에서 분비되는 점액은 윤활유 역할을 해 험한 길을 쉽게 갈 수 있도록 해준다. 달팽이의 수명은 보통 2~5년이다. 성장하면서 달팽이 껍데기의 감긴 횟수도 많아진다. 작고 느린 달팽이는 더 부지런히 내일을 준비해야 하기에 쉬지 않고 먹는다. 특히 비 오는 날 콘크리트 건물에 붙어 있는 달팽이를 자주 발견할 수 있다. 껍데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멘트의 칼슘 성분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시멘트 콘크리트 벽에서도 잘 보인다. 겨울을 나고자 열매, 농작물, 이끼까지 가리지 않고 먹는 달팽이 먹성은 대단하다. 그 먹성 때문에 농민들에겐 해충과 다름없어 농민들은 달팽이가 보이면 농약을 친다. 그로 인해 달팽이가 점점 줄어가고 있다고 한다.

   
 

발빠른 디지털사회를 지칭하는 골뱅이(@)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느리고 자연친화적인 달팽이가 자주 사용된다. 슬로시티 로고마크도 마을을 등에 지고 가는 느림의 대명사 달팽이이다. 달팽이는 느리지만 건강하다.

나도 달팽이처럼 빠르지 못해도 끈기를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장마가 지루한 날 달팽이에게 한 수 배운다.

/박대현(진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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