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감소 등 동반한 '극심한 피로'만성피로증후군 의심 땐 병원가야

해가 짧아지고 일교차가 커지면서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여름내 활발하게 작동하던 신체기관들이 미처 계절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함에 따라 피로감과 졸음, 식욕부진과 소화불량, 현기증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드물게는 불면증과 손발 저림, 두통, 눈의 피로 등 무기력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고 기운이 없거나 가슴이 뛰고 얼굴이 달아오르는 등의 갱년기 증세와 비슷한 신체적 변화를 겪는 사람도 있다.

이쯤에서 우리가 느끼는 피로감이 단순피로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피로가 심해지고 다른 증상이 나타난다면 간염이나 결핵, 스트레스 등 증상이 비슷한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피로를 동반하는 가장 흔한 질환이 간질환과 결핵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통 1∼3주가 지났는데도 피로가 가시지 않거나 무리하지 않고 쉴 만큼 쉬었는데도 피로가 계속되고 피로 이외의 체중감소나 식욕부진 등의 다른 증상이 나타난다면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받는 만성피로 증후군도 자가진단이 아닌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

법원에서 만성피로 증후군도 건강보험 적용대상이라는 판결이 내려진 이후 어떤 직장인들은 '피로를 자주 느낀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만성피로 증후군이 아닐까 의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질환은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심각한 질환으로, 만성피로와 만성피로 증후군의 구분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만성피로는 불규칙한 식사시간, 잦은 인스턴트식품 섭취, 운동부족, 과로, 흡연, 과다한 음주 등 잘못된 개인 생활습관과 우울증·불안증, 스트레스 등 정신적인 이유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이 같은 만성피로는 신체질환 등 원인을 찾아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규칙적이면서도 충분한 휴식과 적절한 스트레스 대처, 신선한 음식 먹기, 가벼운 운동 등으로 극복할 수 있다.

반면 만성피로증후군은 직장에서의 업무나 취미 생활을 못할 정도의 피로를 동반한 심각한 질환을 말한다. '피곤해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정도의 어려움이 아니라 어떤 사안을 듣고서도 금방 잊어버리거나 간단한 계산이 힘들어지는 일도 있다.

만성피로 증후군은 아직 원인과 치료 방법도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감염성 질환과 면역체계 이상, 내분비대사 이상 등이 복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약물요법을 비롯한 다양한 처방이 쓰이지만 예후도 좋지 않고 완치까지 길게는 10년 이상이 걸리는 일도 있다. 따라서 평소 몸에서 휴식을 요구하는 경고등인 '피로감'을 무시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증상에 따라 병원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만성피로 증후군 체크리스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기준에 따르면 '만성피로 증후군(CFS;Chronic Fatigue Syndrome)'은 충분한 휴식 후에도 피로가 해소되지 않고, 특별한 원인 없이 일상생활의 절반 이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정도의 극심한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해야 한다. 또 이런 증상들을 충족하면서 적어도 10가지 '신체증상' 중 8가지 이상을 동반하거나, 6가지 이상의 신체증상과 2가지 이상의 '신체증후'를 동반할 때 만성피로 증후군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체 증후는 △가벼운 정도의 열(37.6~38.6) △인후염 △목이나 겨드랑이의 림프선이 만져질 때, CDC가 제시하는 신체증상은 △미열 △목의 통증 △목이나 겨드랑이의 림프선 통증 △근육통 △지속적 피로감 △두통 △관절통 △신경정신과적 증상(눈부심, 건망증, 주의력집중장애, 우울증 등)으로 인한 수면장애 등이다.

/노명숙(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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